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직·차압·금융사기·서브프라임 모기지… 단골소재
불경기가 되니 불경기 소설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금융사기, 감원, 실직 등이 최근 소설의 단골 소재로 떠올랐다. 잘 살던 주인공들이 갑자기 집을 잃고, 직장을 잃고 곤경에 처한 내용이 독자들에게 생생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저마다 허리띠 졸라매는 어려운 처지에 처하면서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어려움을 보며 위로를 받기도 하고 공감을 하기도 하며 정서적 안정감을 얻는 것이다.
30년대 대공황 때도 ‘경제’가 주요 소재
소설 속 인물들 보며 독자들 공감대 형성
불경기에 불경기 소설이 등장하는 것은 새로운 일은 아니다. 1930년대 대공황 때도 경제적 어려움에 고통받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단골 소재였다. 존 스타인벡의 ‘분노는 포도처럼’(1939년 작)이 대표적이다.
최근 뉴욕, 매디슨 가의 한 고급 부틱에 알렉산드라 리벤탈이 방문했다. 그녀는 낮에는 투자회사 CEO, 밤에는 소설가이다. 그의 데뷔작 ‘리세셔니스타스’에 한 개에 보통 4,000달러씩 하는 이 부틱의 구슬백이 등장한다.
소설은 월스트릿 투자전문가의 아내들이 갑자기 닥친 재정적 압박을 견뎌 나가느라 애쓰는 이야기. 예를 들면 한 주인공은 연수입이 고작 25만 달러로 줄어들면서 어떻게 살아야 될지 몰라 스트레스를 받는다.
불경기가 장기화하면서 불경기를 소재로 한 소설들이 문학계의 한 추세가 되고 있다. 코미디물에서 스릴러물에 이르기까지 형태는 다양하지만 내용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재정 사기, 감원통보 등이 등장하며 이로 인해 변화하는 가족관계, 인간관계들을 다루고 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우리가 사는 곳’
(This Is Where We Live)
자넬 브라운 작. LA의 한 젊은 부부가 꿈에 그리던 집을 한창 가격이 올라갔을 때 변동이자 모기지로 구입한 후 이를 감당하지 못해 결혼이 무너져가는 과정을 그렸다.
▲‘1급 프로듀서’(Top Producer)
노브 본니것 작. 피도 눈물도 없는 월스트릿에서 1급 증권거래인이 스캔들에 휘말리며 망가져 가는 스릴러물이다.
▲‘다른 이익을 추구하며’
(The Pursuit of Other Interests)
짐 코코리스 작. 일중독자인 시카고의 50대 광고회사 중역이 실직을 한 후 그 사실을 가족들에게 숨기면서 벌어지는 내용을 다룬 코미디물이다.
불경기의 여파는 10대 소설에도 미쳤다. 레이철 배일의 3부작이 대표적. 2008년의 ‘운이 좋아(Lucky)’로 시작해 지난달 ‘훌륭해(Brilliant)’로 끝난 그의 소설은 고소득의 재정전문가였던 엄마가 실직을 하면서 부유층에서 빈민층으로 전락한 세 자매의 이야기를 다룬다.
불경기 관련 베스트셀러는 소설 보다는 비소설 분야이다. 구제 금융 등 현재의 경제상황을 다룬 책들이 많이 읽히는데 예를 들면 앤드류 로스 소킨의 ‘대마불사’(Too Big to Fail) 같은 책이 대표적이다.
반스 & 노블의 패트리샤 보스텔만 부사장은 불경기 관련 소설이 ‘인기 추세’라고 말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리벤탈의 ‘리세션니스타스’가 특히 뉴욕에서는 잘 팔릴 것이라고 전망한다. 부유층과 특권층이 어려운 상황을 맞아 고전하는 모습을 내부자의 시선으로 그린 것이 독자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돈’은 새로운 소재는 아니다. “경기가 좋을 때나 나쁠 때나 미국의 소설들은 항상 돈에 관해서, 돈이 없는 것에 관해서, 돈을 갖고 싶은 욕망에 관해서 이야기해왔고 그로 인해 어떻게 모든 것이 뒤바뀌는 지에 관해 다뤄왔다”고 소설가 개브리엘 제빈은 말한다. ‘위대한 개츠비’ ‘분노는 포도처럼’ 등이 모두 이에 해당한다.
제빈(32)의 소설 ‘우리가 빠진 구멍’(The Hole We’re In)은 텍사스의 보수기독교 가족이 크레딧 카드빚에 빠져 허덕이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불경기가 닥치기 이전에 쓴 것이 불경기와 맞아 떨어졌다. 제빈은 미국의 가정들이 겉보기에는 중산층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가벼운 위기 한번에 빈곤층으로 전락할 위태로운 상태라며 경제가 어떻게 가족의 성격을 바꿔놓는 지를 이 소설에서 다뤘다.
불경기 소설에서 독자들은 경제적 파장이 등장인물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서 자신들의 상황을 발견하고 등장인물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고 문학 에이전트 디드리 뮬레인은 말한다.
저축을 날리고, 차압 당하고, 실직하고 재정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하는 사실들을 들어서 알고는 있어도 소설을 보면 그런 사태를 당했을 때 어떤 느낌이고 그로인해 선택의 여지나 행동이 어떻게 달라지는 지를 훨씬 생생하게 알 수가 있다는 것이다.
리벤탈은 그의 소설에서 뉴욕 여성 4명의 삶을 그리고 있다. 그는 불경기를 두가지 관점에서 본다. 리벤탈 & 컴퍼니 라는 재정관리 기업의 CEO로서의 관점과 뉴욕의 저명한 사교계 인사로서의 관점이다.
불경기에 리벤탈 역시 개인적으로 무사하지 않았다. 증권시장 붕괴로 상당한 재정적 손실을 보았고 그래서 “언제가 되면 본전이라도 찾을까” 고심을 하는 중이다. 그가 소설을 구상한 것은 뉴욕 소셜 다이어리라는 웹사이트에 재정 자문 칼럼을 쓰던 어느 날이었다.
“리먼 브라더스가 무너진 직후였어요. 팍 애브뉴 길을 걸어가다가 아름다운 실크 커튼이 드리워진 아파트를 보았어요.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만약 저 커튼 뒤에 사는 사람이 리먼이나 베어 스턴스 직원이라면 어떨까? 집 주인이 돈을 다 잃었다면 어떨까? 그러고 보니 아는 사람들 중에 그런 사람들이 있더군요”
그렇게 시작된 소설이 ‘리세션니스타스”였다. 리벤탈은 자신의 소설이 우선 읽기에 재미있고 그러면서 지금의 경제적 상황을 잘 설명해 주기를 바란다. 소설에서 돈방석에 올라앉아 살던 부유층이 곤경에 처하는 모습을 보며 독자들은 고소해할 것이라고 리벤탈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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