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는 호주의 시드니 항에서, 칸느영화제 때면 지중해 연안 남불에서, 브라질 사육제 때면 리우데 자네이로에서… 세계를 내 집처럼 유람하며 사는 것은 누구나 한번쯤 꿈꿔봤을 일이다. 베벌리 힐스의 한 기업이 그런 꿈에 맞춰 호화 크루즈 선상의 객실들을 분양한다고 발표했다. 세계를 구석구석 즐기면서도 비행기 표를 사거나 호텔을 예약하는 번거로움이 없으니 노후의 은퇴자들에게는 안성맞춤인 주거시설이다. 문제는 물론 돈이다. 가장 작은 모델의 가격이 370만달러 선이라고 한다.
베벌리힐스 기업 크루즈 객실 분양 계획
떠다니는 호화콘도에서 5대양 6대주 여행
경제상황 나쁘고 가격 비싼 것이 걸림돌
수십년 래 최악의 경기침체가 몰아친 가운데 베벌리힐스의 한 기업이 11억 달러의 호화 크루즈 선박을 건조해 2013년 발진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내어놓았다. 일반 크루즈와 다른 점은 승객들에게 4~5일 객실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전체 객실의 절반을 콘도처럼 분양한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떠다니는 호화 콘도를 준비 중인 유토피아 주택은 지난달 삼성중공업에 전장 971피트, 10만5,000톤 규모의 크루즈 건조 주문을 했다. 새로 지어질 크루즈 선박의 이름은 유토피아. 유토피아가 완공되면 204개 객실은 호텔방처럼 제한된 기간 동안 승객들에게 빌려주고, 다른 200개 객실은 콘도처럼 분양돼 소유주들이 상주하게 된다.
분양가는 370만달러부터 2,600만 달러까지. 가장 작은 모델은 침실 2개 욕실 2개의 1,400평방피트 크기이고 2,600만 달러짜리 호화 모델은 침실 4개, 욕실 3개로 6,600평방피트 크기이다.
이들 콘도형 객실을 매입할 경우 소유주는 방만 소유할 뿐 크루즈 자체에 대한 소유권은 없다. 소유주들은 유틸리티나 경비, 각종 도우미 서비스, 선상 클럽사용 등과 관련한 관리비를 따로 내게 된다.
객실은 나무마루 바닥에 대리석 부엌 조리대, 워크인 옷장에 벽난로 등으로 꾸며지고, 거주자들은 크루즈 선상의 수영장, 테니스장, 옥외 영화관, 소형 골프코스, 식당 등의 시설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거주자들을 즐겁게 할 것은 유토피아가 끊임없이 항해를 하면서 소개할 세계 각처의 문화행사와 스포츠 행사들. 유토피아의 항해일정에는 칸느 영화제, 브라질 사육제, 투르 드 프랑스 자전거 대회, 모나코 그랑프리 자동차 경주대회, 아메리카 컵 요트 경기 등이 포함된다.
칸느 영화제 때면 배가 프랑스 남부 지중해 연안에 정박하고, 브라질 사육제 때면 리우데 자네이로 부근에서 정박하는 것이다. 연말이면 호주의 시드니 공항으로 가서 승객들이 새해 전야의 불꽃놀이를 즐기게 할 계획이다.
전 지구적 상품이 될 것이라고 유토피아 주택의 데이빗 로브 회장은 말한다. 프로젝트의 자본금 대부분은 LA와 워싱턴 DC 소재 투자사인 프론티어 그룹이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한편 일부 크루즈 업계 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이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크루즈 객실 분양이 성공할 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호화 크루즈 객실 분양 아이디어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유토피아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팀 가운데 선장인 올라 하심과 엔지니어인 토르 한센은 지난 2002년 비슷한 아이디어의 크루즈를 진수시켰었다. 월드라고 명명된 전장 644 피트의 크루즈 선박이었다.
월드는 객실 소유주들이 그 이듬해 아예 사들여 관리회사에 관리를 맡기고 있다. 5대양 6대주를 항해하고 다니는 월드는 지난달 호주 남부의 베이트먼 만에 정박했었다.
하심은 크루즈 선박의 선장으로 거의 40년을 일한 베테랑. 월드를 진수하기 전에는 로열 바이킹 씨의 선장으로 일했었다.
크루즈 분양 프로젝트가 항상 성공한 것은 아니다. 지난 2002년 오션 개발그룹은 포시즌스 호텔 & 리조트와 합작으로 크루즈 분양사업을 추진했다. 720피트의 호화 크루즈를 2007년 진수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재정 문제로 계획은 무산되었다.
오션 개발 그룹의 컨설턴트이자 투자가였던 에릭 흐비드에 의하면 크루즈 선상의 112개 객실 중 30% 정도에 대한 분양이 확실시되었을 즈음 세계 경제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최소한 60% 분양이 되어야 사업자금이 조달된다는 조건이 있었기 때문에 프로젝트는 무산되고 말았다.
흐비드는 호화 크루즈 분양 사업이 승산이 있다고 믿고 있지만 현재와 같은 경제 상황이 유토피아 프로젝트를 성사시킬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고 있다. 2년 전 포시즌스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에 비해 사업자금 조달이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토피아의 로브 회장은 이미 상당한 재정적 지원과 파트너들을 확보한 상태라고 말한다. 유토피아 선상 콘도 16% 정도에 대한 분양은 이미 확약 받았다고 그는 밝혔다.
한편 지금과 같은 불경기에 호화 크루즈 객실 분양은 불합리하게 들릴 수 있지만 유토피아가 진수될 2013년이면 시장상황이 많이 개선되어 있으리라고 보는 분석도 있다. 지금 선박을 발주하면 경쟁이 덜하고 건조비용도 덜 드는 이점이 있다고 한 전문가는 말한다.
문제는 분양에 관심을 가질 사람이 얼마나 있는 가 이다. 크루즈 항해를 즐기면서 콘도를 살 만큼 돈이 있는 사람은 대단히 제한되기 때문이다.
그런가하면 아무리 불경기라도 기꺼이 돈 쓸 채비가 되어있는 소수의 부호들은 항상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경제 상황에서도 돈이 너무 많아서 어디다 써야 될지 모르는 사람은 많이 있다는 것이다. 유토피아가 그런 사람들 200명 구하는 것은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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