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신 연구논문 “지난 1988년 기점 이미 정점에 올라”
신문 스포츠 섹션 속 몇 문단의 기사에서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미 여자 1,6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딴 미국 팀 일원이었던 크리스탈 콕스는 경기력 향상 약물을 복용했다고 시인했다. 콕스는 메달을 박탈당하고 4년간 출전 금지 처분을 받게 될 것이다. 표면상으로 지난달의 이 사태는 또 하나의 도핑과 슬픈 결과의 에피소드일 뿐이다. 그러나 많은 스포츠 과학자들에게 이 뉴스는 더 큰 흐름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이들은 인간의 경기력은 정점에 이미 도달했으며 속임수와 테크놀러지만이 새로운 세계 신기록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믿는다.
수영 신기록 양산은 하이텍 수영복 덕
‘자연적’‘인위적’실력 논쟁 확산될 듯
지난 한 세기 동안의 세계 신기록들을 분석한 프랑스의 한 연구자 최근 논문에서 운동에 있어서 인간의 성취는 이미 1988년 정점에 도달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 해 육상에서 11개의 세계 신기록이 깨졌으며 이 가운데 7개가 아직까지 신기록으로 남아 있다.
이 논문과 지나 2년간 나온 연구물들은 올림픽 모토인 ‘더 빠르게, 더 높게, 더 강하게’가 시대착오적이 되어 가고 있음을 암시한다. “지난 세기에 우리는 경기력의 강력한 진화를 목격했다 ”고 이번 연구를 주도한 프랑스 파리의 유명한 운동연구 기관인 INSEP의 저프로이 베덜로 연구원은 말한다. 그는 “그러나 1990년부터 우리는 경기력이 떨어지는 것을 보기 시작했다. 현재 전혀 기록 진전을 보이지 못하는 수많은 종목들이 있다”고 지적한다.
베덜로는 육상에서 1993년 이후 64%의 종목에서 최고기록이 향상되지 않았으며 수영에서도 1990년 이후 47% 종목에서 기록이 제자리걸음이라고 밝혔다. 수영은 기록 단축 효과가 있는 것으로 드러난 하이텍 수영복이 등장한 2000년을 전후로 다시 기록이 향상되고 있다.
기록은 스포츠 세계 전반에서 제자리걸음인 것처럼 보인다. 하계 스포츠보다 역사가 짧은 동계 스포츠에서의 기록은 아직 향상되고 있다. 그러나 그 폭은 아주 미미하다고 미국 스포츠 의학협회장인 칼 포스터는 말한다. 그는 “세계 신기록은 정말 정체를 보이고 있다”며 “세계 신기록이 작성될 가능성은 날로 줄어들고 있다”고 진단한다.
인간이 이미 가진 것을 모두 발휘하고 있다는 전망은 엘리트 운동선수들과 훈련자들, 그리고 스포츠 단체 관계자들에게 불편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일부 스포츠 과학자들은 장비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거나 개인 종목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줄어들 것이라 우려한다.
선도적 스포츠 과학 연구기관인 루이지애나 베이튼 루즈의 페닝턴 생의학 연구센터 운동생물학 책임자인 콘래드 어네스트는 “세계 신기록 경신이 주기적으로 멈춰버린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사람들은 운동선수들이 날로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이것은 그들이 시청을 위해 채널을 맞추는 이유다. 운동선수들이 더 이상 과거처럼 기록을 향상시킬 수 없음을 사람들이 깨닫고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과거 기록을 지침으로 해 베덜로는 이번 동계 올림픽이 기록상 뛰어난 올림픽이 되지는 못할 것으로 내다본다. 지난 1월 전문지에 실린 그의 연구는 지난 109년 동안의 육상과 수영 기록을 철저히 분석하고 있다. 이 논문은 경기력이 크게 향상된 시점은 1043년과 1959년, 그리고 1968년과 1988년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는 경쟁을 부추기는 국제적 갈등이 심화되고 경제력이 향상된 시기와 겹친다.
