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에스포지토 대위와 루이스 앨런 중위가 한 하사관이 터트린 폭탄 사고로 숨졌다고 육군당국은 밝혔고 사건 발생 3년 후 하극상으로 추정되었던 용의자는 군법회의를 통해 무죄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두 장교의 아내들은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한다”고 주장하며 연방의회 등 각계에 진상규명을 호소하며 외로운 투쟁을 그치지 않고 있다. 군사법정에서 ‘not guilty’(무죄)라는 말을 들은 순간부터 시오반 에스포지토(34)는 누군가가 남편의 살해에 대해 처벌을 받기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을 맹세했다.
이라크 미군부대 내서 사망한
두 장교의 아내들 호소
불화 심했던 하극상 혐의 하사
군법회의서 무죄판결
육군당국은 이라크 티크리트에 파견된 뉴욕 국가방위군부대 소속 필립 에스포지토 대위가 2005년 6월7일 밤 사담 후세인의 궁전 내 부대 숙소에서 동료 장교와 보드게임을 하고 있다가 한 장병에 의한 클레이모어 지뢰(작은 금속 파편을 비산시키는 지뢰) 폭파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용의자 알베르토 마티네즈 하사는 군법회의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불충분한 증거와 대부분 정황에 의거한 목격자들의 엇갈리는 증언 등 변호사들이 지적한 신빙성 부족이 검찰 측의 하극상 살인 주장을 압도한 것이다. 검찰은 범죄를 뒷받침할 수 있었던 마티네즈 자신의 진술을 증거로 제출하도록 허락받지 못했다.
2008년의 이 무죄평결이후 시오반은 함께 피살된 루이스 앨런 중위의 아내 바바라 앨런(36)과 둘이서 정의실현을 위한 외로운 투쟁을 계속해 오고 있다.
“군인이 자신의 전우들을 두려워해서는 안되지 않습니까? 내 남편을 기리는 나의 정의실현 노력은 군 당국의 같은 실수가 우리 군인들의 또 다른 죽음을 초래하지 않도록 개혁하려는 투쟁입니다”
두 아내의 투쟁은 ‘작은 성공’을 이루었다. 지난 1월 그들의 남편 소속부대 사령관인 조셉 탈루토 준장이 육군 국가방위군 총책임자에 지명되었다가 시오반이 지명 인준을 담당한 연방상원 군사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한 후 자진 철회한 것이다.
“그때 내 남편이 죽은 후 처음으로 난 내 어린 딸의 얼굴을 똑바로 보며 아빠의 끔찍한 죽음에 누군가가 얼마간의 책임을 지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시오반은 말한다.
그러나 그 일 외에는 모든 상황은 실망의 연속이었고 군 당국은 자신들의 투쟁에 대해 지겨워하고 있다는 느낌만 자꾸 강해지고 있다. 군 관계부처 공보담당관 에릭 더르도 “우린 미시즈 에스포지토와 더 이상 맞대응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에스포지토 대위(사망 당시 30세)는 웨스트포인트 출신으로 뉴욕 맨하탄의 살로몬 스미스 바니의 프로젝트 매니저였고 앨런 중위(34)는 물리과학 교사였다. 41세의 마티네즈는 병참담당 하사관이었다.
이번 사건은 유죄 판결이 나왔다면 이라크와 아프간 전쟁 발발 이후 첫 하극상 케이스로 기록되었을 것이다. 베트남 전쟁 중에는 수백건의 하극상 살인이 발생했던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번 사건에 증인으로 출두했던 장교와 사병 포함 100여명에 달하는 군인들 중 20여명은 평소 에스포지토 대위와 마티네즈 하사 간 불화에 대해 증언했다. 두 사람 간의 불화는 2005년 봄 이라크 파견 몇 달전부터 시작되었다. 대위는 마티네즈의 불량한 행동거지와 허술한 일처리에 대해 엄격하게 다루었고 하사는 동료들에게 에스포지토에 대한 위협과 모욕을 끊임없이 뱉어냈었다. 마티네즈 담당 병참창고에서 수천수만 달러의 장비가 증발된 후 에스포지토는 마티네즈가 창고에 갈 때마다 감시원을 동반하도록 조처한 적도 있었다. 증인들은 마티네즈가 사건 몇 개월전부터 에스포지토를 죽이겠다는 말을 해왔다고 증언하면서 마티네즈는 월2,859달러의 봉급을 받는 방위군에서 쫓겨날 것을 두려워했다고 전했다(마티네즈는 지난해 군을 떠났다)
검찰측은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승소를 확신했었다. 2006년 마티네즈가 사형을 면하는 조건부로 유죄를 시인하겠다는 제시를 해왔을 때 거절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점차 재판은 검찰에 불리하게 기울었다. 무엇보다 폭파 사건 자체에 대한 목격자가 없었으며 정황증거만으로는 14명의 배심원에게 유죄에 대한 확신을 주기에 충분하지 못했다.
평결이 내리던 순간 방청석에 앉았던 바바라는 자리에서 일어나 마티네즈를 향해 악을 썼다 : “당신이 우리 남편들을 살해했잖아!” 시오반도 소리쳤다 : “이게 우리의 나라, 미국입니까?”
두 아내는 군 당국의 허술한 규정에도 충격을 받았다. 마티네즈의 여러 차례 위협을 아무도 보고하거나 주의조차 주지 않았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경악했다. 재판이후 미망인들은 상관에 대한 위협을 금지하고 장병들에게 그 같은 행태를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하는 군 규정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연방의회와 국방부 등을 통한 이들의 캠페인이 어느 정도 영향력을 발휘할 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들을 더욱 서운하게 하는 것은 남편의 사후에 대한 군의 예우다. 비전투 사망으로 분류되어 전사군인에게 수여되는 퍼플하트 훈장을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앨런의 네 아들, 에스포지토의 딸과 아들 등 졸지에 아버지를 잃은 어린 자녀들에게 훌륭한 군인이었던 아버지의 유산을 남겨주고 싶어하는 두 미망인은 연방의원의 도움에 희망을 걸고 있다.
존 카터 연방 하원의원(공화-텍사스)은 몇 달전 포트후드 군부대내 총격사건으로 사망한 군인들에게도 퍼플하트 수여 자격을 주는 법안을 상정했는데 이 법안을 에스포지토와 앨런의 사망 같은 케이스에게까지 확대를 고려하고 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두 미망인이 가족처럼 가깝게 지내며 서로의 힘이 되고 있는 것. 바바라 앨런은 이번 사건을 토대로 ‘의무, 명예, 살해’라는 제목의 책을 집필하고 있는 중이다.
4월초 연방의사당에서 시오반 에스포지토.
시오반 에스포지토와 사망한 남편 필립 에스포지토 대위.
아들 트레버를 안고 있는 고 루이스 앨런 중위.
바바라 앨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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