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김정일 도당의 마피아 집단.” “북은 협박, 강도짓으로 먹고 살아.”
8일 저녁 버지니아의 모 한식당에선 강도 높은 대북 비난 발언이 쏟아졌다. 어느 보수단체의 모임이 아니라 민주 평통의 강연회 석상에서다. 발언의 당사자는 워싱턴을 방문한 평통 김병일 사무처장. 이기택 수석 부의장에 이어 실제 평통 운영을 총괄하는 차관급의 2인자다.
그는 원색적인 용어를 써가며 북한 체제를 비난했다. 나아가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통일정책을 북한의 ‘공갈’에 넘어갔다는 식으로 헐뜯었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의 상생공영의 통일정책이야말로 김정일 정권의 협박에 넘어가지 않은 용기 있는 정책이라 추켜세웠다.
지난해 일어난 천안함과 연평도 포격 희생자들의 불행을 떠올리면 군사 도발자들에 한바탕 욕이라도 퍼붓고 싶은게 국민과 재외동포들의 공통된 마음일 것이다. 김 사무처장의 욕설 수준의 대북비난이 천박하게만 느껴지지 않은 것도 이 같은 심리가 반영돼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되돌아 생각하면 그의 ‘신분’과 ‘장소’에 어울리는 발언인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 정부에 몸담은, 그것도 평화통일 기관의 수장으로서 공식석상에서 퍼부은 정제되지 않은 언어는 아무래도 적절치 못했다. 그의 대북인식과 통일론은 김 사무처장의 개인적 품격과 선호도를 떠나 민족의 진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김 사무처장 스스로도 이날 “통일은 상대가 있다”며 그래서 ‘상생과 공영’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율배반인 셈이다.
듣기 민망한 발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가 말끝마다 구사한 ‘교민’이란 용어는 해외동포들을 비하할 때 쓰는 단어다. 그래서 정부도 ‘교민’ 대신 공식용어를 ‘동포’ ‘한인’으로 바꾼지 이미 오래다. 시대착오적 용어를 고집하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대통령 자문기구를 이끄는 고위 공직자로서의 사려 깊음이 아쉽기만 하다.
김 사무처장이 이날 힘주어 강조한 ‘교민 통합’도 듣기 편치 않았다. 그는 “내년에 재외국민 참정권 부여가 되기에 교민 통합이 중요하다”며 “평통이 교민 통합의 플랫홈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민 통합’의 플랫홈 역할을 어떻게 한다는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으나 정부에서 임명하는, 소위 관변조직에서 교민사회 통합에 나선다는 의미가 동포사회에서 어떻게 읽힐지 모르겠다. 또 평통이 무슨 자격으로 왜 ‘교민 통합’에 나서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그가 평통과 관련없는 한인 단체장들을 불러 연쇄 간담회를 갖는 것도 동포사회에서는 ‘오버’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참석자는 “평통이 한인사회 통합에 나서는 순간 한인사회는 분열될 것”이라며 “교민 통합은 평통이 재외선거에서 중심적 역할을 하겠다는 뜻으로밖에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정치색을 철저히 배제해야 할 민주평통이 통일정책에서나 ‘교민’정책에서나 거꾸로 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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