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트너를 통해 각자의 삶이 더욱 의미있어야”
동화 속의 주인공인 왕자와 공주는 절대 이혼하지 않는다. 동화는 한결같이 “둘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끝난다.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되고’, ‘죽음이 둘을 갈라놓을 때’까지 알콩달콩 해로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바로 그래서 ‘동화’다. 현실은 다르다. 현재의 이혼율로 보면 오늘 결혼한 세 쌍의 신혼부부 중 최소한 한 쌍은 “오래오래” 함께 살지 못한다. ‘오래오래’같이 살았다 해서 그들의 결혼생활이 반드시 ‘행복’했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도 없다. 자식 때문에, 종교적인 신념 탓에 혹은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로 마음은 굴뚝같지만 갈라서지 못하는 부부도 적지 않다.
경제적·사회적 ‘제도’로서의 결혼에서
지식과 경험을 축적하는 ‘자기확장’으로
두사람 사이 관계 강력해지고 지속 가능
서로에게 최선의 것을 이끌어내고 서로가 이상적인 목표에 도달하도록 돕는 동반자적 관계에서 가장 큰 행복과 만족감을 느낀다는 게 ‘미켈란젤로 효과’다.
오래 지속되는 결혼이 곧 성공적이고 행복한 결혼이라는 등식은 늘 성립되는 게 아니다. ‘적과의 동침’도 얼마든지 있다.
그렇다면 성공적인 결혼이란 어떤 것일까.
뉴욕주립대학 대인관계연구소의 소장이자 심리학 교수인 아서 아론 박사는 “‘나’에게 개인적 만족감을 제공하는 지속가능한 결합”이라고 정의한다. 수세기 동안 결혼은 경제적, 사회적 ‘제도’로 여겨져 왔다. 배우자의 정서적 혹은 지적 욕구의 충족은 결혼생활을 지탱하는데 있어 부차적인 문제였다. 남성의 ‘노동력’과 여성의 ‘생산력’이 결합, 남들 하는 대로 자식 낳아 기르며 먹고 사는데 충실한 관계이다.
그러나 현대적 의미의 결혼은 ‘제도적 관계’가 아니라 각자의 삶을 더욱 의미있고, 즐거우며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동반자적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소재 브리예 대학 연구원인 캐릴 루스불트는 이를 ‘미켈란젤로 효과’로 정의했다. 이탈리아의 조각가 미켈란젤로가 대리석 덩어리를 쪼고 다듬어 최상의 조각품을 만들어내듯, 서로에게 최선의 것을 이끌어내고 서로가 이상적인 목표에 도달하도록 돕는 관계에서 ‘동반자’들은 가장 큰 행복감과 만족감을 느낀다는 것.
지식과 경험의 축적을 심리학에서는 자기확장(self-expansion)이라 부르는데, 뉴저지주 먼마우스대학 개리 W. 르완도우스키 교수는 서로가 파트너를 통해 자기확장을 이룰 수 있을 때 둘 사이의 관계는 더욱 강력하고 지속 가능해진다고 강조한다.
“당신이 원하는 자기확장을 파트너로부터 얻을 수 있다면 그 파트너는 당신의 마음 속에서 더욱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겠지요. 또 당신의 파트너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는 건 그 자체로 당신에게도 큰 기쁨이 아닐까요.”
자기확장이라는 말이 다소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사실 별 게 아니다. 데이트 중인 사람들은 주말여행이나 운동경기 관람 등 상대방에 의해 새로운 경험을 접하게 될 때마다 즐거움을 느끼는데 이같은 크고 작은 경험이 바로 자기확장이라고 르완도우스키 교수는 설명한다.
UC샌타크루즈는 대학생 325명을 대상으로 이에 관한 간단한 실험을 했다. 학부생들에게 10주에 걸쳐 다섯 차례 질문지를 나눠준 뒤 3분간 “오늘의 나는 누구인가”라는 주제로 자신을 묘사하고, 이성교제 등 최근 경험에 대해서도 간단히 적도록 했다. 그 결과, 사랑에 빠졌다고 응답한 학생들이 별 볼일 없이 지낸 학생들에 비해 훨씬 다양한 어휘로 자신을 묘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요컨대 새로운 관계가 자기확장을 가져왔고, 스스로를 바라보는 시각이 확대된 것이다.
“사랑을 한다는 것은 타인을 내 자아에 포함시킨다는 뜻이죠. 따라서 ‘나’는 갑작스레 전에는 없던 사회적 역할과 정체성을 갖게 됩니다. 타인이 내 안으로 들어와 나를 키우는 셈입니다. 사랑을 하면 이같은 자기확장 과정이 급속히 이루어지면서 뿌듯한 충만감과 희열을 느끼게 됩니다.” UC샌타크루즈의 조사결과에 대한 아론 박사의 해석이다.
또다른 연구에 따르면 장기적 관계를 유지한 배우자들은 상대의 특성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을 보인다. 오래 살다 보면 부부가 서로 닮아간다는 게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아론 박사는 기혼자들에게 ‘야심만만하다’ ‘예술적이다’등등의 개인적 특성이 나열된 설문을 나눠주고, 자신과 배우자가 지닌 특성을 골라내 각기 점수를 매기도록 했다. 그 후 1주일 뒤 이들이 찍어낸 특성이 자신의 것인지, 아니면 배우자의 것인지 하나씩 물어보았다. 그 결과 자기만의 특성이라고 답한 항목에 대해서는 답변속도가 빨랐지만 그 외의 겹치는 항목에 대해서는 누군의 것인지 다소 헷갈리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결혼생활을 통해 ‘나’를 잃어버렸다는 뜻이 아니다. 상대의 특성을 받아들이며 ‘성장’했다는 의미다. 앞서 말한 자기확장이 일어난 것이다. 전에는 ‘나’의 것이 아니었고, ‘나’와는 무관했던 활동과 특성, 행동들이 이제는 ‘나’ 혹은 ‘내 인생’의 한 부분이 되었음을 시사한다.
아론 박사는 르완도우스키 교수와 함께 일곱 쌍의 원을 이용, 부부의 ‘동반자적 관계’를 가늠해 보는 실험을 한 후 그 결과를 2009년 심리학 저널에 발표했다. 7쌍의 원 가운데 첫 번째 쌍은 서로 완전히 떨어져 있다. 다음의 쌍부터 원들은 서로 겹치기 시작, 마지막 쌍은 거의 포개어진 상태다. 아론 박사는 기혼자들에게 그들의 부부 관계에 가장 가깝다고 생각되는 쌍을 고르도록 했다. 그 결과 결혼생활에 권태를 느끼는 부부들은 완전히 분리됐거나 겹치는 부분이 적은 원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새롭고 흥미로운 경험을 함께 나누는 커플들은 겹치는 부분이 큰 원을 골랐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을 개선하고 싶어 합니다. 한 개인으로서의 ‘나’에게 새로운 무엇인가를 추가하고 싶어 하지요. 만약 당신의 파트너가 당신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돕는다면, 당신은 더욱 행복해지고, 파트너와의 관계에서 큰 만족을 느끼게 됩니다.” 르완도우스키 교수의 결론이다.
<뉴욕타임스-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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