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연방법원, 676만달러 배상금 지급판결
▶ 테러관련 아닌 상업계약 분쟁으로 첫 패소 사례
2001년 대만은행에 빌린 돈 500만달러 안갚아
고소인측, 미국내 북한자산 저당 판결문 집행의사
대만의 한 상업은행으로부터 빌린 돈을 갚지 못해 미국 연방 뉴욕 법원에 피소된 북한의 조선무역은행이 4일 패소했다.리차드 J. 설리반 연방 뉴욕남부지방법원 판사는 이날 고소인 ‘메가인터내셔널커머셜뱅크(MICB)’의 주장을 받아들여 조선무역은행을 상대로 총 676만8,228.94달러 배상금 지급 판결을 내렸다. MICB는 지난 2001년 8월25일 조선무역은행이 차용한 500만 달러 상당의 원금과 이자 등에 대한 상환 청구 소송 올해 1월14일 연방 뉴욕남부지방법원에 제기했다.
그러나 조선무역은행이 소송에 일체 대응하지 않자 설리반 판사는 최종 판결을 앞두고 지난 달 30일 조선무역은행이 법정에 출두해 MICB의 주장에 반박하도록 마지막 기회를 제공했다. 하지만 조선무역은행이 이마저 무시하고 결석함에 따라 설리반 판사는 MICB측이 요청한 궐석 판결 및 배상금 지급 명령 요청을 전격 승인, 4일 최종 판결문에 서명한 것이다.북한이 푸에블로호 나포 사건, 일본 적군파의 이스라엘 로드 공항 총격 사건 등 과거 테러 행위와 관련돼 미 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당해 패소한 전례는 있으나 상업 계약 분쟁으로 패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본보가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총 판결금액 중 470만 달러는 원금 잔액이며 187만2,448달러 33센트는 연체이자, 19만5,780달러61센트는 고소인측이 청구한 변호사 비용을 포함한 법률소송 비용이다.판결문은 또 MICB가 조선무역은행으로부터 법원 판결액 전액을 받아낼 때까지 기존 차용계약서에 명시된 연 ‘리보’(LIBOR) 플러스 3 퍼센트 연체이자율을 계속 적용할 수 있도록 허용
해 실제로 집행될 판결액은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조선무역은행은 약 9년 전인 2001년 8월 ‘상업 목적’을 내세워 연 ‘리
보’ 플러스 1 퍼센트 이자 조건에 총 500만달러를 MICB로부터 빌리면서 3년 후인 2004년 9월 15일까지 뉴욕 소재 조선무역은행 계좌를 통해 뉴욕 소재 MICB 계좌에 원금과 이자를 3회에 걸쳐 균등 상환키로 약정했다.
그러나 조선무역은행 측은 이를 전혀 상환하지 않고 있다가 MICB의 독촉이 잇따르자 2008년 12월 이자 10만 달러, 이듬해 1월 이자 6만2,000달러, 2월에 원금 10만 달러, 4,5월에도 각각 원금 10만 달러 등 모두 46만2,000달러 가량을 나눠 갚은 뒤 이후 추가 상환을 하지 않은 것으로 그러났다. 따라서 조선무역은행은 MICB로부터 500만 달러를 빌린 뒤 일부 원금과 이자를 상환한 것 이외에도 애당초 차용한 돈 위에 177만 달러 상당을 추가로 갚아야 하는 처지에 놓인 셈이다.
설리반 판사는 지난 달 30일 조선무역은행이 결석한 가운데 열린 공판에서 “피고소인은 이번 소송에 법정 출석 명령들에 불응한 것은 물론 단 한 차례도 법률적 대응을 하지 않았다”며 “본 법원(뉴욕남부지방법원)의 관할권이 이미 법률 해석으로 입증된 바 있어 궐석 판결이 요망 된다”고 밝혔다. 설리반 판사는 또 MICB 변호를 담당한 앤드류 토드 솔로몬 변호사에게 “본 판사가 궐석 판결을 내리면 고소인이 취할 그 다음 단계는 무엇이며 구체적으로 어떻게 판결문을 집행할 것이냐. 매우 특이하고 흥미로운 사건이기에 개인적인 호기심 차원에서 추후 취해지는 조치를 통보해 달라”고 주문해 이번 사건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이에 솔로몬 변호사는 “외국 자산에 대한 판결 집행에 경험이 있다”며 “주로 동결된 계좌가 있기 때문에 자산 조사부터 실시할 것”이라고 답해 북한 자산에 저당을 걸어 판결문을 집행할 의사를 밝혔다.
