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디로 참 힘든 한 해였다. 필자가 1984년 워싱턴 지역에 변호사 사무실을 연 이래 이만큼 한인사회가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적이 없었다. 꽁꽁 언 부동산, 건축 경기는 한인사회에 큰 타격을 주었고, 이와 직접 관련된 융자, 보험 업체들뿐만 아니라 많은 한인들이 운영하는 세탁소, 컨비니언스 스토어를 비롯한 스몰 비즈니스들로 부터 의사, 회계사, 변호사 등의 전문 직종까지 모두 힘든 한 해를 보낸 듯하다.
점심시간 때 찾아가는 한인식당들의 휑한 테이블 모습은 필자의 마음도 휑하게 만들곤 했다. 융자상환을 못해 집을 차압 당하고 가게 렌트를 못내 건물주로부터 퇴거 조치를 당하는 사람들도 부지기수였다. 경제적인 어려움이 가정불화와 정신질환으로 연결되는 것도 보았다.
워싱턴 지역은 상대적으로 실업률이 낮았다고 하지만, 주위에서 직장을 잃거나 구하지 못해서 오랫동안 맘 고생하는 사람들도 많이 보았다. 특히 학교를 마치고 사회에 진출키 위해 고용시장의 문을 두드렸으나 암울한 현실의 벽에 부딪쳐 좌절하는 젊은이들에게 이러한 어려운 상황을 초래한 기성세대의 일원으로 많이 미안했다.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치거나 학원에서 강사로 일하겠다고 지원하는 아이비리그 대학 출신자들 수가 상당히 늘어났다는 사실이 청년 취업시장의 어려움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듯 했다.
나에게 변호사 사무실은 좀 어떠냐고 물어오는 분들에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고객의 절반은 채무를 이행 못해서 오시는 분들이고 나머지 절반은 채권을 행사치 못하셔서 찾아오시는 분들이라고 대답하곤 했다. 다행히 내년에는 경기가 좀 풀릴 전망이란다. 새해에는 모쪼록 이러한 경제적 고통, 취업의 어려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그리고 힘들었지만 그래도 좌절하지 않고, 넘어져도 일어나는 오뚝이 정신을 발휘해 새해에는 우리 한인들 모두 희망찬 걸음을 힘 있게 내딛을 수 있기를 바란다.
사실 나도 새해에 개인적으로 중요한 결정을 다시 한번 해야 하는 입장이다. 4년의 교육위원 임기가 2011년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이제 11월이면 또 선거가 있는데 선거출마에 대한 생각을 곧 정리하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 주위에서는 교육위원회 외에 주 의회 의원과 같은 다른 선출직에 도전하는 것을 권하는 분들도 계시다. 그러나, 주 의회 도전은 여러가지 변화와 희생을 감수해야하는 일이다. 선거에서의 승리 가능성 여부는 차치하고서라도 주 의회에 진출했을 때 매년 최소한 한 달 반이나 두 달간을 주 의회가 위치한 리치몬드에서 보내야 하는데, 이 경우 나의 개인생활이 현재의 형태로 유지될 수 없음은 자명한 일이기 때문이다.
작년 보궐선거에 도전했다가 단 89표차이로 실패했던 브래덕 지구 수퍼바이저 자리에 재도전해보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겠다. 물론 그 때는 공석을 놓고 상대후보와 경합을 벌였으나 이제는 상대후보가 현직이란 이점을 갖고 출마하니 그만큼 나에게는 좀 더 힘든 경합이 될지도 모른다.
또한 그 이전에 먼저 다시 당내 경선부터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어느 선출직이든지 내가 출마함으로써 이루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고 이에 대한 확신이 제대로 서 있는지 스스로 다짐해보는 일일 것이다.
오는 2월이면 작년에 실시한 인구조사 결과의 정확한 자료가 카운티에 전달되어 한 두어 달 간에 걸쳐 선거구 조정이 대략 마무리된다. 선거구 조정이 이루어지는 동안 나의 마음도 조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그것이 나를 지지해주시는 여러분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란 생각이 든다. 1995년부터 작년의 보궐 선거까지 총 6번의 선거를 거치면서 그동안 항상 나를 아껴주시고 도와주셨던 여러분들께 감사한다. 잘못하는 것도 많고 여러모로 부족한 사람임에도 지금까지 계속 믿어주신 사랑을 늘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2011년 새해를 맞으면서 내가 계속 씨름해야 될 숙제다. 많은 기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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