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기둔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연방 상무부는 27일 올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잠정치가 한 달 전 공개된 속보치인 2.4%에 비해 대폭 하향된 1.6%를 기록했다고 27일 발표했다. 주택매매 실적과 고용창출 실적 등을 비롯한 일부 경기지표들이 일제히 저조하게 나타나면서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경기순환 사이클을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인 GDP 성장률마저 하강 곡선을 그린 것은 미국의 경기 회복세가 확연하게 둔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고용·기업투자·수출 등 부진 해소가 성장 관건
추가부양책 목소리 커졌지만 재정적자로 옵션 줄어
■다시 침체 빠져들 가능성
일단 뉴욕증시는 27일 미국 경제의 회복을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든 하겠다는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발언에 힘입어 다우지수가 다시 10,000선을 회복했지만 증시 회복세가 지속될지는 의문이다.이에 따라 대공황 이후 최장기 경기침체에서 겨우 벗어난 미국 경제가 짧은 회복 이후 다시 침체에 빠져드는 ‘더블 딥’(double-dip)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내년이 돼야 성장세가 다시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벤 버냉키 FRB 의장은 미국 경기의 더블 딥 가능성이 낮다고 누누이 강조하고 있지만 더블 딥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하는 경제학자들과 전문가들이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연방 상무부는 해외상품 수입 증가로 인해 무역수지 적자가 큰 폭으로 확대되면서 2분기 성장률이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개선되지 않는 고용시장
미국의 분기 경제성장률은 작년 3분기에 1.6%로 플러스 성장을 기록한 후 4분기 5.0%로 가파른 성장곡선을 그렸으나 올해 1분기 3.7%, 2분기 1.4% 등으로 성장세가 뚜렷하게 둔화하는 양상이다.
연방 상무부는 2분기 GDP 성장률 잠정치가 대폭 하향 조정된 이유로 해외상품 수입이 크게 늘면서 무역수지 적자가 대폭 확대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2분기 수출은 9.1% 증가한 데 비해 수입은 32.4%나 급증, 1984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이같은 무역수지의 불균형이 성장률을 3.4%포인트나 끌어내린 것으로 분석됐다.
해외로부터의 상품수입 증가분을 국내 제조업 생산으로 대체할 수 있었더라면 2분기 미국의 GDP 성장률은 5.0%(1.6%+3.4%)를 나타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소비지출 증가율은 1.6%에서 2.0%로 상향 조정된 점과 기업의 장비·소프트웨어 투자가 17.6%나 급증, 1983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인 것은 긍정적인 요소다.
■반짝하던 약발 사라져
경제전문가들은 이같은 미국 경기의 성장 둔화만큼이나 심각한 것은 연방정부의 경기 부양을 이끌어내기 위한 정책 옵션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지난해와 올해 투입됐던 각종 경기 부양책이 대부분 종료되면서 반짝했던 ‘약발’도 사라진 상태이며 새로운 대규모 부양책을 위해서는 연방정부의 갈수록 늘어가는 재정적자와 국가부채에 끼치는 부담이 너무 크다.
경제전문가들은 올해 1분기까지는 연방정부의 주택구입자에 대한 세금환불과 자동차 구입 인센티브, 세제혜택에 따른 세금환불 등으로 미국 경제가 반짝 혜택을 보았지만 이같은 부양책도 사라진 상태라고 진단한다. 기본적으로 내수경기 비중이 높은 미국에서 소비자가 지갑을 열어야 하지만 고 실업률로 내수경기가 급격히 회복될 전망이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버냉키, 특단의 대책 예고
벤 버냉키 FRB 의장은 앞으로 미국 경기가 더 나빠지고 디플레이션의 조짐이 나타날 경우 FRB가 채권 매입을 통해 시중에 대량으로 자금을 공급, 경기하강을 방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버냉키 의장은 지난 27일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연례 세계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미국의 경기회복세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약화되고 있다”면서 “경기 전망이 현저하게 악화되고 추가 조치가 필요한 것으로 확인될 경우, FRB가 비전통적인 조치를 동원해 추가로 경기부양적인 통화정책을 펼 준비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버냉키 의장이 언급한 ‘비전통적인 조치’는 현재 정책금리가 제로(0)수준으로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전통적인 통화정책 수단인 금리인하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국채나 모기지 증권을 대량 매입해 시중에 자금을 공급하는 이른바 ‘양적 완화’ 조치에 다시 의존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버냉키 의장은 FRB가 총 1조7,000억달러 규모의 채권 매입을 통해 시중에 자금을 공급한 것이 기업과 가계 등의 자금조달 비용을 낮추는 데 효과를 발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경기회복세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약화되고 있지만 오랜 침체에서 벗어난 미국 경제가 ‘더블 딥’으로 빠져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27일 말했다.
<조환동 기자>
전문가들은 미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세에 돌입하려면 현재 9.5%에 달하는 고질적으로 높은 실업률이 해소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뉴저지주 뉴왁에서 열린 구인박람회에 입장하기 위해 구직자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AP)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