실제로 미국 워싱턴 D.C. 지방법원에서 2008년 12월30일 북한 정부를 상대로 총 6,585만 달러 손해배상금 판결을 얻어낸 ‘푸에블로호’(U.S.S. Pueblo) 나포 사건 피해자들은 판결문 집행을 위해 미국 재무부로부터 미국 내 북한 동결 자산 내역을 넘겨받아 올해 2월18일 ‘시티그룹’에 ‘채권압류영장’(Writ of Garnishment)을 행사한 전례가 있다. 특히 MICB가 소송 과정에서 법원에 제출한 서류들에 따르면 조선무역은행은 MICB로부터의 차용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조선무역은행’(Foreign Trade Bank of the DPR Korea) 명의로 돼있는 뉴욕의 ‘리퍼블릭 내셔널 뱅크 오브 뉴욕’(Republic National Bank of New York) 은행 계좌(번호 088810164032)를 이용한 것으로 드러나 이 계좌가 이번 법원 판결에 따른
MICB의 ‘채권압류영장’ 집행 대상이 될지 주목된다.
한편 이번 판결은 북한이 최근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금융 압박 강도가 높아짐에 따라 외자 유치를 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가운데 내려진 것이어서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신용일 기획취재 전문기자> yishin@koreatimes.com
■ 소송 일지
미 연방 뉴욕남부지방법원은 올해 1월14일 MICB로부터 소장을 접수함과 동시에 조선무역은행에게 MICB의 소장을 전달 받은 후 60일 이내에 대응입장을 법원에 제출할 것을 명령하는 ‘소환장’(summons)을 발부했다. 이어 MICB 변호인단은 4월9일 소장과 법원 소환장을 차용계약서에 조선무역은행의 총재 겸 사장으로 명시된 ‘김정철’(Kim Jung Chol)의 팩스 번호로 7차례에 걸쳐 전달을 시도했으나 실패하자 같은 날 국제우편으로 조선무역은행의 평양 주소에 발송했다.MICB 변호인단은 또 역시 대출 계약서에 조선무역은행의 뉴욕 법률문서 접수 대행 에이전트로 명시된 뉴욕 맨하탄 소재 회사에 소장과 법원 소환장을 인편으로 직접 전달했다.따라서 조선무역은행은 6월8일까지 법원에 이번 소송에 대한 대응 입장을 제출해야만 하게 됐다.
그러나 4월15일 소송이 법원 행정부에서 재판부의 설리반 판사에게 배정됨에 따라 설리반 판사는 5월7일까지 고소인과 피고소인에게 ‘소송 현황 보고서’를 공동 작성해 제출할 것과 재판일정 합의를 위해 5월17일 양측이 법정에 출두할 것을 명령했다. 하지만 ‘소송 현황 보고서’ 제출 마감을 하루 앞두고 MICB는 법원에 조선무역은행으로부터 아무런 응답을 얻지 못했다며 마감일 연장를 호소하고 나섰고 설리반 판사는 MICB의 신청을 기각시킴과 함께 조선무역은행에게 17일 ‘궐석 판결’을 경고했다.이에 조선무역은행은 5월17일 법정 출두 명령에도 불복, 결석하고 설리반 판사가 마지막 기회로 제공한 6월30일 법정 출두 명령에도 역시 불복, 결석했다.
따라서 설리반 판사는 MICB의 모든 주장을 전격 받아들여 4일 MICB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MICB와 조선무역은행의 상업 계약 분쟁이 미국 연방법원에서 진행된 것은 양측이 합의한 차용계약에 “대출과 상환 거래가 모두 서로 각각의 뉴욕 계좌를 통해 이뤄질 것”과 “계약위반은 뉴욕주법에 저촉이 돼 분쟁이 발생할 경우 뉴욕주 뉴욕카운티 법원 또는 미 연방 뉴욕남부지방법원에서 소송이 진행될 것”이라는 조건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한편 MICB가 법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조선무역은행은 이번 소송과 관련 법률적 대응은 하지 않았으나 비공식적인 차원에서 MICB측에 “유엔 제재 때문에 돈을 갚을 의무가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북한 조선무역은행의 패소 소식이 전해지는 가운데 지난 9일 오후 북한은 백령도와 연평도 북방 해상으로 해안포를 발사했다. 이에 우리 군은 대북 감시태세를 강화, 10일 오후 백령도 사곶해수욕장에서 해병대원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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