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지난 1979년 12.12 사태 발생 8일후 작성한 `남한내 불안정에 대한 북한의 반응’이라는 특별평가보고서의 요지다.
▲남한 군부 파벌간 싸움의 표면화와 남한의 만연한 사회적 무질서는 평양(북한)으로 하여금 한반도의 무력 재통일을 검토하도록 재촉하고 있다.
미국이 이란과 기타 지역의 일들에 몰입해 있기 때문에 북한은 남한을 지킬 미국의 능력 또는 의지가 약화됐다는 계산을 할 수도 있다.
평양이 직면한 결정의 무게와 이에 따른 위험을 감안할 때 북한이 전면적인 군사행동을 취할 것인지 확신을 갖고 판단할 수는 없지만, 그런 행동을 할 가능성은 최대 50 대 50이 될 수 있다.
만일 북한이 (군사적) 개입을 결정한다면, 아마도 이는 남한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남한내) 조직적인 저항을 분쇄하기 위한 `대규모 공격(massive assault)’이 될 공산이 크다.
김일성 주석은 박정희 대통령 서거 이후 발생한 남한 군부파벌간 다툼과 광범위한 사회 무질서가 자신이 권좌에 있을 때 한반도를 재통일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
1975년 김 주석은 북한은 남한내에 `혁명적인 상황’이 전개된다면 가만히 앉아있지 않을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선언했고, 이후 북한은 이를 선전해 왔다. 김 주석은 사석에서 1960년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와 1961년 군사 쿠데타 사이의 혼란한 시기에 북한의 군대가 이를 이용할 만큼 준비된 상태가 아니었다는 점을 말하곤 했다.
지난 10년간에 걸친 북한 군사력의 두드러진 팽창을 감안할 때 김 주석은 이전보다 그런(군사) 행동을 취하기에 훨씬 더 유리한 입장에 있다.
북한은 군사적으로 취약해진 남한에 대한 공격을 검토할 때 남한의 주요 동맹들의 태도, 특히 가장 중요한 미국의 대한(對韓) 안보공약을 저울질하게 될 것이다.
수년간 소련과 중국은 김일성에게 경고를 했지만, 이들의 영향력은 북한의 군사적 자급력이 향상되면서 감소해 왔다. 만일 김일성이 (남한에 대한) 군사적 개입이 그의 이해관계에 도움이 된다고 확신한다면, 과연 중국과 소련이 이런 (군사적) 모험을 반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우리는 남한에 미군의 주둔이 없다면 북한이 남한을 공격하리라고 판단한다. 미국 지상군의 존재와, 어떤 규모가 됐든 북한의 도발시 미군이 개입하게 될 것이라는 확실성은 북한을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
1970년대에 걸쳐 북한의 핵심적인 목표는 남한에서 미군의 주둔을 종식시키는 일이었다.
북한은 (남한을 도발하려 한다면 주한미군뿐아니라) 한반도 이외 지역에서 미국의 관심사항과 개입문제도 고려 대상에 넣을 것이다. 현재 미국이 중동과 동남아시아 문제에 몰입하고 있는 것이 자신들의 군사행동 위험을 줄여주는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반면 북한은 이란사태(이란의 미국대사관 외교관 52명 인질사건)에 대한 미국의 좌절과 분노를 미국이 주한미군을 겨냥한 공격에 응전할 용의를 드러내는 불길한 징조로 생각할 수도 있다.
북한은 또한 미국의 신속대응 능력도 판단하게 될 것이다. 만일 미국이 (한반도가 아닌) 다른 곳에서 군사적으로 깊이 개입하게 된다면 북한은 자신들의 위험이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 생각할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남침의) 핵심적인 기준으로 삼게되는 것은 남한 및 동북아 다른 지역내의 미군, 혹은 (한반도 투입에) 이용하기 위해 예비돼 있는 미군이 될 것이다.
북한은 ▲위험을 최소화한 제한적인 군사개입을 통해 미국의 (대남) 방어의지와 남한내 분열을 조장하려 들거나 ▲대대적인 공격을 감행할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북한은 첫번째 코스는 거부할 것이다. 한국전쟁 이후 북한은 강도가 약한 다양한 행동을 시도했으나 별다른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이런 경험에 비추어 북한은 제한적인 행동은 실제로는 순손실(net loss)이 된다는 계산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북한의 군사적 개입은 육.해.공을 두루 동원한 대규모 형태틀 띨 것으로 생각한다.
북한의 일차적 목표는 서울지역을 장악하는 것이겠지만, 북한의 궁극적인 목표는 군사적 정복을 통해 한반도 전체를 통일하는 것이다.
우리 판단으로 북한은 자신들의 군사작전이 성공하는 한 남한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침략을 계속 시도할 것이다. 북한의 늘어난 군사 조직, 병력, 장비는 2년전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장기적으로 군사작전을 이끌어나갈 수 있게 할 것이다.
평양과 동맹관계인 소련과 중국은 미국과의 직접적인 군사적 대치를 피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남한에 대한 북한의 공격에 신중하게 반응할 것이 거의 확실시 된다. 특히 중국은 미국과의 개선되고 있는 관계가 위험에 처하는 것을 꺼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련과 중국은) 상호 경쟁관계에 있고, 북한에서 자신들에 대한 호의적인 상태를 유지하는게 중요하기 때문에 (북한이 도발을 감행할 경우) 북한에 최소한의 물자적 지원을 제공해야 된다는 (심리적)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워싱턴=연합뉴스) 고승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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