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저지주에서 소규모의 과자제조업체 ‘초코마이즈’를 운영하고 있는 닉 라카바와 2명의 비즈니스 파트너는 지난 봄 달콤한 소식을 전해 들었다. 오프라 매거진이 6월호에 이들이 취급하고 있는 초컬릿을 소개하겠다고 이들에게 연락해 온 것이다.
이 잡지 6월호에 실린 초컬릿에 대한 설명은 단지 30단어에 불과했다. 하지만 혀를 녹이는 감미로운 맛의 초컬릿이라는 수식어는 전국의 많은 소비자들의 입맛을 자극했다. 그 결과, 라카바와 파트너들은 전국에서 전화 혹은 전자 메일을 통한 고객들의 주문이 쇄도함에 따라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새 시장 개척·생산시설 확충·고용 확대 등
성장에만 집중하면 ‘초심’ 잃고 실패할 확률 높아
사업확장 기회 앞에서 “NO” 할수있어야 성공
라카바는 “평소에는 일일 평균 전화와 전자 메일로 각각 15건의 주문을 받았으나 잡지에 소개된 후 전화 및 전자 메일 주문량이 총 100건 가까이 급증했다”며 “주문이 쏟아지는 바람에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초코마이즈’를 창업한 그는 처음에는 매상이 크게 뛸 것으로 기대하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초코마이즈’는 갑작스럽게 주문량이 서너배나 증가한 것에 대해 전혀 준비가 없었다. 그때 초컬릿을 만드는 기계 한 대가 멈춰서는 예상치 못했던 어려움이 찾아왔다. 라카바는 “우리는 정말로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초코마이즈’는 새로 기계를 구입하고 전화 및 전자 메일 주문에 응답할 대학생 인턴을 고용하는 등 신속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수주간에 걸친 주문 쇄도 소동을 가까스로 견뎌낼 수 있었다.
너무 갑작스런 영업 환경의 변화는 소규모 자영업체에 큰 문제를 안겨줄 수 있다. 취급 제품에 대한 수요 급증,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한 과도한 시도 혹은 고용 증진 등은 업체의 근간을 쉽게 흔들어 버릴 수 있다. 많은 업주들이 경험을 통해 배웠듯이 너무 빠른 성장은 종업원들의 행복을 빼앗아 갈 수 있고 고객과의 관계에 긴장감을 조성할 수 있으며 조잡한 제품 생산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LA에 있는 고용알선 전문 업체 로이스&어소시에이츠의 딤 로이스 사장은 “사업체의 고속 성장은 양날을 갖고 있는 칼과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업체가 성장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히 업주들에게 기쁜 일이다. 하지만 고무풍선처럼 너무 빨리 성장하면 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수면 밑으로 가라앉은 확장계획
빙과류를 취급했던 ‘와이즈 에이커 프로즌 트릿츠’도 고속 성장 때문에 패배의 쓴 맛을 봤다. 짐 피카리엘로는 지난 2006년 머릿속에 떠오른 사업의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겨 꿀로 단맛을 낸 천연 빙과류를 취급하는 ‘와이즈 에이커 프로즌 트릿츠’를 개업했다.
개업과 동시에 제품에 대한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 뜨거워 고객들은 빙과류의 맛을 보기 위해 주문을 하고 기다려야 할 정도였다.
처음에 혼자 빙과류를 만들었던 피카리엘로는 ‘와이즈 에이커 프로즌 트릿츠’의 영업이 계속 호조를 보이자 2008년 메인주 블루힐에 3,000스퀘어피트 규모의 제조공장을 차리고 15명의 종업원을 고용했다.
피카리엘로는 늘어나는 주문을 소화하기 위해 더 많은 장비가 필요하다고 판단, 외부에서 투자자를 물색했다. 그는 한 투자자로부터 100만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구두 약속을 받았으며 조만간 돈이 들어올 것으로 기대하고 다른 곳에 지출하려고 비축해 뒀던 자금을 새 장비구입에 지출했다.
그 후 주식시장에 먹구름이 찾아들었으며 투자자는 100만달러의 투자 약속을 철회했다. 피카리엘로는 2008년 한 해를 자금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애를 썼으나 허사였다.
피카리엘로는 “모든 종업원을 해고시켜야만 했다. 2009년 1월 모든 것이 끝났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개인 파산을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 은행 관계자들은 우리 업체를 찾아와 모든 장비는 물론 빙과류 제조법마저 가져갔다”며 “마치 악몽을 꾼 기분이었다”고 회고했다.
전문가들은 “성장통의 강도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사업체들은 규모가 커지는 모든 단계에서 성장통을 경험하기 마련”이라며 “심지어 거대 기업들도 너무 가파른 확장을 시도하다 발목을 잡혀 나락에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거대 기업들도 성장에만 관심을 집중한 나머지 초기에 성장의 원동력이었던 사명감을 망각함으로써 실패의 잔을 마시는 경우가 생겨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 예상되는 결과
확장 계획에 나섰던 300여개 사업체에 도움을 제공했던 로이스 사장은 “성장은 좋은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업주는 씹을 수 없을 정도의 너무 많은 음식을 입에 담음으로써 사업체를 무덤으로 가져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물론 너무 많은 음식을 입에 담지 않도록 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때때로 대량 생산을 요구하는 하는 거래 계약서에 사인하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기 위해 업주는 강한 내공을 길러야 한다. 또한 업주는 확장에 대한 충동을 억제하는데 있어 함께 일하고 있는 파트너 혹은 매니저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기업가 활동에 집중하고 있는 미주리주 캔사스시티 유잉 마리온 카우프만재단의 부사장 보 피시백은 “승리가 손에 잡힐 것 같은 감정은 매우 매혹적이지만 업주는 사업체를 위해 무엇이 최선의 선택인지를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놀라운 사업 확장의 기회를 눈앞에 두고 ‘아니다’라고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성공한 기업인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장점”이라고 말했다.
<황동휘 기자>
‘초코마이즈’를 운영하고 있는 닉 라카바(가운데)와 2명의 동업자가 갓 만들어 낸 초컬릿을 보여주며 밝게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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