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년의 성, 75세 이상 3분의1‘액티브’응답
노인에 대한 고정관념 잘못 입증
바이애그라 등 발기부전 치료
평균수명 연장 황혼사랑 꽃피워
오스트리아의 심리학자이자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인 지그문트 프로이드는 인간을 ‘성적 동물’로 규정하고, 인간행동의 가장 기본적인 원동력은 ‘리비도’, 즉 성적 에너지라고 주장했다.
리비도란 라틴어로 ‘욕망’을 뜻하는 말이다. 굳이 프로이드를 들먹이지 않아도 성욕이 인간의 가장 ‘원초적 본능’이라는 주장에 토를 달 사람은 그리 흔치 않을 것이다. 사실 인간은 성적으로 대단히 유별난 짐승이다. 학자들에 따르면 지구상에서 발정기가 따로 없는 동물은 인간과 아프리카 콩고지역에 서식하는 피그미침팬지 보노보 뿐이다.
하지만 이처럼 시도 때도 없는 인간의 유별난 성욕도 나이가 들면 감퇴한다. 그렇다고 성본능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물론 아니다. 이와 관련해 최근 내과연감(Annals of Internal Medicine)에 흥미로운 한 편의 논문이 실렸다. 1996년부터 2006년까지 75세에서 95세 사이의 호주 남성 2,783명을 대상으로 추적 조사를 실시해본 결과 이들 가운데 3명 중 한 명이 성적으로 액티브(active)한 것으로 나타났다. 간단히 말하면 75세 이상의 남성 고령자들 가운데 3분의1가량이 아직도 성생활을 접지 않았다는 뜻이다.
물론 조사대상자들의 나이를 감안, “지난해 한번 이상 성행위를 가진 적이 있는지”를 성적 활동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았다. 기준 시간단위가 주간이나 월간이 아니라 연간이다. 이 조사에서 ‘활화산’ 판정을 받은 남성들 가운데 57%가 그들의 현재 성생활에 만족을 표시한 반면 47%는 더 잦은 관계를 갖고 싶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한 전체 조사 참여자의 50% 가량이 섹스를 “삶의 다소 중요한 부분”이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 대학의 조우 하이드가 주도한 조사는 한 가지 방법상의 결함을 지니고 있다. 참여자들에 대한 조사가 실명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아무래도 답변의 신뢰도가 떨어진다. 노년의 성생활을 ‘주책없는 짓’으로 치부하는 부정적인 시각이 엄존하기 때문에 조사 참여자들이 정직한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또는 반대로 자신의 노익장을 과시하기 위해 특정 질문에 대해 ‘뻥튀기’ 답변을 내놓았을 수도 있다.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하이드의 연구결과는 즉각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미노인병연구소의 샤론 브랭먼 소장은 “사람들은 단지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성생활을 중단하지 않는다”며 “노인에 대한 고정관념이 잘못된 것임을 보여주는 연구결과”라고 평가했다.
노폭 소재 이스턴 버지니아 메디칼 스쿨의 노인병 전문의인 샤론 리드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의 조부모가 성적 욕망을 지니고 있다거나, 젊은이들과 같은 일을 하기 원한다는 사실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며 “인간의 가장 강력한 성기관이 뇌인데, 조부모의 뇌가 아직도 성적 활동을 원한다면 그건 눈살을 찌푸릴 게 아니라 격려해 주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조금 지나친 경우도 없지 않다. 브랭먼 소장은 심장발작을 일으킨 뒤 베타 블로커를 복용하던 8순 노인이 성생활이 전과 같지 않다며 그의 만류를 뿌리치고 약물 치료를 중단했다고 전했다. ‘남성’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건 고령자는 그 노인환자가 전부가 아니다. 사실 노인들이 복용하는 약품들 가운데 상당수는 성욕과 성기능에 영향을 미친다. 심장병 치료약과 항울제가 특히 그렇다. 이 때문에 의사들은 약물 치료에 들어가기 전 환자들에게 이에 관한 사전정보를 제공해 준다.
예전 같으면 일정 나이를 넘긴 남성 환자들의 경우 약물의 ‘부작용’을 별 거리낌 없이 순순히 받아들였지만 남성의 활력(vigor)을 나이애가라 폭포처럼 차고 넘치게 만들어준다는 뜻에서바이애그라로 명명된 발기부전 치료제가 등장한 1998년 이후 심장병이나 항울제 치료제에 뜨악한 반응을 보이는 노년 환자들이 늘어났다.
텍사스주에 거주하는 브렌타 커피(60)는 이같은 조사결과가 전혀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1980년 102세의 나이로 타계한 그녀의 고조부도 ‘남성’을 지키기 위해 심장병 치료제를 거부한 텍사스의 ‘노병’이었다. 그는 90대에 재혼해 인생 말년을 원기 왕성하게 지냈다고 한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헌법은 거의 예외 없이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고 있다. 몰론 나이를 불문하고 ‘사랑’할 수 있는 권리도 이론적으로 행복추구권에 포함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75세를 넘긴 노인의 ‘성적 권리’에 대한 사회적 이해와 인식은 미미한 수준이다. 평균수명 연장과 바이애그라의 등장으로 ‘노년의 성’은 이제 사회적 인식의 대대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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