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성향 스티븐스 대법관 "올여름 은퇴"
▶ 오바마, 두번째 대법관 지명 기회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대표적 진보성향의 인물인 존 폴 스티븐스 대법관이 9일 사임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 임명에 이어 두번째로 대법관을 지명할 기회를 갖게 됐다.
스티븐스 대법관은 대법원이 석달간 하계 휴회에 들어가는 6월 마지막주에 대법관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는 입장을 담은 짧은 서한을 오바마 대통령 앞으로 보냈다고 이날 대법원이 밝혔다.
90세 생일을 불과 며칠 앞둔 스티븐스 대법관은 대법원내 최고령자로, 지금까지 여러차례에 걸쳐 은퇴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해왔으며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중에는 반드시 물러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스티븐스 대법관이 은퇴 의사를 발표하자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성명을 내고 "스티븐스 대법관은 미국민으로부터 감사와 찬사를 받았던 인물이며 지성과 독립성, 품위로 대법원내 모든 사람들의 삶을 풍부하게 만들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스티븐스는 1975년 공화당 소속인 제럴드 포드 대통령에 의해 대법관에 임명됐으나 사형제와 낙태, 정.교분리, 소수인종에 대한 특혜 등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의 판결에서 점차 진보적인 색채를 드러내면서 대법원내 진보진영의 리더로 자리를 굳혀 보수진영으로부터는 `배신자’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스티븐스 대법관은 2007년 포드 대통령 별세 직후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보수주의자이며 결코 변신하지 않았다. 다만 법원이 점점 더 보수화됐을 따름"이라고 말했다.
종신직인 대법관으로 34년간 재임한 스티븐스는 2년만 더 일하면 윌리엄 더글러스 전 대법관이 보유한 36년의 최장수 재임기록을 돌파할 수 있지만 그의 측근인사는 "스티븐스 대법관은 기록 경신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고 전했다.
한편 대법원을 구성하는 9명의 대법관 가운데 현재 보수 대 진보 성향의 비율은 5 대 4로 구분되고 있으며, 진보성향의 스티븐스 대법관 사퇴에 따른 후임자로 오바마 대통령이 진보적 성향의 인물을 지명할 것으로 보여 대법원의 전체적인 색채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법관 인준이 이뤄지는 연방상원에서 민주당의 절대적 우위구도가 와해된 상태이기 때문에 공화당이 진보적 성향 인물의 대법관 인준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아 진통이 예상된다.
현재 스티븐스 대법관의 후임으로는 엘레나 케이건(49) 법무부 공판담당차관, 머릭 갈랜드(57) 항소법원 판사, 다이앤 우드(59) 항소법원 판사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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