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무관성 강조할 듯..南행동조치에 개성공단 등 남북관계 압박 가능성
유엔 안보리 논의 땐 핵카드 활용해 美압박 전망
정부가 천안함이 북한 어뢰의 공격으로 침몰했다는 결론을 20일 발표했지만, 북한은 조사결과 발표 내용을 부인하면서 남측에 대한 강경 대응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천안함 침몰사건 발생 22일만인 지난 4월17일 조선중앙통신사 군사논평원의 글을 통해 이번 사건과 무관함을 주장했고 이달들어 17일에는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이 연설에서, 19일에는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고발장을 통해 `모략’이라고 강조하면서 천안함 사건과 연관성이 없음을 강변했다.
특히 동맹국인 중국에게도 이 같은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는 만큼 북한은 앞으로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 천안함 사건과 자신들이 관련이 없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려대 유호열 교수는 "북한이 기존 태도를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며 "우리 정부가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북한은 더욱 공세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김일성대 교수 출신인 조명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개발협력센터 소장은 "북한이 우리 정부의 발표 내용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면서 적극적으로 반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분간 남북간 `말 대 말’의 공방이 예상되는 가운데 우리 정부가 본격적인 행동조치에 나서면 북한도 행동을 통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통일부가 남북교역 중단, 북한선박의 제주해협 통과 차단 등 대북 대응조치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이들 조치가 공식 천명된다면 북한도 남북관계를 전면 차단하는 입장을 취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금강산 관광이 사실상 중단되고 개성공단만이 남북관계의 유일한 끈으로 남아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개성공단사업에 치명상을 주는 조치를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남북 장성급회담 북측 단장은 지난 16일 남측에 보낸 통지문에서 대북전단(삐라) 살포가 계속되면 동.서해 육로 통행을 차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정적 증거물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윤종성 과학수사 분과장(육군 준장)이 20일 오전 국방부에서 열린 민군합동조사단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에서 결정적 증거물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2010.5.20 uwg806@yna.co.kr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육로통행을 차단하거나 까다롭게 하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개성공단사업을 사실상 고사시키는 방향으로 나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개성공단은 남한이나 북한이나 먼저 닫겠다고 하는 쪽이 지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며 "북한이 통행제한을 가하는 식으로 압박하더라도 남한이 철수하겠다고 나오지 않고서는 먼저 닫겠다는 식으로 나오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북관계에 대한 압박과 더불어 군사적 행동을 통한 한반도에 위기지수 높이기도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중의 하나로 제기된다.
서해상에 항해금지구역을 선언하고 미사일 시험발사나 포사격 등의 훈련을 하고 전방부대의 경계태세를 강화하면서 국지도발을 해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우리 정부가 미국과 협력해 천안함 사건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로 가져가 대북결의안 등을 채택하려고 하는 가운데 이 문제가 국제적 이슈로 부각되면 북한은 미국을 겨냥하는 핵카드 등으로 국제사회에 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북한은 영변 핵시설 재가동을 위한 핵연료봉 제조나 우라늄 농축 기술개발 등 내부적인 핵능력 제고를 대외적으로 보여주려고 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제3차 핵실험을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지만 한반도에서 추가적인 불안정을 원하지 않는 중국의 입장을 감안하면 북한이 쉽게 핵실험을 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장용석 평화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미국이 본격적으로 천안함 문제에 개입하면 북한은 미국을 압박하는 핵카드를 활용할 것"이라며 "하지만 현재 북한의 유일한 후원국인 중국의 입장을 감안하면 핵실험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핵카드를 본격적으로 사용하면 북핵문제 논의를 위한 6자회담의 교착국면도 상당기간 지속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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