일년 삼백육십오일 중 와인이 가장 잘 어울리는 날, 와인이 가장 필요한 날, 비싼 와인도 아깝지 않은 날, 그리고 와인이 가장 맛있는 날을 꼽으라면 아마 밸런타인스 데이가 첫 손가락에 꼽힐 것이다. 이날 연인과 로맨틱 디너를 하면서 소주나 막걸리, 맥주나 위스키를 내놓는 사람은 보통 강심장이 아닐 터, 분위기에 약한 여심을 잡기 위해선 일단 와인부터 준비해야 할 것이다.
밸런타인스 데이에는 로맨틱한 순간을 더 로맨틱하게 만들어주는 와인이 필수품이다.
그런데 어떤 와인을 고를 것인가 하는 것이 언제나 문제다. 와인 문외한은 물론이고 웬만큼 마신다 하는 사람들도 막상 결정적인 한 병을 고르자면 머릿속이 번잡하고 현란해서 수많은 병들을 바라보며 정신줄을 놓기 십상이다.
이런 이들을 위해 선택도 쉽고 잘난 체도 좀 할 수 있는 리스트를 만들어 보았다. 바로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가 선정한 2010년 100대 와인(The Top 100)이 그것으로, 100개 중에서 현재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주로 캘리포니아 산 와인들을 모아보았다.
와인 스펙테이터는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와인 전문잡지로, 매년 연말 그해에 가장 맛있었던 와인 100개를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이 와인들은 점수 높은 순서대로 고른 것이 아니라 맛, 가격대비 품질, 생산량, 그리고 X 팩터라고 불리는 시음가들을 ‘흥분’시킨 특별요인이 모두 고려돼 최고라고 평가된 와인들이다.
만일 맛으로만 평가한다면 100대 와인은 모두 값비싼 명품 와인들이 돼야할 것이나, 이런 공평한 기준 때문에 지난 해 100대 와인의 평균가격은 48달러, 평균 점수는 93점(100점 만점)에 머무르고 있다. 2010년 한 해 동안 와인 스펙테이터는 총 1만5,800여 종류의 와인을 블라인드 테이스팅 했고 그 중 90점 이상을 받은 3,900개를 후보로 재평가하여 100대 와인을 선정했다. “이게 와인 스펙테이터 100대 와인에 오른 와인이래”하고 아는 체 하면서 즐기시기를.
▲색섬
(Saxum James Berry Vineyard Paso Robles 2007/ 98점/ 67달러)
2010년 100대 와인의 1위로 선정된 색섬의 이 레드 와인은 출시됐을 때 67달러였는지는 몰라도 ‘와인 오브 더 이어’로 꼽힌 직후 가격이 치솟아 지금은 400여달러, 아니 부르는게 값이고 사실상 구하기도 어렵다. 일단 최고 와인이라니까 소개하는 것이다.
중가주 파소 로블스에 있는 색섬은 이제 40세의 와인메이커 저스틴 스미스가 1998년 소규모로 시작한 와이너리로 프랑스 론 지방 포도품종으로 훌륭한 와인을 만들어 단시간내에 괄목할 만한 성공을 거뒀다.
이 와인은 제임스 베리 비녀드에서 재배된 그레나슈, 무르베드르, 시라를 블렌딩 한 것으로 950케이스만 출시됐다.
▲폴 홉스
(Paul Hobbs Pinot Noir Russian River Valley 2008/ 94점/ 45달러)
2008년은 소노마 지역에 그다지 좋은 해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유명한 와인메이커 폴 홉스는 각각 다른 포도원에서 나온 6종류의 피노 누아를 성공적으로 만들었다. 이 러시안 리버 밸리의 피노는 밝고 경쾌하며 체리와 래즈베리의 향이 강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약간의 태닌과 밀도가 느껴지는 훌륭한 와인으로 6위에 랭크됐다. 샌타 애나의 더 와인 클럽, 우들랜드 힐스 와인 등에서 35달러 정도에, 웨스트 LA의 링컨 파인 와인즈 같은 곳에서는 60달러에 나와 있다. 2009년산은 K&L 와인에도 있다.
▲콜럼비아 크레스트
(Colmbia Crest Merlot Horse
Heaven Hills H3 2007/ 91점/
15달러)
워싱턴 주의 가장 유명한 와이너리인 콜럼비아 크레스트는 2005년산 카버네 소비뇽이 작년도 1위에 선정돼 그때 27달러에 나온 와인이 현재 165달러를 호가한다.
올해 43위에 오른 이 멀로 역시 싼 가격에 비해 아주 잘 만든 와인으로 멀로의 개성을 잘 표현하고 있다. 코스타 메사의 하이 타임 와인 셀라스에서 15달러에 살 수 있다. 2008년산은 K&L에서 11달러.
▲릿지
(Ridge Chardonnay Santa Cruz Mountains Monte Bello 2006/ 95점/ 60달러)
100개 중 21위를 차지한 이 샤도네는 레드를 잘 만들기로 유명한 릿지 와이너리에서 나온 화이트 와인으로 2007년에도 2005년산 샤도네가 2위를 차지한 바 있다. 산도와 미네랄이 산뜻하게 느껴지면서 오크통에서 잘 숙성시킨 우아함과 풍만함도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2,000케이스를 출시했으나 현재 몬테 벨로 레이블은 찾기 힘들고 센트럴 코스트 레이블은 구하기 어렵지 않다. 2007년산은 K&L 와인에서 50달러에 살 수 있다.
▲멈 나파
(Mumm Napa Brut Napa Valley Prestige NV/ 90점/ 20달러)
피노 누아와 샤도네를 반반씩 섞어 프랑스 샴페인과 같은 전통방식으로 병에서 2차 발효시킨 스파클링 와인으로 모든 과일 맛과 꽃향기가 고루 용해된 세련된 맛을 갖고 있다.
거품도 풍성하고 우아해서 어떤 식사나 파티에서도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다. 거의 모든 와인 샵이나 마켓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대중적인 발포성 와인인데도 탑 100 와인 중 48위에 마크됐다.
▲자카 메사
(Zaca Mesa Syrah Santa Ynez Valley 2006/ 93점/ 22달러)
29위에 오른 자카 메사의 시라는 가격에 비해 정말 맛있으며 오랫동안 일관성 있는 품질을 유지하고 있다. 구하기도 쉬워서 여러 와인 샵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때로는 코스코에서도 볼 수 있다.
샌타 이네즈 밸리의 포도원에서 수확한 아홉 종류의 시라를 섞어서 16개월 동안 프렌치 오크에 숙성시킨 아주 밸런스가 좋은 와인이다. 스테이크와 드세요.
▲펜폴즈 (Penfolds Limited Release Koonunga Hill Seventy-Six Shiraz-Cabernet 2006/10달러)
끝까지 읽은 자들은 복이 있나니, 이 와인은 100대 와인에 꼽힌 와인이 아니라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연인들을 위해 필자가 강추하는, 현재 LA 일원에서 찾아볼 수 있는 가격 대비 가장 훌륭한 레드 와인이다. 호주의 펜폴즈 와이너리 쿠눙가 힐 시라즈 카버네는 늘 싸고 맛있어서 믿음이 가는 와인이다.
76년 첫 출시를 기념하여 30년이 되는 2006년산을 한정 판매하는 이 와인은 시라즈 70%, 카버네 소비뇽 30%를 섞은 것으로 마치 10년 정도 숙성한 것처럼 부드럽고 우아하다. www.klwines.com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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