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26일 뉴욕주 웨스트체스터 카운티 하이웨이에서 끔찍한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일요일 낮 1시30분께 포드 미니밴이 타코닉스테이트 팍웨이에서 역주행을 하다가 마주오던 SUV 차량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미니밴의 운전자인 다이앤 슐러(36)와 두 살짜리 딸, 5, 7, 8세짜리 조카딸 3명, SUV에 탔던 3명의 남성 등 8명이 숨지고 두 차의 탑승자 중 유일한 생존자인 슐러의 5세짜리 아들 브라이언이 부상을 당했다.
8명 사망자 낸 뉴욕주 교통사고 둘러싼 진실공방
검시결과 상당량의 알코올과 마리화나 성분 검출
아이들 가득 싣고 가족캠핑서 돌아오던 일요일 한낮
“도대체 언제, 어디서 술 마시고 마리화나 피웠을까”
남편 “술 마시는 아내 본적 없다”
희생자가족 “사고 아닌 살인이다”
전문가 “감쪽같은 알콜중독 가능”
‘8명 사망’만으로도 충격적이었던 이 사건은 그러나 1주일 후 슐러의 검시결과가 발표되면서 사람들을 경악케 했다. 사고당시 슐러는 만취상태의 음주운전을 했으며 마리화나까지 피운 것으로 나타났다. 혈중 알코올 농도는 법정 허용치의 2배가 넘는 0.19%였고 슐러의 위에서는 아직 채 분해되지도 않은 상당량의 알코올이 검출되었으며 혈중 마리화나 성분 검사결과 사고 15분 전까지도 마리화나를 피웠을 것으로 추정되었다.
엄마가 아이들을 가득 싣고 주말 캠핑에서 돌아오던 일요일 한 낮이었다. 도저히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상황과 명백한 검시결과를 둘러싼 진실공방은 정답은 찾지 못한 채 의문만 늘어가고 있다.
남편을 비롯한 가족들은 슐러가 평소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SUV 희생자 가족들은 “사고가 아니라 살인”이라며 분노하고 있다. 새로운 목격자가 나타날 때까지, 혹은 슐러의 컴퓨터나 캐비넷에서 결정적 단서가 드러날 때까지 공방은 아직 한참 더 계속될 전망이다.
어느 것이 진실인가.
남편의 말처럼 완벽한 엄마이고 믿을 만한 사람이었던 다이앤 슐러는 돌발적인 정신발작이나 뇌졸중 때문에 사고를 일으켰을까?
미니밴에 보드카를 숨겨두었던 다이앤 슐러는 남편조차 전혀 몰랐던 알코올 중독자였을까?
사랑스런 두아이의 엄마이며 케이블비전의 중역이었던 다이앤 슐러가 중증의 알코올 중독자라는 것을 주위사람들이 알면서 방치한 것일까?
사고소식을 듣고 누구보다 놀란 사람들 중 하나는 캣스킬 캠프장의 소유주 앤 스콧이었다. 슐러는 바로 이 캠프장에서 가족과 함께 주말 캠핑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이었다. 슐러가족은 벌써 몇 년째 이 캠프장을 자주 찾아 아예 트레일러까지 가져다 놓은 단골이었다. “여긴 규정이 엄격합니다. 술과 마약은 엄금입니다. 즉시 쫓겨나지요” 스콧은 다이앤이 술을 마신 적도 슐러가족이 문제를 일으킨 적도 없었다고 말한다.
사고 당일 아침 다이앤과 남편 다니엘 슐러(37)는 캠프장에서 아침 일찍 일어나 커피를 마시고 귀가 길에 올랐다. 남편은 개와 함께 픽업트럭을 타고 떠났으며 다이앤은 두 아이와 세명의 어린 조카들을 싣고 오전 9시가 좀 넘어 출발했다.
슐러가족 변호사 조사팀의 톰 러스킨에 의하면 다이앤은 도중에 들렀던 맥도날드에서 10시40분께 떠났다. 그 후 2시간 남짓이면 집에 도착했어야 했다. 맥도날드에서 다이앤은 별 이상이 없어보였다고 목격자들은 말한다. 사고가 발생한 오후 1시30분까지 약 3시간 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사고발생 당시 슐러는 1.7마일이나 역주행을 하고 있었을 뿐만이 아니라 집과는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오후 1시께 슐러는 도로변에 차를 멈추고 오빠인 워런 한스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번 사고로 숨진 3명의 조카는 한스의 딸들이다. 슐러는 아프다면서 어디인지 모르겠다고 호소했고 한스의 큰딸은 고모가 “앞이 잘 안보이고 말하기도 힘들어한다”고 아빠에게 말했다. 한스는 자신이 갈테니 그 자리에서 기다리라고 하며 딸에게 근처 표지판 등을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화를 끊은 후 슐러는 운전을 계속한 것으로 보인다. 셀폰은 전화를 했던 도로변에서 후에 발견되었다.
가족들은 슐러가 뇌졸중이나 색전증 등의 갑작스런 발작으로 방향감각을 잃었을 것이라며 알코올이나 마약 중독을 극구 부인한다. 경찰은 사고현장에서 깨진 보드카 병을 발견했다. 전문가들은 중증 알코올 중독자들이 가장 흔히 택하는 것이 보드카라고 말한다. 감추기가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이앤이 그 정도의 알코올 중독자라면 나소카운티 경찰국 공공안전요원인 남편이 전혀 눈치조차 못채게 숨길 수 있었겠느냐고 측근들은 고개를 흔든다.
중독에 관한 여러권의 저서를 펴낸 덕 쏘번은 2년간이나 사귄 여성이 알코올 중독자라는 것을 전혀 몰랐다면서 “알고보니 그녀는 아침 커피에 술을 타서 마시기도 했고 나를 만나기 전 보드카를 벌컥벌컥 들이킨 후 만나선 와인을 조금씩 홀짝거리는 척 했던 것”이라고 말한다.
슐러 가족의 주장을 누구보다 안 믿는 것은 SUV 탑승 희생자의 유가족들이다. 마이클 바스타디(81)와 가이 바스타디(49) 부자 및 댄 롱고(74) 등 3명의 남성들이 가족 모임에 가던 중 어이없이 희생되었다.
유가족들은 “사고가 아니라 살인”이라면서 알코올 중독인 슐러가 운전하도록 방치한 누군가가 형사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가족 등 주변 사람들에게 형사책임을 묻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것이 법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민사소송 제기는 거의 확실하다. 손해배상은 보험사와 함께 슐러의 자산을 겨냥할 것으로 보이는데 주택 등 남편과의 공동재산은 남편에게 아내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어 대상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허비 디폰조 호프스트라 법대교수는 말한다.
<뉴욕타임스·USA투데이-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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