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 인터뷰 - ‘줄리와 줄리아’ 주연 메릴 스트립
지난 7일에 개봉돼 첫 주말 사흘간 흥행 2위를 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요리영화 ‘줄리와 줄리아’(Julie and Julia)에서 베스트셀러 요리책을 쓴 줄리아 차일드로 나온 메릴 스트립과의 인터뷰가 지난 27일 베벌리힐스의 포시즌스 호텔서 있었다. 지난 6월22일로 60세가 된 스트립은 젖무덤이 드러난 붉은 드레스에 검은 허리띠를 매 하얀 피부와 극적인 대조를 보였는데 진지하고 정중하면서도 유머를 섞어가며 질문에 답했다. 나이에 비해 훨씬 젊게 보이는 스트립은 세월의 미를 간직한 숙녀였다. 기자는 영화가 요리영화여서 그에게 좋아하는 한국 음식을 물었더니 “불고기와 김치”라면서 “뉴욕(스트립은 뉴욕서 산다)의 좋은 한국 식당을 하나 소개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줄리아 차일드(메릴 스트립)가 터키요리 시범을 보이고 있다.
집에서 잘 해먹는건 구운 닭 요리와 샐러드
좋아하는 한국음식은 불고기와 김치·반찬들
좋은 요리와 좋은 섹스 감각적으로 관계 있어
남편은 내가 해주는 건 무조건 다 맛있다 해줘
▲어렸을 때 어머니가 해 준 음식 중 기억나는 것이 무엇인가.
-어머니는 요리를 싫어했다. 어머니의 요리책 이름이 ‘나는 요리를 싫어해’라는 것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어머니는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싶어 했는데 요리는 거기에 포함되질 못했다. 줄리아 차일드가 이룬 업적은 보통 사람들을 위해 요리하는 방법을 변형시켰다는 점이다.
▲줄리아 차일드는 자기 개성대로 살기를 주저하지 않은 사람이다. 그런 점에서는 당신도 마찬 가지다. 당신은 줄리아의 어떤 점을 존경하는가.
-그는 나이 50세에 연예인이 아닌 여자로서 TV에 나온 개척자다. 그의 개성은 자신의 삶의 경험에 의해 형성됐다. 그는 매우 관대한 사람으로 바로 이 점이 그가 사람들로부터 인기를 얻은 장점이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배우생활 초기에는 온갖 불안에 시달렸다. 내 코가 너무 길지는 않은가, 너무 뚱뚱하지 않은가 아니면 나는 비사교적이진 않는가 하는 걱정들에 시달렸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이런 것들은 모두 시들해지게 마련이다. 오래 견디다 보면 결국 자기 자신을 지키게 될 수 있다.
▲줄리아 차일드처럼 잘 알려진 실제 인물의 배역을 맡게 됐을 때의 첫 느낌은 무엇이었나.
-실제 인물을 연기하려면 그 사람의 내적 삶과 연계를 맺어야 한다. 나는 우리 모두가 내적으로는 서로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모든 인간의 잠재력은 매우 비슷하며 우리는 서로가 유전인자적으로 연결돼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좋아하는 요리는 무엇인가.
-난 지난 5년간 너무 바빠서 요리다운 요리를 해보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에 스튜디오에서 요리연습을 하면서 그것을 내 게으름에 대한 변명으로 삼았다.
▲당신의 자녀들은 요리를 잘 하는가.
-각자 모두 다르다. 막내딸은 아무거나 먹는 타입으로 요리엔 전연 관심이 없다. 나도 처음 결혼했을 때는 요리에 관심이 없었다. 요리는 정말로 연습이 필요하다. 내 아이들 중 아들이 지금 요리를 시작했다. 애인과 함께 살면서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
▲당신 자신의 스타일에 대해 정의를 내려 보라.
-나는 전연 스타일이라곤 없다.
▲아름다움에 대한 당신의 묘법은 무엇인가.
-전연 모르겠지만 수면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만은 안다.
▲한국 음식 중 무엇을 좋아하는가.
-불고기로 LA 살 때는 우래옥엘 자주 갔다. 불고기와 함께 김치와 여러 가지 반찬들을 아주 좋아한다. 뉴욕으로 이사 간 뒤 거기에도 우래옥이 있어서 정말 기뻤다. 뉴욕의 좋은 한국 식당 하나 소개해 주지 않겠니(나는 한국 식당 반을 소개했더니 스트립은 뉴욕에 돌아가면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좋은 요리와 좋은 섹스는 서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감각적인 면에서 둘은 관계가 있다고 본다. 난 전문가는 아니지만 맛을 사랑하는 사람은 다른 부문의 감각적 성질도 안다고 생각한다.
