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기열풍 지방 도시로 확산… 허페이시 집값 1년 새 50% 폭등
부동산 붐이 일고 있는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수백마일 떨어진 내륙에 자리 잡은 공업도시인 허페이에서 부동산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반쯤 지어진 아파트 건물들이 농지였던 땅위에 줄 지어 서 있고 아파트마다 매달린 거대한 노란색 건설용 크레인은 인구 500만의 이 먼지 나는 도시의 나무보다 더 많아 보인다.
곳곳 농지가 아파트 숲으로 탈바꿈
“세수에 큰 도움” 지방정부 적극적
중앙정부는 과열 억제안 마련 부심
시 운전사들은 투자를 위해 여러 채를 구입했다고 자랑이다. 빌보드들은 ‘빌라 글로리어스’ ‘리치 컨트리’ 같은 이름을 단 개발 프로젝트들을 광고하고 있다. 투자가들은 세일즈 행사가 열리면 아직은 청사진뿐인 매물을 사기 위해 현금을 싸들고 몰려든다. 지난 해 허페이의 주택 가격은 평균 50%가 폭등했다.
한때 대도시에 국한됐던 중국의 부동산 열기는 미국의 인랜드 엠파이어 같은 교외 확장 추세를 연상 시킬 정도로 오지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허페이의 상황은 중국 부동산 시장의 광기를 그대로 보여 준다. 이류 혹은 삼류 도시의 부동산 가격이 일류 도시보다 급속히 상승하고 있다. 이것은 대단히 위험하며 지방 은행들을 리스크를 안겨주고 있다”고 정부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의 경제학자 카오 지안하이는 지적했다.
대도시에서 신규 부동산을 위한 부지 확보가 점차 어려워지면서 개발업자들은 덜 알려진 곳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방 정부들은 리스와 개발비를 통해 수입을 얻고 중앙정부가 할당한 성장목표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건축허가를 내주고 있다. 가난한 안휘성의 성도인 허페이는 시의 중심가를 완전히 파헤치고 이곳에 살던 주민들을 농업지역인 외곽으로 이주시켰다. 그러면서 주택 수요는 더욱 늘어났다.
허페이 사람들은 대부분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농사를 짓던 사람들이다. 이들의 연 평균 소득은 2,000달러 정도이다. 지역 경제는 가전제품 생산에 집중돼 있다. 관광객은 거의 없고 높이 솟은 아파트에 입주한 사람들 눈에는 뿌연 시야에 펼쳐져 있는 들판과 ‘백조의 호수’라 이름 붙여진 인공 연못이 보일 뿐이다. “누구도 부동산 시장이 이렇게 뜨겁게 달아오를 줄은 몰랐다”고 허페이에서 고급 주택을 판매하는 한 중개업자는 말했다. 이 아파트는 한 채 당 약 12만달러에 팔리고 있다.
지역 기준으로 보면 비싸지만 대도시와 비교하면 여전히 크게 낮은 시세이다. 이런 이유로 다른 지역에서 구매자들이 몰려와 아파트 사재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별다른 투자 대상이 없어 아파트는 인플레에 대비한 투자수단으로 각광 받고 있다. 금년 3개월 동안 이곳에서 팔린 거주용 부동산은 허페이보다 4배나 큰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팔린 것보다 많다.
새로 짓고 있는 아파트 가운데는 공항 북쪽에 세워지고 있는 ‘빈후 센추리 시티’가 있다. 야채와 쌀, 그리고 면화 농사를 짓던 이곳에는 거의 200동에 달하는 아파트 타워들이 들어서 있다. 다음 해 완공되면 이곳에는 8만명이 입주하게 되며 430만 평방피트의 샤핑몰이 들어선다. 주민들은 새로 건설되는 고속도로와 연결되며 지하철과 고속전철 건설 계획도 논의되고 있다.
