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샌호제에서 핫도그 스탠드를 운영하던 아만다 케퍼트는 지난해 비즈니스를 거의 잃을 뻔했다. 실리콘 밸리에서 감원이 늘고 외식하는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한때 잘 되던 그의 가게 매출은 60% 이상 떨어졌다. 수입을 늘리기 위해 그 지역 콘서트 장에서 케이터링 일을 하기도 했지만 가게 운영 경비를 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모은 돈을 몽땅 털어 그 가게에 투자했는데 두 손 놓고 가게 망하는 것을 보고 있을 수는 없었다. 케퍼트는 샌 호제에 있는 은행들을 찾아다니며 대출 신청을 했지만 계속 거부를 당했다. 그때 그가 찾은 것이 오퍼튜니티 펀드라는 미소금융이었다. 이 기관은 지역 대출기관으로 국제적으로 잘 알려진 소액대출기관, 키바(Kiva)와 연계를 맺고 있다.
제3세계 미소금융 미국에서도 활기
1만달러 미만 대출 두배 이상 증가
53개 국가에서 1억5,000만달러 이상을 대출해 온 키바는 지난해 여름부터 미국의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캘리포니아와 뉴욕에서 시범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키바를 통해 케퍼트는 6,500달러를 대출받아 얼음 제조기와 발전기를 사고 새로 커다란 간판을 마련했다. 대출금은 연이자율 6%로 3년에 걸쳐 갚으면 된다.
미국 경제가 추락하면서 제3세계나 개발도상국에나 있던 미소금융이 미국에도 진출했다. 미소금융은 은행에서 대출 받을 수 없는 가난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아주 작은 액수의 돈을 빌려주는 기관이다. 그러나 불경기 이후 대출 조건이 까다로워지면서 미국에서도 소액 대출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다.
미소금융으로 가장 유명한 기관은 방글라데시에 본부를 둔 그라민 은행. 그라민을 창설해 소액 대출이라는 혁신적 프로그램으로 많은 저소득층을 도운 무하마드 유누스는 그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그라민이 미국에 그라민 아메리카를 열고 키바가 시험 프로그램을 시작하는 등 소액 대출이 미국에서 활기를 띄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의 경기부양법으로 중소기업청에 배당된 기금 중 5,400만 달러가 소액대출에 쓰도록 규정되었고, 샌프란시스코와 뉴욕 등의 도시들은 자체 미소금융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기존의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미전국 362개 미소금융기관 대부분에서 올해 들어 대출 신청은 두배 이상 늘고 있다. 일반 금융기관들이 영세업자에 대한 대출을 까다롭게 하고 있는 만큼 소액 대출기관을 찾는 사람들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세인트루이스에 본부를 둔 미소금융 그룹인 저스틴 피터슨의 대출담당 갈렌 곤돌피는 “모두가 우리 문을 두드린다. 크레딧이 좋은 사람들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한다.
불경기 이후 크레딧카드 쓰기도 어렵고 부동산 가치는 떨어져서 에퀴티로 돈을 빌릴 수도 없고 은행은 대출 규정을 까다롭게 하자 돈을 빌릴 데가 없는 것이다. 전국 독립은행 연맹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윌리엄 던켈버그는 “은행에 돈은 많지만 고객의 저축을 날릴 위험부담을 감수하며 돈을 빌려줄만한 대출 신청은 없다”고 말한다. 은행이 벤처 금융기관은 아니라는 것이다.
대부분 은행들은 기본적으로 5만달러 미만의 비즈니스 대출은 하지 않는다. 위험부담을 떠안을 만큼 이익이 남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미소금융 기관들은 보통 직원 5명 이하의 영세 비즈니스를 대상으로 3만5,000달러 이하의 대출을 한다.
주류 은행들이 주로 보는 것은 신청자의 크레딧 점수이지만 소액 대출기관들은 사업에 대한 열정과 헌신을 중시한다. 그리고 대부분 대출을 받고 나면 금전관리, 마케팅, 사업계획 등에 관한 웍샵에 참석할 것을 의무화 한다. 대출 신청자의 소득 상한선을 두는 기관도 있다.
소액 대출기관들의 원동력은 사명감이다. 돈을 빌려주고 이익을 보려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빈곤을 해소하려는 목표이다. “우리가 돈을 벌려고 마음먹는다면 대출에 대한 이자를 15~20%는 받아야 할 것”이라고 리프(REAP)라는 기관의 프로그램 담당 디렉터인 제프 레이놀즈는 말한다. 이 기관의 이자율은 최고 7.25%이다.
세인트루이스에서 비노 비태라는 포도주 가게를 운영하는 크레이그 애담스는 올해 초 가게 옆에 식당과 행사장소를 새로 만들기 위해 5만달러를 대출하려 했다. 제일 먼저 그는 오랜 기간 단골인 은행을 찾아갔지만 퇴짜를 맞았다. 그에게 빚이 너무 많다는 것이 이유였다. 두 번째 은행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그 지역 벤처 투자기관을 찾아가니 수수료를 요구해서 그만두었다.
결국 그는 저스틴 피터슨을 추천받아 지난 3월 이자율 12%로 1만5,000달러를 융자받았다. 대출 기간은 10년이다. 원하는 액수는 아니었지만 융자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소액 대출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그라민 은행은 지난 2년 사이 뉴욕에 4개 지부, 오마하에 1개 지부를 열었다. 이름은 그라민 아메리카. 그라민 은행은 전 세계 2,500여개 지부를 통해 이제까지 총 94억 달러를 대출했다.
그라민은 이어 샌프란시스코, 보스턴, 워싱턴, 그리고 노스캐롤라이나, 샬롯에 지부를 열 계획이다. 비영리 기관인 그라민은 주류 은행을 이용할 수 없는 빈곤선 이하 저소득층을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미국에서의 첫 대출 한도액은 1,500달러 이자율은 15%이다. 개발도상국에서 기존 비즈니스들에 대한 대출은 보통 380달러이다.
미국에서 1,500달러 대출은 큰 도움이 될 액수는 아니다. 하지만 예를 들어 배달사업을 하는 사람은 그 돈으로 트럭을 고칠 수는 있고, 노점상은 카트를 살 수 있다. 재단사는 재봉틀을 새로 살수도 있으며 미용사는 그 돈으로 염색약 살 수가 있다.
다른 미소금융기관과 달리 그라민은 대출자들이 매주 다른 창업주들과 그룹 미팅을 가질 것을 요구한다. 아울러 매주 소득의 1%, 최소한 2달러를 저축해야 하며 원금의 일부와 이자를 갚아나가야 한다.
키바의 경우 해외에서 대출 상한선은 3,000달러이다. 반면 미국에서는 1만달러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지난해 여름 미국에서 프로그램을 시작한 후 키바는 137개 미국 업체들에 90만달러의 대출을 알선했다. 미국에서의 평균 대출 금액은 5,600달러, 대출 기한은 2년 3개월이다.
미국에서 어려운 사람들이 많아지자 이들 대출기관은 먼 나라 사람들보다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먼저 마음이 가는 것이다.
<뉴욕 타임스 - 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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