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부탁해요~’ 할려니 쑥스럽네요"
"솔직히 안 쓰고 싶었어요. 지금 들으면 역겨울 수도 있으니까요. 쑥스럽기도 하고요. 이 나이에 부탁받을 일을 해야지, 부탁만 해서 되겠어요."
1980년대 ‘쇼 2000’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 등으로 최고의 MC로 등극했던 이덕화가 20년 만에 SBS ‘스토리쇼 부탁해요’를 통해 MC로 복귀한다.
‘스토리쇼 부탁해요’는 리얼 버라이어티과 쇼 프로그램 포맷을 통합해 ‘스토리 쇼’라는 새로운 형식을 띤 쇼 프로그램이다. 주인공들이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전반부와 이들이 쇼 무대를 통해 관객과 시청자를 만나는 후반부가 결합된 포맷이다.
9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어울림누리 별모래극장에서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의 쇼무대 녹화를 앞두고 기자들을 만난 이덕화는 한때 유행어로 인기를 모은 "부탁해요"라는 멘트를 언급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때는 ‘부탁해요’라고 크게 외치는 게 콜 사인이었어요. 무조건 생방송이었으니 내가 ‘부탁해요’라고 치고 나가야 음악도 시작하고 조명도 켜지고 했거든요. ‘조용필씨 노래 들려주세요’라고 그냥 이야기하면 스태프들이 헤맬 수 있으니까요. 근데, 그게 하도 오래하다 보니까 모두 귀에 익은 거죠. 유행어를 만들려고 만든 게 아니었어요. 저도 같은 말만 반복하니 심심해서 같은 멘트를 길게도 빼보고, 짧게도 해보고 했었죠."
이덕화는 1981년부터 10년간 쇼 프로그램 MC로도 명성을 날렸으나 한창 전성기이던 1991년 연기에 전념하겠다며 MC를 그만뒀다.
이덕화는 "해운대에서 공연할 때에는 백사장이 보이지 않을 만큼 사람이 많았다. 무대에 서면 관객들을 뚫고 어떻게 집에 돌아갈지를 먼저 걱정해야 할 정도였다"고 당시를 회고하며 "그동안 쇼 MC를 하기 싫어서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20년을 기다렸는데 아무도 안 시켜주더라"며 웃었다.
그는 "지금은 토크쇼 형식의 쇼프로그램이 많은데 예전의 쇼는 훨씬 더 ‘그레이트’한 느낌이 드는 것들이었다"며 "요즘 같은 토크쇼 형식의 쇼는 우리에게 잘 안 어울리는 것 같다. 가요무대나 요즘 하는 쇼들 사이에서 우리 또래의 시청자들이 볼만한 쇼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에서 MC 제안에 선뜻 응했다"고 설명했다.
이 프로그램에는 주현미를 비롯해 개그맨 이수근, 신봉선과 가수 이홍기, 아이유 등 다양한 세대의 연예인들이 공동 MC로 참여한다.
이홍기에 대해 "직접 노래도 하고 작곡도 하는 능력있는 친구"라고 칭찬하고 이수근과 신봉선에 대해 "앉은 자리에서도 예전의 코미디언들이 하던 것들을 모두 소화하는 능력을 가졌다"고 치켜세우며 "모든 세대가 함께 모여 다른 일을 하면서도 즐겁게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령차이가 나는 후배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행복감에 젖어 있어요. 같이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습니다. 추석 때 가족들이 모여앉아서 음식도 만들고 게임도 하고 그러잖아요. 그럴 때 그냥 다른 일 하면서 뒤통수로도 볼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같이 볼 수 있는 그런 무대가 많이 마련돼 있으니까요."
이 프로그램의 전반부는 출연진들이 쇼를 어떤 방식으로 만들지 기획하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아 방송한다. 1980년대에는 없었지만 지금은 전형이 된 포맷인 리얼 버라이어티 방식인 셈이다.
이덕화는 리얼 버라이어티 포맷의 녹화에 대해 "쑥스러워서 땀이 많이 났다"며 밝게 웃었다.
그는 "카메라가 계속 쫓아다녀서 도망다니며 녹화를 했다. 쑥스럽기도 하고 그래서 나는 그냥 박수만 치는 수준이었다. 이수근이 재미있게 잘하더라"고 말했다.
1980년대 명 MC인 그는 후배 진행자들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할까. 이덕화는 유재석에 대해 "병들어서 못하게 될 때까지는 마이크를 놓지 않을 친구"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유재석 그 친구 참 잘하는 것 같아요. 자기 것은 다 죽이고 다른 사람들 이야기는 다 받쳐주고… 예전에 우리는 그렇지 못했거든요. 그 친구 보면 거저 잘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천재에 가까운 능력이 있어 보입니다."
120분 동안 방송되는 이 프로그램은 아직 정확한 편성 시간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추석 연휴 중 방송될 예정이다. 제작진은 파일럿 프로그램 형식으로 이 프로그램을 선보인 뒤 정규 편성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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