지방 뉴스 방송국의 카메라맨인 시 자우는 지난 12월 900평방피트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해 5만달러를 지불했다. 그는 새로 갖게 될 아파트에 대한 흥분과 걱정 때문에 최근 빈후 세일즈 사무실을 방문해 플라스틱 축소세트로 지어져 있는 아파트를 다시 살펴봤다. 전체 2만4,000 유닛 가운데 다 팔리고 현재 100 유닛 정도만 남았을 뿐이다. 올 27세로 부인, 그리고 부모와 함께 살 계획인 시는 “우리 세대는 부동산에 대해서만 얘기한다. 아파트를 빨리 사지 않으면 점차 사기 힘들어지기 때문에 압박감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중국정부는 부동산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한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 이번 달에는 두 번째 주택 구입 시 다운페이 요구액을 높였으며 은행에는 투기자들에게 대출제한을 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했다. 자본 이득세와 월 재산세 부과도 검토 중이다. 그러나 학자들은 규제를 너무 밀어 붙일 경우 일자리와 정부 수입을 창출해 주는 부문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북경 칭화대학의 패트릭 쇼바네 교수는 “지방 정부들과 개발업자들은 이런 추세에 대단히 행복해 한다. 이들이 의존할만한 다른 수입원은 없다. 하지만 이들은 트레드밀 위에 올라 있는 형국이다. 부동산은 재생 가능한 물건이 아니다. 그래서 계속해 더 높은 가격에 더 많이 팔아야 한다”고 말했다.
허페이 같은 도시에서의 성장 욕구를 억제할 만한 것은 거의 없다. 관료들은 내륙지역의 도시화를 위해 엄청난 돈을 쏟아 넣고 있다. 안휘성 만큼 이것이 필요한 지역도 없을 것이다. 이곳은 이주 노동자들이 주요 공급원이자 펄벅의 소설 ‘대지’를 통해 고단한 삶이 소개된 농민들의 터전이기도 하다.
이 도시 인구의 15%가 건설노동자로 추산된다. 도로들은 건설자재를 나르는 대형 트럭들의 운행으로 곳곳이 곰보처럼 패였다. 도심 한가운데로 까지 건설 현장이 침범하면 약삭빠른 운전자들은 인도를 넘어 공원을 가로질러 빠져 나가기도 한다.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후진 지역에서 대도시로 탈바꿈 하는데 치러야
할 작은 대가일 뿐이다.
많은 허페이 주민들은 앤젤리노들 만큼이나 부동산 소식에 빠져 있다. 이곳에서 가장 인기있는 라디오 프로그램은 오후에 방송하는 ‘블러섬 리얼 에스테이트’라는 토크쇼이다. 아파트를 구매 의사를 밝힌 사람들에게는 개발업자들과 광고회사에서 하루에도 여러 통의 새 매물 관련 문자 메시지들이 들어온다. 아파트들은 대형 야외 콘서트와 함께 요란하게 준공식을 갖는다.
몇 개 프로젝트의 마케팅 컨설턴트인 구오 홍빙은 “허페이의 모든 사람들은 부동산업과 함께 산다. 여기서 벗어날 수 없다”고 표현했다. 허페이 출신인 구오는 방문객들에게 베란다에 걸린 빨래들만 아니라면 오렌지카운티에 어울릴 것 같은 지중해 스타일의 콘도미니엄을 구경시켜 줬다.
그러나 허페이에서 오래 산 주민들은 이런 변화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시내 중심가 벽돌집에 50년 전 태어나 쭉 살아 온 다이 팡핑은 “예전에는 모든 것이 좋았다. 아이들은 밖에서 뛰어놀고 아웃들은 서로 집을 방문했다. 모든 길들을 훤히 알고 있었는데 이제는 가끔 길을 잃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머지않아 시 관리가 문을 두드리며 찾아와 짐을 싸 다른 곳으로 옮겨 가라고 말할 것이라며 걱정하고 있다. 다른 곳에서 집을 빌려 살 정도로 보상이 잘 나왔으면 하는 것이 유일한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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