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군 소속 장갑차가 카이로 다운타운에서 시위대에 둘러싸여 있다. 군은 이 날 발포하지 않았다.
■ AP·AFP가 본 아랍권 시민혁명의 원인
생필품가격 급등이 직접적 도화선
트위터 등 통한 정보혁명도 한몫
부드러운 듯 날카로운 재스민 향기가 튀니지에서 이집트, 알제리, 예멘 등 아랍권의 서슬퍼런 장기 공포체제를 위태롭게 하며 시민들을 거리로 뛰쳐나오게 하고 있다. 억압과 공포정치를 앞세운 중동국가에서 시민들을 거리로 내몬 원인은 무엇일까.
28일 AP·AFP 등 유수의 뉴스통신사와 서방 언론 등에 따르면 군부와 경찰을 장악한 장기 독재정권에 대한 정치적인 불만은 아랍권 시민혁명의 가장 중심적인 축이 되고 있다.
경기회복 과정에서 곡물 및 에너지 등 생필품 가격 급등에 따른 생활여건 악화는 독재 타도의 직접적인 도화선이다.
위키리크스와 인터넷 등으로 과거에 접근할 수 없었던 정보로 중무장한 대중은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킹 서비스(SNS)를 새로운 통신수단으로 활용, 독재정권의 정보 통제력을 무력화하고 있다.
‘사태가 어디까지 확대되느냐’보다 ‘누가 살아 남느냐’는 질문이 제기되는 형국이다.
◇장기 독재 따른 정치적 불만
대통령이 축출된 튀니지를 비롯, 현재 극심한 반정부 시위가 진행되고 있는 아랍권 국가 대다수의 공통점은 장기 집권 독재자가 있다는 점이다.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 전 튀니지 대통령은 무려 23년간 독재정권을 영위해 왔다.
대규모 시위가 진행되고 있는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은 무려 30년을 집권했다.
오는 9월 대선에서 83세의 무바라크가 6선 도전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아들인 가말 무바라크 집권 국민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에게 권력이 승계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예멘의 알리 압둘라 살레 예멘 대통령도 가난에 찌든 예멘을 30년 이상 장기 집권했다.
고인 물은 썩는 법. 장기 독재정권의 부패는 상시적인 불만 요인이었다.
대통령 일가가 과도한 재산 축적을 하는 과정에서 물의를 일으키는 것은 물론이고 하급관리들 사이에선 뇌물 수수가 만연했다.
서민과 대중, 힘없는 자들의 목소리가 철저히 외면받았고 합리와 이성이 경시됐다.
◇경기 회복기 인플레이션‘도화선’
하지만 아랍권을 뒤엎는 재스민 혁명의 직접적인 도화선은 ‘먹고 사는’ 문제였다.
높은 실업률로 생계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곡물 및 에너지 등 생필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서민의 분노가 폭발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됐다.
튀니지 혁명의 기폭제는 한 달 전 내륙의 한 소도시에서 일어난 대졸 청년 무허가 노점상의 분신이었다. 그의 분신은 장기 집권 속에 만성적인 실업과 고물가로 시달려왔던 주민들의 억눌린 심정을 폭발시켰다.
전체 2,300만 인구의 ⅓이 굶주림에 허덕이는 예멘 역시 높은 실업률과 석유 및 수자원 고갈 등으로 고전하고 있다. 알제리에선 곡물가격 급등이 반정부 시위의 단초가 됐다.
여타 주변 아랍권 국가 역시 고물가와 실업이라는 이슈에 대해선 다소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문제는 유사하다.
◇‘정보혁명’ 독재 타도의 배후 매개체
인터넷의 발달 이후 시작된 정보 혁명은 군부·경찰과 결탁해 공포정치를 일삼는 독재정권을 무너뜨리는 주요 매개체로 작용했다.
튀니지 혁명의 경우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미국 외교전문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
튀니지 주재 미 대사관은 2008년 6월 본국에 보낸 전문을 통해 “벤 알리 대통령 일가가 돈, 서비스, 토지, 자산, 아니면 당신의 요트까지 탐내며 원하는 것을 손에 넣고 있다”고 보고했다.
벤 알리 대통령의 조카 두 명이 2006년 한 프랑스 기업인으로부터 요트를 빼앗은 사실, 대통령 사위 모하메드 사헤르 엘-마테리가 집에 온갖 고대 유물과 최고급 음식, 심지어 애완용 호랑이까지 두고 있다는 사실 등이 드러나면서 공분을 샀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 서비스는 독재정권의 정보 통제력을 무색하게 했다.
◇“아랍권 전역 영향권… 개혁이 해결책”
브루한 갈리온 프랑스 현대동양연구센터장은 “튀니지 사태는 두려움이라는 족쇄를 부숴버렸다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사람들은 한 정권을 순식간에 무너뜨리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26일 스위스에서 개막한 다보스 포럼에 참석 중인 아므르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과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은 아랍권이 개혁을 통해 이번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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