▲요리도 연기처럼 타고난 재질이라고 보는가.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내 요리 기술보다는 연기력에 더 자신 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함께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속편을 만들 생각은 없는가.
-그 영화 만든 경험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이스트우드는 자기 하는 일에 정통해 함께 영화 만들기가 정말 쉬웠다. 속편이 만들어진다면 기꺼이 나오겠다.
▲집에서 잘해 먹는 음식이 무엇인가.
-구운 닭과 샐러드다. 그리고 딸기류를 좋아한다.
▲줄리아 차일드는 키가 6피트2인치였는데 영화에서 당신을 그렇게 크게 만든 각종 고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40년대 여자 키가 6피트2인치라는 것은 거의 핸디캡이라고 할 수 있다. 줄리아는 그런 면에 도전함으로써 훌륭한 개성을 형성할 수 있었다고 믿는다. 그러나 나는 영화에서 내 키를 크게 보이도록 한 여러 가지 고안에 대해선 말하고 싶지 않다. 그것을 말하면 사람들은 영화를 보면서 내용보다 기술적인 면에 더 관심을 기울일 것이 분명하다.
▲영화의 두 여자 주인공은 모두 자기 하는 일에 대해 정열적인 사람들이었다. 당신도 연기에 정열을 쏟아 붓는 사람인데 영화 속 인물처럼 그 정열을 책으로 쓸 생각은 없는가.
-나는 배우지 작가가 아니다. 나는 이-메일조차 잘 다룰 줄을 모른다.
▲그러면 연기를 지도할 생각은 없는가.
-그건 재미있을 것 같다. 그러나 나는 내 연기에 관해 어떤 방법론도 갖고 있지를 않다. 가끔 어린 아이들에게 연기를 지도한 적은 있다.
▲언제 줄리아 차일드를 처음 봤는가.
-8학년 때 보스턴에서 TV로 그가 요리하는 것을 처음 봤다.
▲당신의 주방에서 없어서는 안 될 용기는 무엇인가.
-칼이다. 그런데 스테인레스 칼보다는 프랑스에서 발견한 비탄화한 칼이 훨씬 더 잘 든다.
▲당신은 남편이 당신에게 고마움을 느끼도록 어떤 일을 하는가.
-음식 장만해 주는 일로 그것은 사랑의 행위와 같다. 남편은 무조건 내가 해주는 것은 다 맛있다고 한다. 잘 못 만든 음식을 먹으면서도 “이것 맛있네. 정말 맛있어”라고 감탄한다.
▲노라 에프론 감독과 일한 경험은.
-우리는 서로 안지가 오래 되는데 그는 정말 멋있는 사람이다. 지적이고 유머가 있으며 포용성이 크다. 연기할 때 즉흥적으로 하도록 허락해 그의 영화에 나오는 것은 아주 즐겁다. 언제든지 다시 함께 일하고 싶다.
▲당신은 자연적으로 키운 농산물을 먹자는 운동에 적극적인데 그에 대해 얘기해 달라.
-나는 1989년에 내가 사는 동네 여인들과 함께 ‘어머니와 다른 사람들’이라는 기구를 조성해 농약이나 인공비료를 치지 않은 농산물을 수퍼마켓에 들여놓자는 운동을 시작했다. 이 운동에 10년간 관여하면서 줄리아 차일드에게 협조를 요청했으나 냉정하게 거절당했다. 그는 당시 대형 석유화학회사를 위해 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줄리아는 나중에 그 곳을 떠나 우리 쪽으로 돌아왔다.
▲줄리아와 그의 남편 폴은 나이를 먹어서도 서로 정열적으로 사랑했는데 당신은 남편과의 로맨스를 살리기 위해 무슨 일을 하는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난 그것을 ‘할리웃 x킹 포린 프레스’에게 말하지 않겠다.
▲어렸을 때의 꿈은 무엇이었으며 지금의 꿈은 무엇인가.
-어렸을 때는 공주가 돼 찰스 왕자와 결혼하는 것이 꿈이었다. 나중에 그를 직접 만났을 때 그에게 이 얘기를 해줬다. 나는 언제나 가족을 갖기를 원했다. 배우가 될 야망은 없었다. 그러고 보니 내 인생은 참 괴이한 여정이다. 지금의 꿈이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을 시간을 더 많이 갖는 것이다.
▲당신은 ‘액센트의 여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모든 언어의 액센트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데 무슨 묘수라도 있는가.
-나는 유난히 사람들의 소리를 빠르게 흡수하는 귀를 가졌다. 그것은 마치 스폰지와도 같은데 여러 나라의 사람들로 모인 당신들 중 누구 하나와 얘기를 하다 보면 금방 나도 그 사람의 액센트로 말을 하게 된다.
<박흥진 편집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