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카이프, 페이스북이 묶어주는 신세대 ‘장거리 교제’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Out of sight, out of mind)는 경구(警句)가 시사하듯 사람 사이의 ‘물리적 거리’는 시간의 흐름에 얹혀 서서히 ‘감정적 간격’으로 진화한다. 역으로 말하면, 먼 곳의 친척보다 이웃이 더 가깝게 느껴지는 ‘이웃사촌’의 이치다.
찬텔 웰프와 그녀의 남자친구 콜린 소렌센은 매주 수차례 스카이프 영상대회를 갖는다.
영상통화·온라인·접속통해 실시간 대면
캠퍼스 커플보다 오히려 생산적 주장도
가까이 있는 유혹·오해와 질투 극복해야
아리아 로스는 남자친구 제이크 블럼에게 키스로 봉한 편지를 즐겨 보낸다.
이성간의 사랑에서도 거리는 관계 유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연인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자신의 시야 속에 잡아두고 싶어 한다. 손을 뻗으면 언제든지 닿을 수 있는 거리, 그것이 사랑의 ‘물리적 적정거리’다. 이처럼 상대와의 거리를 없애려는 욕망이 사랑의 속성임을 감안하면 ‘원거리 관계’ 혹은 ‘장거리 교제’는 불가능한 관계를 뜻하는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찬텔 웰프와 콜린 소렌센은 장거리 교제를 통해 벌써 2년째 달콤한 밀착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콜로라도주 그릴리에서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웰프와 소렌센은 하이스쿨 주니어 시절 친구가 됐고, 1년 뒤인 크리스마스 연휴기간에 연인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웰프가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서폭 유니버시티(Suffolk University)로, 소렌센이 콜로라도 주립대학으로 진학하면서 둘의 진로는 갈렸다. ‘어린 연인들’에게 피할 수 없는 첫 사랑의 시련이 닥친 셈이다. 웰프와 소렌센은 같은 처지에 처한 그들의 선배들이 그랬듯 “몸은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늘 함께 하자”는 약속과 함께 각자의 길을 떠났다. 그리고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도 이들의 사랑은 뿌리 깊은 나무처럼 튼실하게 성장했다.
올해 소렌센과 함께 뉴질랜드로 1년간 유학을 떠날 예정인 웰프는 “스카이프(Skype)가 우리의 관계를 이어준 사랑이 도우미였다”고 말한다. 스카이프가 없었다면 원거리 교제를 지탱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고백이다. 온라인 영상통화 프로그램인 스카이프로 언제 건 서로 얼굴을 보며 대화를 할 수 있었기에 치명적인 ‘물리적 거리’를 극복해냈다는 것. 스카이프뿐 아니라 사교 네트웍인 페이스북 역시 ‘관계 도우미’ 역할을 충실해 해주었다. 기숙사로 들어간 뒤 처음 몇 달동안은 수업시간 이외의 모든 가용시간을 소렌센과의 영상통화와 페이스북 채팅으로 보냈다. 그것도 모자라 컴퓨터 접근이 안 되는 야외에서는 셀폰으로 텍스트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둘 모두 아이폰을 구입한 다음에는 공간의 제약마저 벗어나 어디서건 스카이프로 접속해 영상대화를 나누었다. 이렇게 6개월을 지내고 나니 내심 불안스러웠던 관계지속에 자신이 붙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둘의 온라인 ‘접속’은 각자의 학업과 교내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상호합의 하에 조절됐다.
디지털 시대의 통신기술 덕에 “몸은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함께 하자”는 허망스런 약속이 지켜진 것이다. 웰프와 소렌센이 스카이프와 아이폰 이전 세대에 속한 같은 처지의 선배 커플들에 비해 분명 유리한 입장이었다. 하지만 디지털기기들에도 불구하고 물리적 거리가 초래하는 불이익을 완전히 극복하기란 불가능하다.
스카이프와 아이폰, 페이스북 등 다양화된 디지털 환경으로 다소 개선되기는 했지만 ‘님은 먼 곳에’ 있고, 유혹은 가까이 있는 원거리 관계는 질투와 오해의 지배를 받는 불안전한 관계이다. 이타카대학 카운슬링 센터의 부소장이자 심리학자인 수키 몽고메리 홀은 “대학은 피끓는 젊은이들이 모인 곳이고, 멋진 데이트 상대가 널린 곳이기 때문에 새로운 관계를 만들기에 이보다 더 좋은 환경은 없다”며 “그러다보니 원거리 교제 상대의 부정행위와 관련해 상담실을 찾는 신입생들이 외외로 많다”고 귀띔했다.
원거리 관계가 신입생들이 새로운 캠퍼스생활에 적응하는데 방해가 된다는 지적도 있다. 코네티컷 칼리지 교수인 제퍼슨 싱어는 “낯선 환경에 직면한 신입생들은 고교시절에 형성한 익숙하고 친밀한 관계에 의지하려는 경향을 보인다”며 “그러나 ‘원거리 관계’에 치중해 새로운 캠퍼스 생활에 몰입하지 못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고교시절의 첫 사랑을 이어가고 있는 학생들 가운데 일부는 “어디에서, 누구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할지 고민할 때가 많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펜실베니아 버크넬 유니버시티에 재학중인 고교시절 남자친구와 온라인 교제를 이어가고 있는 코네티컷 칼리지 3학년 리사 카렌스는 수업, 연극반 리허설, 운동, 커뮤니티 봉사활동, 아르바이트 등으로 눈코뜰새 없이 바쁜 대학생활을 하고 있다며 원거리 교제가 새로운 경험에 방해가 된다는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웰프도 소렌센과의 장거리 관계가 학교생활을 충실히 하는데 오히려 도움을 주었다고 주장했다.
신세대 젊은이들의 갈라서기 행태를 다룬 ‘브레이크업 2.0’(Breakup 2.0)의 저자 이아나 거션 인디애나 유니버시티 부교수는 “집필과정에서 인터뷰한 ‘원거리 교제’ 학생들 대부분이 캠퍼스 내 이성관계야말로 공부와 과외활동, 새로운 친구들과의 만남 등에 필요한 시간을 잡아먹는다는 견해를 보였다”며 ‘장거리 관계’가 생산적인 캠퍼스 생활을 꾸려가는데 방해가 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뉴욕타임스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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