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샤프나 패나소닉이 삼성·LG를 못 따라잡는 이유
일본의 셀폰은 첨단 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꿈같은 장치다. 전화 하나로 인터넷도 하고 이메일도 하며 크레딧 카드로 사용할 수도 있고 탑승권 역할도 하고 하다못해 체지방 측정도 할 수 있다. 하지만 파나소닉이나 샤프 혹은 NEC 같은 일본 셀폰을 시카고나 런던 같은 데서는 구경을 할 수가 없다. 일본 셀폰은 국내에서만 쓰일 뿐 좀처럼 일본 해안선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일본 셀폰 기업들이 그 원인을 찾아내기 위해 머리를 맞대었다.
내수에 너무 초점 맞추느라 해외 등한시
지나치게 다양한 첨단기능이 오히려 장애
일본은 혁신적 기술면에서 다른 나라들에 비해 여러 해 앞서 있으면서도 그걸로 사업을 일궈내지 못하고 있다고 도쿄 소재 IT 컨설팅 회사인 유로테크놀로지 재팬의 게르하르트 파솔 사장은 말한다.
제품은 첨단인데 해외로 뻗어나가지를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문제에 대해 일본인들은 이름을 붙였다. 갈라파고스 신드롬이다.
일본의 셀폰은 다윈이 갈라파고스 섬에 가서 만난 그곳 토종 같다는 것이다. 훌륭하게 진화를 해서 대륙의 사촌 쯤 되는 종들과는 다른 변종들이 된 것이라고 도쿄의 게이오 대학 다케시 나쭈노 교수는 설명한다.
일본에서 인기있는 무선 인터넷 서비스인 I - 모드를 개발한 나쭈노 교수는 일본 셀폰이 어떻게 하면 세계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을 지를 논의하기 위해 최근 업계의 최고 권위자들을 한데 모았다.
“놀라운 사실은 일본에서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도 최첨단의 전화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며 그걸 기반으로 일본이 뭔가를 일궈낼 수 없을까를 연구해보는 것이라고 나쭈노 교수는 말한다.
일본 셀폰 회사 중 국제 시장에 그나마 진출한 것은 소니 에릭슨뿐이다. 런던에 소재한 이 회사는 일본 전자회사와 스웨덴 텔레커뮤니케이션 기업 합작회사이다.
그런데 그 소니 에릭슨마저 엄청난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2009년 1·4분기에 소니 에릭슨의 시장 점유율은 6.3%에 불과했다. 핀란드의 노키아, 한국의 삼성 전자와 LG 그리고 일리노이의 모토롤라 보다 뒤져 있는 것이다.
일본 셀폰은 업계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최첨단의 기록을 세워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셀폰이 국제시장에서 이렇게 지지부진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일본 셀폰은 1999년 이메일 기능을 부착한 데 이어 2000년 카메라 폰, 2001년 제3 세대 네트웍 기능, 2002년 음악 다운로드 기능, 2004년 온라인 지불체제, 2005년 디지털 TV 기능을 선보였다.
일본에는 첨단 제3세대 스마트폰 사용자가 1억 명에 달한다. 미국에 비하면 2배에 달하는 숫자로 훨씬 큰 시장이다. 많은 일본인들은 PC가 아니라 셀폰으로 인터넷을 사용한다.
그래서 일본 셀폰 기업들은 디지털 데이터 시대에 자신들이 시장을 석권할 것으로 생각했다. 문제는 일본 셀폰 기업들이 너무 영리했던 것이었다. 업계가 너무 내수시장에만 치중했다. 1990년대 일본 셀폰업계는 제2세대 네트웍 시대에 돌입했지만 일본 외 다른 데서는 모두 이를 외면했다. I-모드 같은 일본 내 웹서비스를 시작, 일본 국내 온라인 상거래와 콘텐츠 시장은 엄청나게 키웠지만 그로 인해 일본은 국제 시장으로부터 점점 더 고립되는 결과를 낳았다.
그리고 나서 2001년 일본 셀폰은 제3세대 시대로 들어갔다. 나머지 다른 나라들은 어물어물하고 있을 때 일본 전화들만 너무 앞서 간 것이었다.
한편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 일본의 국내 셀폰 시장이 급속하게 성장하면서 셀폰 회사들은 해외 시장에 진출할 필요를 별로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경기침체로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시장은 지금 현격하게 위축되고 있다. 2008년 셀폰 제조회사들의 전화기 선적은 19% 줄었고, 2009년에는 이보다 더 줄어들 전망이다. 고만고만한 8개 제조사가 금년 3,000만달러가 채 못 될 시장을 두고 각축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NEC를 포함, 여러 일본 회사들은 이제 해외 시장 진출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NEC는 국제 시장에서 손실만 기록하자 지난 2006년부터 해외시장 진출 시도를 중단했었다. 파나소닉, 샤프, 토시바, 후지쭈 등의 셀폰 회사들도 해외 진출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제 일본 셀폰 제조사들은 해외 진출을 하든지 아니면 사업을 포기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처지라고 컨설팅 회사인 가트너 재팬의 RPS시 타자키 부사장은 말한다.
나쭈노 교수가 최근 주선한 회합에는 20명의 남성과 여성 한명이 도쿄의 고층빌딩 회의실에 모였다. 이때 지적된 사항 중의 하나는 일본 셀폰이 하드웨어는 첨단이지만 전화기 자체가 너무 원시적이라는 것이었다. 대부분 일본 셀폰은 I폰 등 다른 스마트폰들과 달리 데이터를 PC와 주고받을 수가 없다.
게다가 일본 셀폰 모양은 거의 천편일률적으로 조가비 모양인데 그게 해외 시장에서는 별로 인기가 없다. 기술혁신은 항상 앞서서 최근 태양열 배터리 전화, 방수 전화 등이 발명되었지만 그것이 시장을 바꿔놓을 만한 효과를 주지는 못했다.
이렇게 하드웨어가 강조되다 보니 전화기는 가장 최신형조차도 놀라울 정도로 부피가 크다. 기능이 너무 많으니 크기를 줄일 수가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샤프의 한 최신 모델은 90도 회전 가능한 LCD 화면에 GPS 기능, 바코드 식별기능, 디지털 TV, 크레딧카드 기능, 비디오 컨퍼런스 기능, 카메라, 그리고 얼굴 인식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나쭈노 교수의 포럼에서는 일본 셀폰 시장의 앞날을 위해 몇가지 제안이 나왔다. 하드웨어 보다 소프트웨어에 더 치중할 것, 해외 인재 채용에 보다 열심일 것, 해외 시장 진출에 적극 나설 것 등이다.
일본 셀폰 업계가 해외시장에 눈을 돌리기에 너무 늦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게다가 칼라파고스 섬 밖의 전화들은 대부분 아직도 너무 기본적 수준이니 충분히 진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뉴욕 타임스 - 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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