이탈리아 연구자인 주세페 리피 역시 인간의 경기력은 원지점(달과 인공위성 등이 궤도상에서 지구와 가장 멀어지는 지점)에 도달했다고 말한다. 리피는 1900년부터 2007년 사이 국제선수연맹협회가 승인한 세계 신기록들을 분석하고는 “기록 향상이 사실상 멈췄거나 몇몇 부문에서 정체에 접어들었다”고 결론짓는다. 스탠포드 대학의 마크 데니 교수는 통계적 모델로 볼 때 남자 스프린터들이 성취할 수 있는 최대 기록은 현재 거의 도달한 상태이며 여성은 이미 가능한 톱 스피드에 도달했다고 설명한다.
더구나 세계 운동선수들의 초상화는 변화하고 있다. 포스터 회장은 지난 세기에 전 세계 많은 지역 선수들이 경쟁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연구자들이 ‘극단적인 아웃라이어’라고 부르는 특출한 유전자와 환경의 축복을 받은 사람들을 찾아내는 일을 용이하게 만들어줬다. 또 엘리트 선수들은 그들의 훈련 프로그램이 제공하는 이점을 최대한 활용한다. 한 종목에 전념하면서 전담 팀의 지원을 받는다. 포스너는 “벤쿠버 참가 선수들은 모두가 풀타임 운동선수라 보면 된다”며 “일단 풀타임 선수가 되면 몸도 그렇게 움직인다”고 말했다.
경기에서 테크놀러지가 중요해 지면서 경기의 승자는 가장 최신형 기어를 쓴 선수일 수 있다. 테크놀러지가 스포츠를 접수할지 모른다는 우려는 지난 해 국제수영연맹이 마이클 펠프스가 베이징 올림픽에서 8개의 금메달을 딸 때 입었던 경기력 향상 수영복을 금지시킨 데서도 드러난다. 베덜로의 논문에 따르면 2008년 올림픽에서 수영복은 22개의 세계 신기록 가운데 21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터는 “수영연맹은 신기록으로부터 멀어지는 결정을 내렸다”며 “수영에서 이미 신기록이 모두 깨졌기 때문에 다시는 신기록 작성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논쟁을 벌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늘의 스포츠에서 와일드카드는 과학이라고 리피는 지적한다. 그는 “경기력과 관련한 미래의 한계는 갈수록 선수들의 타고난 생리에 의해 결정되지 않고 과학과 테크놀러지, 그리고 ‘자연적인’ 향상과 ‘인위적인’ 향상의 경계에 관한 판단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수들이 유리한 상황을 모색하면서 도핑의 창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SMU 대학의 피터 웨일랜드 교수는 일련의 생물역학 실험을 통해 지난 2008년 올림픽에서 우사인 볼트가 세운 시간당 28마일을 속도를 넘어 궁극적으로 35마일에서 40마일 속도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지난 달 발표된 이런 전망은 인간이 그라운드에 좀 더 강한 힘을 줄 수 있다면 얼마나 더 빨리 뛸 수 있느냐는 생각에 기초하고 있다.
결국 유전자 치료를 통한 기록 향상인데 아직은 이론적인 상황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운동선수들이 그들의 DNA를 향상시키기 위한 약물이나 치료를 받을 날이 머지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샌디에고 솔크연구소는 실험적인 약이 운동에 근육이 반응하는 방식을 다시 프로그램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 약을 투여한 쥐들은 운동훈련만 한 쥐보다 더 빨리 뛸 수 있었다.
하지만 자연 능력이 아닌, 과학에 기초한 경기력은 대중들에게 어필하기 쉽지 않을지 모른다. “오늘날 우리는 누가 최고인가에만 초점을 맞춘다. 우리는 경쟁 자체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가 보다, 레이스에서 누가 이기는가를 말이다”라고 베덜로는 말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하이텍 수영복을 입고 무려 8개의 금메달을 따냈던 마이클 펠프스. 국제수영연맹은 지난해 이 수영복 착용을 금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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