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님이시어, 높이높이 오르시어멀리멀리 비추어주소서.저자 거리를 다니고 계신가요.진 곳을 디딜까 두렵습니다.아무 곳이든 짐을 놓으세요.그대 가는 곳이 저물까 두렵습니다.
’정읍사’라고 불리는 이 시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글 가요로 백제시대 정읍의 한 행상인의 아내가 남편이 무사히 귀가하기를바라며 읊은 노래이다. 행상을 지고 먼 길을 여행하고 돌아오는 남편을 위해 달님에게 높이높이 올라 멀리멀리 비추어달라고 하는아내의 남편에 대한 애틋한 사랑. 참 생각만 하여도 마음이 푸근하고 따뜻해진다.
올해의 초에는 ‘한국의 소리’라는 주제로 열린 우리나라 전통음악을 들으면서 새날을 맞이하였는데, 우연일까. 이렇게 수만리먼 타국에서 한 해의 마무리도 또한 우리 음악과 춤으로 함께 하게 되었다. 지난 12월 14일과 18일에 있었던 대전문화재단과UCLA 민속음악학과의 후원으로 “한국의 전통 음악과 춤, 세계무대에 서다”라는 주제로 샌프란시스코 한국 문화원과 로스앤젤레스한국 문화원에서 열렸던 송년 음악회.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두 음악회를 뜻하지 않게 모두 볼 수 있는 기회를가지면서 잠시 삶의 힘든 일상 속에서 벗어나 마음 깊이 흥과 멋을 살려내는 시간을 가졌다.
궁중 무용 중의 하나인 ‘태평무’를 볼 때는 꼭 내가 왕이 된 기분이, 선비들의 여가를 즐기는 멋이 살아있는 ‘천년만세,’단소와 생황의 화음이 아름다운 ‘세령산,’ 대금독주 ‘상령상과 청성곡’을 들을 때에는 잠시 소리로 선정(禪定)에 들고,서민들의 삶이 그래도 녹아 있는 다양한 민속춤과 민요와 해금 산조의 가락 속에서는 나도 모르게 마음과 몸이 함께 춤을 추게된다.
예술은 원래 무대에서 시작하지 않았다. 즐거울 때 저절로 흥얼흥얼 나오는 노래 소리에서, 흥을 돋우면서 노동의 노고를 줄이기위해서 불렀던 노래에서, 그리고 ‘정읍사’와 같이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는 마음을 읊은 것에서부터 소박하게 시작한 것이 세월속에서 예술혼으로 승화되어 표현하는 것이 바로 음악과 춤이다. 그래서 언제든지 이런 자리가 열리는 곳에는 시공간을 초월하여우리 안에 숨겨 있던 아름다움과 멋과 흥이 살아나게 된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음악과 춤을 통해서열렬히 환호하고 기뻐하고 박수치는 관객들이 보여준 그들 안에 숨겨져 있던 예술의 혼이다.
한국에서 열 시간이 넘는 비행을 마다하지 않고 이번 음악회를 위해서 온 ‘여민풍류회’와 ‘최영란 무용단,’ 여기에 함께 베이지역에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우리의 흥과 멋을 지켜오는 ‘우리사위,’ 그리고 대전문화재단과 같이 지역 사회의 시민들을 위한문화 행사를 후원해주는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또한 무엇보다도 삶의 어려움 속에서도 예술의 혼을 잊지 않고 음악과춤에 공감하면서 어깨춤을 추고 장단을 맞추면서 아름다움에 환호를 하는 멋진 분들과 함께 이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고 있으니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 일인가.
한 해가 어느덧 저물어 가고 있다.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나면 화려했던 크리스마스의 불빛도 하나 둘 사라지고, 쇼핑 몰에서선물을 사기에 분주했던 사람들의 발걸음도 이제 조용해져간다. 2011년 새해를 앞두고 있는 지금, 사람들의 마음속엔 어떤 생각들이 자리 잡고 있을까. 분주한 송년 모임도 이제 하나 둘 마무리 짓고, 이제 혼자만이 고요하게 앉아서 따듯한 차 한잔을 마시는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시간. 12월을 멋진 음악과 춤으로 한 해의 노고를 모두 잊게 해준 모든 분들에게 조용한감사의 메시지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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