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과 런던의 투자가들이 경기 회복의 첫 신호를 보는 중이라면 개발도상국에는 봄기운이 완연하다. 지난 1년 반 동안 추락했던 개발도상국 증시는 세계 경제 회복이 임박했고 개발도상국, 특히 중국이 이를 리드하고 있다는 낙관론 속에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들 증시는 1년 전 최고치 수준에는 훨씬 못 미치지만 투자가들은 이들 나라의 성장률이 미국이나 유럽보다 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 결과 지난 3개월 사이 인도의 니프티 주가 지수는 64%나 올랐다. 같은 기간 중국 상하이와 신진의 CSI300 지수는 37%, 브라질의 보베스파 지수는 41% 올랐다. 그에 비해 미국 S&P 500 지수는 28% 상승하는데 그쳤다.
지난 3개월간 인도·중국·브라질 증시 폭등
투자가들 안전제일에서 위험 고수익으로 이동
T 로우 프라이스 개발도상국 펀드를 운영하고 있는 곤잘로 판가로는 “지난해 4분기 개발도상국 펀드 대거 이탈이 있었다”며 “이제 투자가들은 이들 시장에 문제는 있지만 이는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믿기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분석가들은 미국 주식이 오르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가 투자가들이 중국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고 믿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낙관론을 부추기는 것은 중국만이 아니다. 많은 경제 지표가 개발도상국이 회복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에서는 산업 생산이 회복되고 있고 인도에서는 차 판매가, 브라질에서는 소매가 늘고 있다.
또 다시 과다한 낙관론이 번지는 것은 아닌가. 현재 이들 주식은 지나치게 고평가 돼 있다.
인도 니프티 주식의 소득 대비 가격은 20배에 달하며 브라질은 21배, 중국은 29배에 달한다.
낙관론자들은 이처럼 주가가 높은 것은 위험을 꺼리지 않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들 나라가 큰 폭의 경제 성장을 이룰 것이란 믿음이 돌아왔다는 것이다.
회의론자들은 이런 가격이 정당화되려면 경제가 두 자리 숫자로 성장해야 하는데 이는 다시 거품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발도상국 증시는 선진국에 비해 원래 등락이 심하다. 그리고 소위 BRIC이라 불리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은 회복을 저해할 위험 요소들을 안고 있다.
이들에게 매우 중요한 수출과 외국인 투자는 미미한 상태다. 정부 지출이 이를 일부 메워주고는 있지만 인도 같은 나라의 재정 적자 증가는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취할 수 있는 조치들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조심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별로 나오지 않고 있다. 인도는 지난 달 정부 여당이 총선에서 승리하자 증시가 폭등했다. 많은 분석가들은 정부가 경제 개혁과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뭄바이 이시시 증권회사의 책임자인 마다비 푸리-북은 인도는 경제 성장의 주 엔진인 국내 보비가 늘고 있기 때문에 다른 나라보다 경제 위기를 잘 견뎌낼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 최대의 자동차 회사인 마루티 스즈키의 판매는 지난 5월 10%나 늘었다.
투자도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의 주식 매수도 최근 늘고 있다. 북은 기업들이 기관 투자가들로부터 수십 억 달러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대부분 기업들이 중역 회의에서 긴 불황에 어떻게 견딜 것이냐 보다는 미래 성장을 위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분석가들은 인도 경제의 기본 구조가 증시 폭등을 정당화할 만큼 개선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공공 재정정책 연구소의 선임 연구원인 아제이 샤는 “새 정부가 경제 개혁을 위해 획기적인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있다”며 “그러나 이는 가능성에 불과하며 이론과 실제, 약속과 현실 사이에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인도 중앙은행은 올해 경제가 작년 6.7%보다 내려간 6%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북 같은 낙관론자는 7.5%까지 높게 잡고 있는 반면 세계은행은 4% 선으로 낮춰 잡고 있다.
중국의 산업 생산은 회복하기 시작했으며 상품 수입도 늘고 있다. 그러나 회복은 정부 경기 부양책의 영향을 받는 국내 분야에 집중돼 있으며 수출은 아직도 허덕이고 있다. 은행 융자가 늘면서 부동산과 자동차 시장도 살아나고 있다. 정부는 농촌 지역 거주자에게 10억달러에 달하는 자동차 및 가전제품 구입 보조비를 지급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올 4개월 동안 자동차 판매가 전년에 비해 14% 늘어났다.
홍콩 인근 동관에서 옷가게를 하고 있는 우씨 형제의 경우 세계 금융 위기는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작년 여름부터 12월 사이 고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인근 가구점과 핸드백 회사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는 바람에 수입이 40%나 줄었다.
60년대 재봉틀을 사용하며 옷을 만들고 있는 이들 형제는 지난 겨울 이들 직원들이 무급 휴가를 받으며 시골로 떠나자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지난 구정 이후 이들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우 고 카이(46)는 “이들의 80%가 돌아왔다”고 말했다. 아직 돌아오지 않은 근로자들 때문에 아직도 수입은 20%가 준 상태지만 돌아온 사람들은 돈을 쓰고 있다. JP모건 체이스의 중국 증시 책임자인 징 울릭은 “앞으로 수개월 간 정부 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산업 생산이 늘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도 급속히 하락했던 제조업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일례로 1분기 대만 경제는 전년에 비해 10.2% 위축됐다. 그러나 중국과의 관계가 가까워지면서 투자가들의 신뢰가 되살아나고 있다.
이 지역 국가 중앙은행들은 저금리를 유지하고 있으며 필리핀 같은 곳은 아직도 금리를 내려 위축된 수출 경기를 부양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내수 시장이 크고 수출 의존도가 적은데다 해외의 원자재 수요가 늘어 금융 침체의 타격을 받지 않고 있다.
상품가 하락으로 타격을 받은 브라질은 지난 1월 이후 작년에 비해 낮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매달 경제가 성장하고 있다.
정부는 올 경제가 전 예상치인 3.5%보다 낮은 1%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많은 분석가들은 불황만 면해도 다행이라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브라질 증시는 투자가들이 믿음을 회복하면서 크게 올랐다.
컨설팅 회사인 텐덴시아스의 경제학자인 알레산드라 리베이로는 “이처럼 빨리 회복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며 “패닉이 왔을 때 투자가들은 연방 채권을 사러 갔지만 이제 다시 투자 대상을 다양화하고 있다. 브라질도 그 대상의 하나”라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본사 특약>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