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워서 미국관심 끌려고..." 박지원 미주당 원내대표
"얼빠진 소리" 쉬퍼 미 국방부 부차관보
‘위키리크스’ 미 국무부 비밀외교전문 폭로
1년전 쉬퍼 미 국방부 부차관보 한국 방문때
’북미대화 촉구’ 과정서 한-미 팽팽한 신경전
박지원 한국 민주당 원내대표가 1년 전 미국 정부 측에 북미 대화를 촉구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핵 실험 이유를 ‘외로워서’(lonely)라고 해명했다가 ‘얼빠진 소리’(absurd) 말라는 면박을 당한 사실이 1일 외부에 누출된 미 국무부 비밀외교전문에서 드러났다.정부, 단체, 기업들의 비밀문서들을 입수해 일반에 공개하고 있는 인터넷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이날 폭로한 문건은 주한 미대사관이 2010년 2월10일 국무부에 보낸 ‘비공개’(confidential) 전보로 한국을 방문한 마이클 쉬퍼 미 국방부 동아태 담당 부차관보와 한국 여·
야당 국회의원들과의 접촉 결과를 보고한 내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쉬퍼 부차관보는 방한 중이던 지난 해 1월26일 민주당 소속 박 원내대표와 박선숙, 서종표 의원에게 저녁 식사를 대접했다.이 자리에서 “박 대표는 비록 북한이 결코 핵을 포기하는 것에 비관적이기는 하지만 미국은 북한과의 믿음을 다시 성립하기 위해 관계 정상화, 평화협정 논의, 그리고 에너지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보는 밝혔다.전보는 또 “그는 북한이 오바마 행정부 초기에 무시당함을 느끼고 ‘외로워서’(lonely) 핵 무기와 미사일 실험을 했고 이는 미국의 관심을 끌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더 나가서 박(대표)에 따르면 이유는 미국이 현재 대 테러와 아이티 지원 노력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고 북한은 새로운 한판의 도발행위들을 준비하고 있을 수 있다. 박(대표)는 무력충돌의 가능성은 현실적이며 북한의 평화체제 대화 제안은 가식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전보는 이어 “박(대표)은 대화의 가능성이 존재하지만 그 선택은 북한의 것이 아니라 미국과 그 외 6자회담 대화 회원들이 북한을 협상에 복귀하도록 구애하는 것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박(대표)은 ‘나는 그들이 최종단계에서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최대 조치로 (핵) 시설을 봉인할 것이다. 그리고서 그들은 한국에서의 미국의 핵 능력을 확인하려고 할 것이다. 이는 비현실적이다’고 말했다”고 보고했다.
전보는 이에 “쉬퍼 부차관보는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북한에) 손을 내밀은 것을 포함해 북한과 관계하려는 미국의 과거 노력을 상기시키고 박지원에게 김정일의 핵 프로그램 개발을 북한이 ‘외로워서’(lonely)로 돌리는 것은 ‘얼빠진 소리’(absurd)가 된다고 말했다. 쉬퍼 부차관보는 관계의 열린 문으로 걸어 들어오거나 마는 것은 북한이 내렸어야 할 선택 이었다. 확인할 수 있도록 핵 무기를 포기하는 대가로 북한은 관계 정상화, 평화 협정 논의, 그리고 원조 제공을 기꺼이 하는 미국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고 밝혔다.전보는 “쉬퍼 부차관보는 미사일 발사와 핵 실험과 같은 북한의 부정적 행동은 제재라는 미국의 부정적 행동 결과를 낳았다며 행동 대 행동은 두 방향의 도로임을 지적했다. 그는 특히 우리의 북한과의 관계 노력이 북한의 도발 행위 결과를 낳았다는 점을 볼 때 미국이 북한을 대화로 권유하기 위해 더 이상 무었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고 전했다.
