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뢰옵니다. 새봄의 시작과 함께 영화사의 이전법회 소식을 알려드리게 됨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1월말~2월초 본보에는 실린 ‘새크라멘토 영화사 이전법회’ 광고는 이렇게 시작됐다. 여느 이전법회 안내문과 별반 다를 바 없는 건 바로 여기까지였다. 다음부터는 영화사의 색깔이, 혹은 주지 동진스님의 색깔이, 혹은 둘 다 듬뿍 담긴 안내문이 이어졌다.
“불교역사 지난한 새크라멘토지역입니다. 많은 스님이 오셨다 가셨고 변변한 한국절 하나 없는 곳입니다. 처음 1992년 영화사 문을 연 이후로 많은 사연과 많은 상처와 많은 잡음들이 있었습니다. ”
너무 많아서 그리고 너무 아파서 선뜻 뒤적이는 이들은 드물지만 알만한 이들은 거의다 아는 ‘많은 사연과 많은 상처와 많은 잡음들’이 있었음을 고백처럼 진솔하게 붙이고는 “그 모든 것을 바람과 함께 날려버리고 이제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 시작하려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지난 영화사는 긴 인고의 세월을 보냈습니다”라고 덧대었다.
영화사가 19년만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소리소문 없이 이곳저곳 발품을 팔아 너른 들판 한가운데 새 장소를 잡고 역시 소리소문 없이 절의 구색을 갖추는 준비를 한 끝에 지난달 하순 이사까지 마쳤다. 그로부터 3주가 되는 이번주 일요일(13일) 오후, 마침내 이전법회를 연다. 뜻깊은 행사지만 왁자지껄 이전법회는 되지 않을 것 같다. 번다함을 원치 않는 스님의 뜻에 따라 이날 오후 3시부터 대략 1시간동안 간소하게 치러질 예정이다. 뿐만 아니다. 지금까지 그랬듯이 앞으로의 동화사가 어떤 곳이 될지는 이전법회 안내문에 ‘뜨끔할 정도로 분명하게’ 나와 있다.
“조용하기 이를 데 없는 데를 ‘절간 같다’라 표현하듯이 늘 세상 밖으로 치달리는 욕심을 다 내려놓고 쉬고, 뒤로 가고, 느리게 가는 곳입니다. 모여서 거창한 것을 하자는 것도 아니고, 친목모임도 아니고, 정치적인 곳도 아니며 그저 날마다 자신을 다스리는 마음공부하는 곳입니다.”
법문을 통해, 칼럼을 통해, 아울러 이런저런 상담 등을 통해서도, 참불자로서의 자세를 일깨워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정평이 난 스님은 이전법회에 즈음한 인터뷰 요청도 사양했다. 다만 “(영화사가) 세상 살다 때로 피곤하고 고단할 때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장소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오셔서 잠시 들여다봐주시고, 쉬시고, 앞으로 영화사 식구들이 걸음마를 뗄 수 있도록 뒤에서 조금 힘이 되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뜻을 이전법회 안내문 말미에 살포시 달아놓았을 뿐이다.
스님의 뜻이 그럴진대, 인터뷰가 여의치 않을 경우, 티벳을 꿈꾸다 어떤 인연으로 ‘잠시’를 기약하고 새크라멘토에 왔다가 ‘잠시 너머’까지 머물게 되고 마침내 새 공부터를 마련하게 된 스님의 ‘알려진 이야기들과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을 주섬주섬 모으고 보충해 엮어보려던 동진스님 스토리는 적어도 상당기간 ‘탈고 안된 전설’이 될밖에.
▷일시; 2011년 2월 13일 오후 3시 ▷장소; 12181 Jackson Rd. Sloughhouse, CA 95683 ▷전화: 916. 681. 4068 ▷이메일: trueofeast61@naver.com, younghwasa@frontier.com ▷카페: http://cafe.daum.net/younghwazencenter
<정태수 기자>
새로 마련한 새크라멘토 영화사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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