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400명 하인들의 시중을 받으며 자란 말괄량이 공주님이었다. 13세에 첫 표범을 사냥했던 공주님은 검은 눈의 빼어난 미녀로 성장했다. 그 아름다운 자태에 자이푸르의 군주 만 싱이 넋을 빼앗겼고 그들은 1940년 결혼했다. 가야트리 데비는 이렇게 인도에서 가장 부유한 왕족 중 하나인 만 싱의 세 번째 왕비가 되었다.
바람기 다분한 폴로광 만 싱이 머잖아 4번째 왕비를 들일 것이라며 데비의 가족들은 결혼을 반대했으나 데비는 ‘나를 가진 그에게 더 이상의 여자는
필요없다’며 우려를 일축했다. 그리고 그녀는 옳았다. 지난 7월 말 그녀가 90세로 타계했을 때 ‘전설적인 인도의 미녀’로 불리던 그녀는 남편보다 40년을 더 살았으며 다른 왕비들도 다 세상을 떠난 후였다. 남편 싱은 1971년 폴로경기 중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전설적 미녀’ 가야트라 데비의 생애 재조명
손자-왕족-정부 제각기 5억달러 유산에 눈독
3명의 아내에게서 난 4명의 아들을 둔 집안이 부모 사후에 조용할 리가 없다. 데비가 남긴 4억7,000만달러에 달하는 유산을 둘러싼 치열한 집안싸움이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유산에는 자이푸르의 ‘시티 팰리스’ 등 왕궁과 골동품, 보석과 부동산, 왕족 사냥에서 잡은 호랑이 머리 박제 등이 포함되어 있다.
유산다툼의 주역은 우선 두 진영이다. 한쪽은 데비의 손자인 데브라지 싱. 데비가 끔찍이 사랑했던 아들 자가트는 태국 공주와 결혼한 후 1997년 지나치게 술을 마시다 사망했는데 손자는 데비와 사이가 좋지 않았고 그 후 화해하기 전 한동안 의절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다른 한 진영은 만 싱의 두 번째 왕비 소생의 두 아들 자이와 프리트비라즈 싱 형제다. 이들을 비롯한 왕족들은 현재 태국에 있는 자가트의 후손들에게 자이푸르 왕가의 재산이 넘어가는 것은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 왕가 소유 부동산을 둘러싼 여러 건의 소송이 법원에 계류 중이다.
여기에 더해 인도 정부까지 왕궁을 포함한 왕가 소유 부동산은 국고로 귀속시키기를 바라고 있어 유산 다툼은 더 한층 복잡해질 전망이다.
벵갈지역 왕가에서 태어난 데비의 일생은 화려했다. 성장기도 부유했지만 순금의 나이프, 은 자전거를 타는 앵무새, 다이아몬드로 치장한 행운의 산 거북이 등 결혼 후 일상도 사치의 극을 이루었다. 당시 왕가의 여인들은 일체 외부에 나서지 않았으나 데비는 달랐다. 머리를 자르고 바지를 입고 자동차를 운전하며 거리를 누볐고 승마, 테니스, 스쿼시 등 스포츠를 즐겼으며 재클린 케네디 등 지구촌 명사들과 친분을 나누었다. 패션잡지 보그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 10명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자선사업에도 열중했던 데비는 1962년 의회선거에 출마 득표율 80%를 기록하며 당선되었다.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는 빈민 구제와 환경보호 등의 구호로 67년과 71년에도 재선되어 인디라 간디의 의회당과 맞섰던 데비는 단단히 간디의 미움을 샀던 것으로 알려진다. 간디가 왕족의 특권을 폐지한 데는 데비에 대한 증오심도 일부 작용했으며 간디가 자신보다 똑똑하고 아름다운 여자가 정계에 있다는 것에 분개했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데비는 불법 외화소유 혐의로 5개월간 감옥에 갇히기도 했었는데 문제의 외화는 15달러였다. 당시 데비 일가를 포함한 왕족들은 인도 정부의 왕족 특권폐지에 대처, 왕궁의 일부를 고급 호텔로 개조해 생활하기도 했다.
데비의 죽음은 그녀 자신의 전설 같은 생애와 함께 계속 밀리고 있는 왕가의 실상을 재조명하게 한다. 수천년 제각기 독립적으로 지배계급의 특권을 누려온 500여개 군주국들의 현재 입지는 초라하다. 사회에서의 적당한 역할 찾기에도 실패하고 있지만 가난한 빈곤층으로 전락한 왕족들도 허다한 실정이다.
이런 와중에서 데비 일가의 엄청난 유산을 둘러싼 다툼은 적잖은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미디어의 보도는 상당히 자제된 편이다. 인도의 미디어들은 공격적 성향이 강하지만 아직도 왕족들에 대한 경외감, 그리고 가야트리 데비에 대한 존경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인도의 나이 든 세대들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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