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퇴하고 나니 쓸쓸해...경제난에 힘들어...
메릴랜드의 J모씨(60대)는 얼마 전 한국행 이삿짐을 부쳤다. 70년대 이민 와 미국에서 30여년을 살다 선택한 역이민이었다.
J씨는 “은퇴하고 나이드니 자꾸 고향 땅이 그리워져 아예 노후를 한국에서 보내기로 했다”며 “처음엔 좀 망설였고 새로운 생활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지만 이곳에서의 쓸쓸한 삶이 지겨워 결행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한인들의 한국행이 급증하고 있다. 대형 운송 회사들에는 귀국이사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고 덜레스 공항에는 한국행 ‘이민 가방’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대한통운 워싱턴 지점의 주정균 지사장은 “몇 해 전부터 귀국 이사를 하는 분들이 늘고 있다”며 “대부분은 50대 이상으로 아예 집을 정리하고 영구 귀국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국 외교통상부가 올해 발간한 ‘2009 외교백서’도 역이민자의 증가를 통계로 입증하고 있다. 이 백서에 따르면 2008년 한 해 동안 미국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포기하고 영주귀국을 신고한 역이민자는 총 1,654명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역이민을 하더라도 시민권은 살려두고 하는 경우도 많아 실제 한국행 동포들의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발표된 상무부의 2008 센서스 결과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버지니아, 메릴랜드의 한인 인구는 1년 사이에 무려 1만4천명이나 빠져 나갔다. 물론 이 충격적인 통계는 표본조사에 의한 것이라 큰 오차가 있을 수 있으며 다른 주로 이사 간 경우도 있으나 상당수가 한국행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수십 년씩 생활하며 정든 미국을 등지고 한국행을 하는 이유는 미국생활의 부적응과 향수가 대다수를 차지한다. 앞의 J씨는 은퇴 후 노후생활과 향수 때문에 귀국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들어서는 경제난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마루 설치업에 종사했던 40대 초반의 K씨는 건축경기가 바닥을 기면서 생활이 어려워지자 귀국 결심을 했다. K씨는 “건축경기가 당장 살아날 조짐은 안보이고 힘들게 버텨봤자 고생만 할 것 같아 보따리를 싸게 됐다”며 “한국은 비빌 언덕이라도 있어 영주권을 포기하고 떠나게 됐다”고 귀국 이유를 털어놓았다.
이른바 기러기 가족들이나 유학생들이 귀국하는 사례도 늘었다. 한국 경제가 어려워진데다 지난해보다 고공행진을 하는 달러 환율로 인한 부담감 때문이다.
한 기러기 엄마는 “알고 지내던 주위의 기러기 가족들이 안보여 소식을 물어보면 한국으로 돌아갔다는 말을 듣기 일쑤”라며 “고환율에 한국에서 웬만큼 벌어서는 미국생활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이른 시일 내에 회복되지 않으면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포기하고 역이민을 떠나는 한인들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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