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으로 책은 어떻게 될까, 서점의 앞날은?”
한때 확장에 확장을 거듭하며 미국의 서점업계를 잠식하던 보더스가 존폐위기를 맞았다. 지난달 출판사들에 대한 지불기한을 연기했고, 파산이 멀지 않았다는 전망이 높다. 거대 업체의 몰락을 바라보는 군소 독립서점들은 심란하다. 기업형 체인 서점의 등장으로 동네 서점들이 줄줄이 문을 닫았는데, 이제 그 대기업마저 무너지고 있는 것이 서점업계의 현실이다. 미전국의 독립서점들은 온라인 판매, 카페나 와인 바 운영 등 새로운 시도를 하며 생존전략을 모색 중이다.
잘 나가던 거대 체인 보더스 파산위기
서점들 카페·와인바 겸하며 변신 시도
트위터에 가입하라. 와인 바를 만들어라. 생일파티 장소로 대여하라. 아니면 캔사스에서 온 베테란 서점 주인이 신랄하게 내뱉듯 ‘그냥 책만 팔아라’.
지난 주말 버지니아에서 열린 독립 서점운영자 연례회합에서 나온 제안들이다. 전국에서 모인 500여 서점 주인들은 서점의 장래를 두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회합에는 출판업자들도 참석해 고객인 서점운영자들과 어울리며 앞으로 나올 유망한 책들을 홍보했다.
참석자들은 온갖 어려움을 견뎌온 군소 독립서점의 주인들이다. 처음 이들이 넘어야할 장벽은 확장일로로 뻗어나가던 기업형 체인 서점들이었다. 그 다음에는 불경기라는 벽을 넘어야 했다. 그런데 이제 그들을 위협하던 거대기업 보더스가 비틀거리고 있다. 그 강력했던 적이 무너져 내리는 상황이 자신들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그들은 자문하고 있다.
“물리적으로 책을 파는 세계에서 덩치가 크다는 것은 더 이상 자산으로 간주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제 알고 있다”고 독립서점 북스 & 북스의 주인인 미첼 카플란은 말한다. 북스 & 북스는 플로리다 남부지역에서 가게들을 운영하고 있다. 규모가 아니라 책 선정과 서비스 그리고 분위기가 사업을 좌우한다고 그는 말한다.
전국 서점협회의 통계를 보면 독립 서점들은 지난 수년간 내리막길을 거쳐 이제 안정단계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싸움이 끝난 것은 아니다. 아마존이 여전히 온라인 서적판매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최대 체인인 반스 & 노블은 디지털 시대에 맞게 변신을 시도 하고 있다.
미국 서점업계에서 이들 독립서점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 소매시장의 10% 정도이다. 책 시장이 대변혁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들 업주 역시 온라인 판매나 다른 돈 되는 사업을 병행하는 등 변신을 통한 생존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지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맨해턴, 뱅크 스트릿 북스토어의 디렉터, 베스 퍼퍼의 말이다.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완전히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 기존의 방식으로는 이제 통하지가 않을 것이기 때문이지요.”
독립 서점 운영은 이제 전같이 간단한 게 아니다. 훨씬 복잡한 작업이 되었다. 온라인 판매도 해야 하고 웹 디자인에도 신경을 써야 하고, 홍보를 위한 소셜 미디어 동원도 시도해야 한다. 이런 새로운 현실에 업주들은 힘겨운 적응을 하고 있다. 물론 인터넷과 함께 성장하고, 트위터에 빠져 사는 젊은 서점 주인들에게는 훨씬 수월한 일이다.
연례 회합이 열린 크리스털 게이트웨이 매리옷 호텔에서 미시건에서 온 서점주인 매트 로크로스는 지난 21일 회원들에게 서점 웹사이트 설치하는 법을 지도했다. 아마존에 빼앗긴 고객들을 일부라도 끌어서 종이 책과 전자책을 팔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많은 서점들이 최근 구글을 통해 웹사이트를 마련하고 전자책들을 팔기 시작하며 가격을 대개 아마존과 같게 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런 사실을 고객들에게 알릴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어떻게 고객들과 소통을 할 수 있을 지 그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노크로스는 말한다. 그는 미시건, 피토스키에서 맥클린 & 이킨 북셀러스를 운영하고 있다.
온라인 구매를 독립서점을 통해서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고객들은 생각하지 못한다고 뉴욕, 그렌스 폴스의 레드 폭스 북스 주인 나프탈리 로텐스트리치는 말한다. 지금 고객들의 사고방식으로 온라인 구매는 아마존 아니면 반스 & 노블에서 하는 것이다. 그런 의식이 바뀌어야 하는데 때가 되면 그렇게 될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서점에서 책 이외의 다른 상품을 추가하는 실험들도 많이 시도되고 있다. 반스 & 노블이 매장 안에서 커피점을 운영하고 장난감과 게임류를 판매하는 식이다.
매서추세츠에서 3개 서점을 운영 중인 휴고 북스토어스 대표 존 휴고는 스페인어와 뜨개질 강좌를 시작했다. 아이오와, 체로키의 시골 동네 서점인 더 북 바인의 소유주인 몰리 러플린은 서점에서 책과 함께 고급 와인을 팔고 있다.
이런 새로운 시도들은 이번 웍샵에서 열띤 토론의 대상이 되었다. 서점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식의 변형된 비즈니스 모델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이를 통해 고객의 관심을 끈다면 실제로 얼마나 이윤이 증대되는 지 등에 대한 의문들이 제기되었다.
일리노이, 피오리아 하이츠에서 서점 겸 와인 바를 운영하는 매리 베스 네블은 와인 비즈니스는 사람들을 가게로 끌어들이기 위한 마케팅 수단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카페를 갖춘 대형 서점들을 상대로 경쟁할 기회를 얻는다는 것이다.
서점에서 커피나 제과류, 선물 등 다른 상품들을 팔게 되면 주상품인 서적 판매와 어떻게 균형을 잡을 지도 업주들에게는 중요하다고 회원들은 말한다.
사람들이 서점 안으로 들어서면서 ‘책도 파는 장난감 가게로구나’하고 생각하면 곤란하다는 것이다. 우선은 어떻게 하든 손님들이 가게 안으로 발을 들여놓게 하고 그 다음에는 다른 것, 즉 책으로 손님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고 캔사스, 위치타에서 워터마크 북스 & 카페를 운영하는 새라 바그비는 말한다.
가만있어도 손님들이 와서 책을 사가던 시대는 지나갔다는 사실을 독립서점 협
회 회원들은 절감하고 있다. 공룡 같은 거대한 몸집으로 자신들을 위협하던 보더스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며 동네 서점 주인들은 착잡하다.
<뉴욕 타임스 - 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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