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연방 농무부와 보건후생부가 매 5년 마다 건강한 삶을 위한 식생활 지침을 발표한다. 농무부와 보건후생부가 패널을 구성해 초안을 만들고 전문 감사관들의 검토를 거쳐 일반인들에게 공개된다. 연방 식생활 지침은 국민들의 식습관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식품제조사들은 비상한 관심을 갖는다. 예를 들어 지난 2005년의 지침이 정제된 곡류 대신 정제되지 않은 천연 곡류를 권장하면서 시리얼 제조사나 식빵 제조사들은 통밀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연방정부, 국민건강 위해 새 지침 발표
식사량 줄이고 염분 섭취 줄이라 권장
식품업체·식당들 성분 재조정에 착수
비만과의 전쟁이 도무지 수그러들지 않자 연방정부는 간단명료한 지침을 마련했다. 지난달 31일 발표된 연방 식생활 지침의 골자는 이제까지 나온 어떤 지침 보다 실용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소다와 같이 당분이 많이 든 음료 대신 물을 마시라. 음식 접시를 과일과 야채로 채우라. 염분과 지방, 설탕이 많이 든 가공식품을 줄이라는 등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면서 가장 간단한 지침으로 “음식을 즐기라. 하지만 먹는 양을 줄이라”는 조언을 하고 있다. 너무 많이 먹어서 허리가 굵어지고 건강을 해치는 것이 많은 미국인들의 문제이다.
연방정부의 지침이라고 하기에는 사실 너무도 당연한 권고이다. 하지만 거대 식품회사들의 막강한 로비 앞에서 연방 감사관들이 이런 지침을 내놓은 것은 대단한 발전이라는 평가이다. 총 112페이지의 지침서 안에는 구체적으로 피자와 디저트를 덜 먹으라는 제안이 담겨 있기도 하다.
이전까지 지침은 설탕을 줄이라, 지방과 소금을 줄이라는 식이었을 뿐 구체적인 음식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았었다. 소비자들에게 음식을 덜 먹으라는 충고를 한 적도 물론 없었다.
“덜 먹으라는 지침은 정말 새로운 것이다. 수십 년 전부터 했었어야 하는 말이다”라고 공공이익 과학 센터의 마고 우턴 소장은 말한다. 그는 이번 지침이 ‘이해할 수 있고 실천할 수 있는’ 권고들을 담고 있어서 반갑다고 말한다. 이전의 지침들은 말만 거창했던 데 반해 이번에는 접시의 반을 과일과 채소로 채우라는 실질적 충고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에는 ‘과일과 야채를 더 먹으라’는 식의 지침이었어요. 그렇다면 햄버거에 토마토 한 조각을 얹어도 되는 것이었지요”
농무부의 영양정책 및 장려센터의 로버트 포스트 부소장은 이번 지침의 간단한 메시지들이 과거의 전문적 용어들보다 더 좋은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를 바라고 있다.
연방 식생활 지침은 기본적으로 소비자들과 연방 영양프로그램을 위한 것이다. 하지만 식품업계에 무언의 압박을 가할 것임은 자명하다. 예를 들어 이번 지침은 특히 나트륨의 양을 줄이도록 강조하고 있는 데 그렇게 되면 식품회사들이 가공식품을 만들면서 성분을 재조정하게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이번 지침은 식사량을 줄이도록 충고하고 있어 식당들이 압박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많은 식당들은 음식 양을 너무 많게 해서 연방 지침 기준으로 하면 두 사람이 먹을 만한 양이다. 이들 기업이 협조를 하지 않으면 일반 소비자들이 연방 지침을 따르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2주전 월마트는 자사 상표로 만들어지는 가공식품의 성분을 재조정하고 과일과 야채 가격을 낮추는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그렇게 되면 월마트에 식품을 공급하는 업체들 역시 압력을 받게 되리라는 것이 월마트 측의 판단이다.
아울러 퍼스트레이디 미셀 오바마 여사와 뉴욕의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도 식품 제조업체들과 식당들에 트렌스 지방과 나트륨의 양을 줄이도록 압력을 가했다.
몇몇 식품업체들은 이미 나트륨의 양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세계적 식품회사인 크래프트 푸즈의 대변인인 수잔 데이비슨은 이 부분에서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말한다. 크래프트 사는 오는 2012년까지 북미 제품들에 대해 나트륨의 양을 평균 10% 줄인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그리고 350개 상품에 대해서는 이미 목표를 달성했고, 차츰 1,000여 상품들에 대해서도 성분을 재조정하겠다고 그는 말한다.
소비자들이 염분 섭취량에 대해 신경을 쓴다는 점을 알고 있으니 그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염분 때문에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방법을 찾겠다는 것이다.
캠블 스프의 데이빗 스미스 부사장은 자사의 수백개 상품에 대해 나트륨을 줄인 상품을 같이 만들고 있고, 때로 일반 소금 대신 바다소금을 쓰기도 한다고 밝힌다. 캠블 사는 그 외에도 나트륨을 줄일 수 있는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지난 2005년 지침과 비교해 이번 지침에서 여러 영양분에 대한 권장량은 대체로 바뀌지 않았다.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나트륨을 줄이라는 것이다.
지난달 31일 발표된 이번 지침에 의하면 미국 인구의 절반 정도는 일일 나트륨 섭취량을 1,500밀리그램 이하로 줄여야 한다. 어린이, 흑인, 50세 이상 연령층, 고혈압이나 당뇨병, 만성신장질환이 있는 사람들이 이에 해당한다.
그외 다른 사람들은 최고 2,300밀리그램까지 섭취해도 된다. 티스푼 한 개 정도의 분량이다. 현재 미국인들의 나트륨 섭취량은 일일 평균 3,400밀리그램이다.
아울러 섭취 열량 중 포화지방산으로 얻는 열량을 10% 미만으로 줄이도록 이번 지침은 권장하고 있다. 포화지방산 대신 소위 좋은 지방 즉 불포화 지방산으로 대체하라는 것이다.
매 식사마다 과일과 야채가 접시의 절반을 차지하도록 하고, 무지방이나 저지방 유제품과 정제되지 않은 곡류 그리고 해산물을 추천한다.
연방정부의 식생활 지침에 식품업체들은 비상한 관심을 갖는다. 소비자들의 식사습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난 2005년 연방지침이 정제 곡류 대신 통밀이나 현미 등 천연 그대로의 곡류를 권장하자 식품업계는 즉각 제조성분들을 바꾸었다.
예를 들어 제너럴 밀스는 아침식사용 시리얼 재료를 이전에 쓰던 정제 곡류 대신 정제되지 않은 곡류로 바꾸었고 제빵업체들도 비슷한 변화를 거쳤다.
한편 웨이트 워처스의 과학담당 국장인 캐런 밀러-코바치는 ‘덜 먹으라’는 이번 지침을 가장 환영한다. 나트륨을 하루에 얼마, 지방을 얼마 …하며 복잡하게 말하는 것보다는 먹는 양을 줄이라는 간단한 한마디가 주는 메시지가 훨씬 분명하다는 것이다. 영양가 있는 식품들로 양을 적게 먹으면 대부분의 문제는 해결되기 때문이다.
<뉴욕 타임스 - 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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