전보에 따르면 참석자들은 이외에도 전작권 전환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으며 쉬퍼 부차관보는 하루 뒤인 1월27일에는 한나라당 소속 황진하, 조윤선 의원을 저녁에 초청, 식사를 대접하고 북한, 전작권 전환, 한미자유무역협정 등 이슈들에 대해 논의했다.<신용일 기획취재 전문기자> 박스 1
기자의 눈/ 카트리나와 북한 핵
약 3년 반 전에 비밀해제 된 미 국무부 문서들을 입수해 검토하던 중 2005년 8월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동남부를 강타했을 때 한국의 구호품 전달 관련 전보들을 발견한 기억이 난다.주한 미대사관과 미 국무부를 오고간 10여건의 비밀문서들은 당시 한국 정부가 전달하고자 하는 구호품을 사양하는 미국 정부에 사정하다시피 받아달라고 요청했던 내용을 담고 있었다.당시 미국은 구호품 수송 문제 등으로 골치를 앓고 있어 서로 앞 다투다 시피 지원을 약속했던
여러 국가들로부터 사실 현금 지원을 받기를 희망하고 있었는데 한국이 구조팀 파견과 구호품 수령 등을 고집하자 심지어는 ‘카트리나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정치적 배경’이라는 제목의 보고서까지 작성, 그 의도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려했다. 실제로 한국 외교부 관계자는 당시 주한 미대사관 관계자를 만나 “미국 관리들이 구조팀 파견을 거부했는데 구호품 지원도 불발될 경우 이는 한국을 극도로 곤혹스럽게 할 뿐 아니라 고위급 관리들은 심하게 체면이 깎이게 된다”고 호소했는가 하면 또 다른 외교부 당국자는 “외교부가 노무현 대통령, 이해찬 총리, 그외 관리들로부터 구호품 전세기 운행이 최종 승인되도록 상당한 압력을 받고 있다”고 난처한 입장을 털어놓기까지 했다. 한미 관계를 고려한 미국은 결국 당초 한국이 전달하려 했던 구호품 100톤 중 방수포와 기저귀
10톤, 청소용품 5톤 등 총15톤을 수령한 것으로 기록했다.
물론 이러한 내용을 보도하자 한국 외교부는 발끈하며 “구호품을 받아달라고 사정하거나 이와 관련해 고위층의 압력이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그도 그럴 것이 ‘효순이와 미선이 사건’을 앞세운 반미감정 촛불시위에 힘입어 청와대에 들어선 노무현 정부로서는 이러한 사실이 대외적으로 알려져 매우 불쾌했고 또 시인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당시 외교부의 ‘명백한 거짓’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였던 것도 기억이 난다.그러나 그 해프닝이 무엇보다도 떠올리는 것은 당시 한국 정부가 정말 이렇게 미국 정부를 이
해하지 못하고 있었나하며 느꼈던 안타까움이다.
‘위키리크스’가 지난 1일 폭로한 미 국무부 비밀외교문서들 중에서 박지원 한국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해 1월 방한 중이던 마이클 쉬퍼 미 국방부 부차관보에게 북한 핵 실험 이유를 그들이 “외로워서”(lonely) 미국의 관심을 끌려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가 망신을 당한 사실이 드러났다. 쉬퍼 부차관보가 그에게 즉석에서 ‘얼빠진 소리’(absurd) 말라고 면박을 준 것.
물론 박 대표가 그 자리에서 북한의 ‘고립’(isolate), 또는 ‘소외’(alienate)감을 의미한 것이 대사관 통역 과정에서 ‘외로워서’(lonely)로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북한의 과거 소행을 볼 때 한반도는 물론 지역과 세계 안보를 위협하는 북한 핵 무기 개발 이유를 단순히 ‘고립’, ‘소외’, 또는 ‘외로워서’로 돌릴 때 이들 3개 용어는 모두 같은 뜻을 갖고 있어 ‘얼빠진 소리’라고 맞받아친 쉬퍼 부차관보가 선택한 용어의 뜻은 오해의 소지가 없다.
아무리 이견차가 있어도 상대를 대놓고 면박하는 ‘무례’가 금물인 외교관례에도 불구하고 미국 국방부 부차관보가 한국 야당의 원내대표에게 즉석에서 발끈한 것은 최소한 북한 문제에 있어 박 대표가 얼마만큼 미국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다.차기 한국 대선 결과에 따라 한미 우호 관계가 실험에 부쳐질 수 있다고 전망한 미 연방의회조사국의 최근 분석이 떠오른다.
지난 해 12월24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상임위원회에서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북한의 연평도 도발관련 질의를 하고 있다. 박 대표는 연평도 사태 직후 그 원인을 이명박 정부의 강경정책 때문이라고 주장했다.<사진=뉴시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