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세상에는 머슴이 없다. 그러나 머슴처럼 사는 분들이 있다.
내가 아는 어느 분은 근 20년 동안 볼티모어시의 가난한 주민들에게 음식이나 생필품을 제공하고 있다. 이제는 노인이 된 그분이 아파트를 오르내리며 그들을 섬기다보면 허리도 아프신 모양이다. 그 분은 머슴이 주인을 섬기듯이 그들을 섬기는 것 같다.
또 어떤 분은 추수감사절 즈음이면 지역 주민에게 자기 가게에서 무료로 음식을 제공한다. 그래서 지역 주민들은 그를 ‘Good man’으로 부른다고 한다.
그와 유사한 사례들이 주변에서 많이 들린다. 어둡고 냉랭한 사회는 그런 분들의 선행으로 인해 일부분이나마 밝고 따뜻하게 만들어진다.
그 속에서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솔직히 부끄럽다. 볼티모어에서 가게를 처음 시작하면서 많은 갈등을 겪었다. 십대 아이들의 욕지거리와 횡포, 음식을 재촉하는 사람들의 아우성, 돈을 냈다 안냈다, 거스름돈을 받았다 안 받았다 하는 끊임없는 실랑이, 음식 쓰레기를 함부로 버려 주변을 난장판으로 만들기 등등. 현실을 현실로 받아들이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그러던 어느 시점에서 나의 마음이 치유되며 회복되기 시작했다. 나의 마음을 내려놓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그들이 적이 아니라 나의 손님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렇게 짓궂었던 아이들도 점차 서로 익숙해지면서 가게의 분위기도 정돈되는 듯 했다. 현실적인 상황은 사실 크게 변한 것이 없을 수 있다. 현실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이 변한 때문일 수도 있다.
이제는 손님들을 섬기는 마음으로 대하려고 노력한다. 가끔씩 열 받을 때도 있지만.
내가 조금 변한다고 해서 사회가 변하겠는가. 그러나 작은 소리가 모여 큰 울림이 될 수 있다. 이제 불황의 긴 터널 속에서 잔뜩 움츠려진 어깨를 새롭게 펴자. 그리고 눈을 들어 더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자. 나도 머슴의 도를 실천하는 한 사람이 되고 싶다.
김진식/ 자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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