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의 최고 경영자인 노르베르트 라이토퍼는 2007년 불황이 오는 것을 보고 제일 먼저 감원한 사람 중 하나라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최근 BMW는 다시 구인 광고를 내걸었다. 2/4분기 기업 이익이 6배나 치솟았기 때문이다. 독일 수출이 호황을 맞으면서 취업도 늘고 있다. 독일 실업률은 현재 7.6%로 위기 이전 수준이며 지난 1월 9.1%에서 크게 내려왔다. 전자 분야 대기업인 지멘스나 트럭 회사 MAN, 다임러 벤츠 등은 근무 시간을 늘리고 있다. BMW는 연구 개발 부문과 구매, 세일즈 분야에 1,000명을 더 고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고 대신 근무 시간 단축 택해 고실업 막아
아시아 수요 증대, 유로화 하락이 수출 도와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는 지금의 독일 이미지는 실업률이 13%에 달하던 5년 전과는 크게 대조적이다. 당시 실업자 수는 500만이 넘었고 독일은 노동 경직성의 상징이었다.
독일 경제의 기대 이상의 선전은 독일 수요에 의지하고 있는 유럽 다른 나라들에게는 좋은 소식이다. 실업률 감소도 소비자 신뢰를 높이고 독일인들로 하여금 유로를 필요로 하는 스페인과 그리스로 휴가를 떠나게 해 유럽 경제를 도울 것이다.
그러나 독일의 부흥은 그 때문에 손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프랑스 등 다른 나라에서는 시비 거리가 되고 있다. 독일은 수입보다 수출을 훨씬 더 많이 하는데 이는 융자가 빚이 많은 다른 나라보다 쉽기 때문이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독일 정책이 유로 존 내 긴장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유명 투자가인 조지 소로스는 최근 뉴욕 북 리뷰지에 “재정 적자를 줄이고 유로화 구매력 감소를 상쇄할 임금 상승을 억제함으로써 독일은 다른 나라가 경쟁력을 회복하는 것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내에서는 수출 붐이 얼마나 오래 갈 것이며 지금까지는 임금 인상 요구를 자제해 온 근로자들이 언제부터 더 많은 기업 이윤 분배를 요구할 것인지에 관해 논쟁이 일고 있다.
프랑크푸르트 코메르츠방크의 선임 경제학자인 랄프 졸벤은 “실업자가 될까봐 근로자들은 양보를 해왔다”며 “이는 향후 수년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기업 중역들은 경기 회복을 축하하면서도 아시아에서의 수요 증대가 언제까지 유럽에서의 수요 감소를 상쇄시켜 줄 것인지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
BMW 최고 책임자인 라이토퍼는 “물론 우리는 다른 나라 경기 회복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면서도 비즈니스 향후 전망이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뮌헨에 본부를 둔 BMW는 중국 내 판매가 올 들어 2배가 늘었으며 이로 인해 2/4분기 순익도 작년에 비해 6배에 달하는 8억3,400만 유로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미국내 판매도 6% 늘었으며 약한 유로도 수익 증대에 도움을 주고 있다.
화학제품 회사인 BASF와 도이치 은행 같은 기업들도 수익이 늘어나면서 직원 채용을 늘리고 있다. 그러나 취업 증대는 독일이 과거 위기에서 배운 교훈을 토대로 노동 시장 유연성 등 개혁을 추진한 결과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독일 남부에 있는 기계 제조 회사인 트룸프는 4,000명의 독일 직원 중 한 명도 내보내지 않고 이번 위기를 넘겼다. 미국에서는 650명 직원 중 90명을 해고했다.
어째서 이런 차이가 나는 것일까. 독일에서는 정부가 직원을 내보내는 대신 근로 시간을 줄이면 혜택을 주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발생한 임금 삭감분 일부를 정부가 보충해 준다.
트룸프 최고 책임자인 니콜라 라이브링거는 “우리는 숙련된 직원들을 내보내고 싶지 않았다”며 “근로 시간을 줄이는 것이 많은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많은 독일 대기업들도 이같은 조치를 취했다. 독일 내 12만8,000여 직원을 갖고 있는 지멘스는 한 때 1만9,000여명의 근로 시간을 줄였으나 최근 이들 모두 풀타임으로 복귀시켰다.
근로 시간 감축이 직원들로 하여금 이 시간 동안 기술 향상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해 독일 경쟁력을 높였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멘스의 품질 관리 전문가인 가브리엘리 키젤은 1주일에 하루 근무를 쉬는 동안 이를 마이스터 자격증을 따는데 사용했다.
그는 1주일에 4일 일하면서 전 월급의 85%를 받았지만 사는 데는 별 지장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나에게는 근무 시간 감축이 매우 좋은 해결책이었다”며 “그러지 않았으면 실직 공포에 떨어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를린 독일 경제 연구소 소장인 클라우스 짐머만은 근로 시간 단축이 “가장 효과적인 경기 부양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으로부터 독일 물건을 사게 할 수는 없지만 근로자들을 도와줄 수는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년간 독일 근로자 임금은 거의 오르지 않았다. 수요가 늘 때 기업들이 임시 직원들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실업 수당이 깎이는 바람에 기술이 없는 근로자들은 저임금 일자리라도 택해야 했다. 2005년 실시된 이 변화가 실업률 감소의 계기가 됐지만 노조 측은 이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다.
지멘스를 포함, 340만 명에 달하는 금속 및 전자 분야 근로자들을 대변하는 IG메탈의 대변인은 “돈을 거의 받지 못하거나 적게 받는 근로자들이 점점 더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근로자들은 자신들이 낸 세금이 은행을 구제하는데 쓰이고 기업들의 순익은 급증하는데 자신들은 별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는데 대해 불쾌해 하고 있다.
그러나 노조도 일자리 보장을 위해 임금을 동결하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지멘스 인력부장인 발터 후버는 기업과 노조가 계속 협조할 것으로 믿고 있다. 그는 “우리는 대화를 나눌 발판을 마련했다”며 “장래를 낙관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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