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버 스톤 "한국, 국토.자원에 비해 놀라운 발전"
"우리는 치료가 필요한 환자입니다."
미국 할리우드의 거장 올리버 스톤(64) 감독은 14일 부산의 한 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탐욕스런 자본주의 시스템 내에 사는 현대인의 처지를 빗대면서 한 말이다.
스톤 감독은 ‘월스트리트:머니 네버 슬립스’가 부산국제영화제 갈라프레젠테이션 섹션에 공식 상영되면서 영화제에 초청됐다. 1998년에 이어 두 번째 부산행이다.
1974년 호러장르의 ‘지옥의 여왕’으로 데뷔한 스톤 감독은 ‘미드나잇 익스프레스’(1978)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았다. 베트남전을 소재로 한 ‘플래툰’으로 1987년 아카데미 감독상, 작품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후 마이클 더글라스 주연의 ‘월스트리트’(1987), 톰 크루즈가 반신불수로 출연한 ‘7월4일생’(1989), 록가수 짐 모리슨의 일대기를 다룬 ‘도어스’(1991),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사건을 소재로 한 ‘JFK’(1991) 등을 만들며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떠올랐다.
올해 칸 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소개되기도 했던 ‘월스트리트: 머니 네버 슬립스’는 87년작 ‘월스트리트’의 후속편이다.
영화는 미국발 금융위기의 파고 속에 펀드매니저들의 자살이 잇따르는 월가의 살풍경을 한 축으로 하고, 딸 위니(캐리 멀리건)와 화해하려는 게코(마이클 더글러스)의 노력 과정을 다른 축으로 한다.
전편에서 내부자 거래를 통해 시세 차익을 올린 혐의로 수감된 게코가 8년 만에 출소한다. 그가 갇혀 있던 기간, 아내는 떠나고 아들은 사고로 숨진다. 남아 있는 딸 위니는 아버지의 얼굴도 보려 하지 않는다.
전편보다 자본에 대한 냉소가 더 짙어졌다. 스톤 감독은 9·11 이후 더욱 공고화된 자본주의를 풍자하면서 "돈은 WMD(대량살상무기)"라고 주장한다.
스톤 감독은 영화에서처럼 기자회견에서도 현대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장광설을 늘어놓았다. 탐욕으로 무장한 자본주의가 계속되는 한 2008년 전 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 같은 경제 위기는 계속될 것이라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런 말이 있어요. 은행이 비대해져 절대 망하지 않는다고요. 하지만, 그런 말이 사실인지는 모르겠어요. 망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이번 영화는 2008년 금융위기를 배경으로 탐욕과 배신, 신뢰와 사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스톤 감독은 지금까지 자신의 인생에서 4번의 불경기를 경험했다고 했다. 1960년대 베트남전으로 촉발된 경기침체, 1980년대 레이건 정부 시절의 불경기, 1990년대 말 닷컴버블, 그리고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주택시장 버블이다.
그는 "버블을 일으킨 범인이 있지만, 지금까지 그 범인이 한 차례라도 처벌받은 전례가 없다. 그들은 바로 거대 은행들"이라며 "우리는 책임지지 않는 사회에 살고 있다. 이는 현대의 병이다. 탐욕스런 자본주의가 계속되는 한 앞으로도 버블이 계속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에서는 숨겨진 진실이 거대언론이나 정부 조사에 의해 밝혀지지 않는다. 프로즌트루스(Frozen Truth)라는 블로그 형태의 인터넷 언론을 통해서 진실의 민얼굴이 드러난다.
주류 언론에 대한 실망감 때문에 그 같은 장면을 넣었느냐는 질문에 스톤 감독은 "인터넷은 진실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공간이지만 대량살상무기가 될 수도 있다. 거짓 소문을 퍼뜨릴 수도 있기 때문"이라며 "어떤 것이든 뚜렷한 흑과 백은 없다. 모든 건 회색일 뿐이다"고 했다.
월가를 성토하던 그는 한국 금융시스템에 대해서는 칭찬 일색이었다. 부인이 한국인인 그는 "한국인은 열심히 일하고 저축을 했으며 건전한 금융시스템을 만들었다"며 "국토, 자원 등을 고려했을 때 (한국의 성공은) 정말 놀라운 결과다. 미국은 한국인들이 어떻게 저축하고 일하는지를 배울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아시아 영화에 대해서는 "1960년대 베트남에 근무하면서 쿵푸영화 등 다양한 영화를 봤다. 현재 영어가 지배적인 언어라 영어로 만들어진 할리우드 영화가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어떤 영화든 세계 문명의 발전에 다 기여한다"고 했다. 특히 한국영화에 대해서는 "변화의 선두주자이며 2000년도부터 놀라운 도약을 했다"고 칭찬했다.
그는 줄곧 사회비판적인 영화를 만들어왔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그러한 영화를 만들어 갈까.
"사람들이 제 영화에서 기대하는 것들이 있지만 영화는 인생에서 개인적인 여행이며 삶의 여정일 뿐입니다. 영화는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관점은) 나이가 들면서 바뀝니다. 제 안은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어요."
(부산=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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