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백두산 관광, 이산가족 상봉 등
숙원사업 한국 정부 대응여부에 눈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 계기에 현대와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위원장 김양건)가 16일 남북 교류협력사업 전반을 복원하는 5개 항의 ‘파격 합의’를 도출함에 따라 이행 전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합의는 지난해 북한이 남북관계 1단계 차단조치로 취한 ‘12.1 조치’를 해제하는 성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재개는 당국간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민간 기업과 합의한 북한의 ‘의도’를 의심하는 시각도 있으며, 결국 합의가 향후 순조롭게 이행될지 불확실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 북, 실천가능한 것은 통행.체류제한 철회뿐
- 이번 합의 중 ‘남측 인원들의 군사분계선 육로통행과 북측지역 체류를 역사적인 10.4선언 정신에 따라 원상대로 회복하기로 했다’는 부분은 북한이 작년 12월1일부터 취한 이른 바 12.1 조치의 핵심사항을 철회하겠다는 것이다.
북은 작년 12월1일을 기해 육로 통행 시간대와 시간대별 통행자 수를 대폭 축소하고, 개성공단 상시체류 자격 소지자를 880명으로 제한함으로써 개성공단 사업자들에게 큰 불편을 초래한 바 있다. 이는 북한의 결정에 따라 일방적으로 취한 조치이기에 북측이 당장이라도 철회할 수 있는 문제다. 그러나 금강산 관광 및 개성관광 재개, 백두산 관광 개시, 추석(10.3) 계기 이산가족 상봉 등은 모두 남북 당국간 협의없인 사실상 불가능한 것들이라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금강산 관광의 경우 작년 7월11일 관광객 고 박왕자씨가 북한군 초병의 총격을 받아 사망한 직후 우리 정부의 결정에 의해 중단됐다. 정부는 사건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대책 마련 등이 이뤄져야 관광 재개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개성관광도 북한이 12.1 조치의 일환으로 일방 중단한 것이지만 박왕자씨 사건과 현대아산 근로자 유성진씨의 ‘136일 억류’ 등을 계기로 북한내 우리 측 인원의 신변안전 보장장치가 좀 더 강화돼야 한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또 2007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 합의의 하나인 백두산 관광도 10.4합의 이행 전반에 대한 남북간의 입장 절충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민간의 합의만으로 추진하기란 쉽지 않은 부분이다.
이산가족 상봉 역시 과거 남북이 적십자를 주체로 내세우되, 실제로는 양측 정부가 합의해서 해오던 일이기에 현대와 아태평화위가 합의한 사실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시각도 있다.
▲ 이행 전망은
- 이번 합의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단 북한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을 계기로 향후 남북관계 운용에 대한 ‘공’을 우리 쪽 코트로 넘긴 것이라고 보고 있다. 남북 교류협력 확대·발전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각종 사업들을 현대를 매개로 우리 정부에 던진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당국간 합의가 필요한 영역까지 현대측과 합의했다고 발표한 대목에서는 의도가 의심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결국 이번 현대와 북측 아태평화위간의 합의가 이행될지 여부는 1차적으로 우리 정부가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정부로선 이번 합의사항 중 남북통행.체류 관련 제한 해제, 이산가족 상봉 등 우리 민.관이 공히 숙원해온 일들이 포함돼 있는 만큼 남북 당국간 대화를 통해 이행을 협의해보자는 식으로 북에 역제의를 하고, 북이 호응하는 시나리오가 일단 가능하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방북 7일만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면담에서 금강산과 개성 관광 재개 등 성과를 거둔 가운데 17일 오전 서울 계동 현대 사옥에서 직원들이 밝은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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