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좁은 호텔방에서 부부와 세 아이들 등 다섯 식구가 산다. 툭하면 장난감에 발이 걸려 넘어지고, 프라이버시라곤 없다. 일자리 찾느라 혈안이 된 부부는 상황이 이 보다 더 나빠질까봐 두렵다. 집을 잃은 후 이들은 희망 하나로 버틴다.
집세 못내 퇴거당한 후 호텔로 거처 옮겨
최소한의 살림으로 5식구 한 방에서 생활
재닌 린드너는 잠에서 깨어나 바로 옆 소파 침대에서 잠든 아들들을 바라본다. 4월의 어느 목요일, 아침 7시가 막 지난 시간이다. 재닌과 그의 남편 스테이스 그리고 세 아들들이 미션 비에호의 에이리스 스위츠 호텔에서 살기 시작한지 17일, 16번째 밤이다.
방은 치우고 치워도 항상 너저분하다. 컴퓨터, 소형 TV, 스케이트 보드, 학교 과제들 등이 흩어져 있다. 지금 그들이 가진 전부다.
살던 집에서 쫓겨나면서 그들 부부는 거의 모든 것을 잃었다. 급하게 거라지 세일을 하면서 구매자들에게 알맞다 싶은 가격을 내라고 했더니 대부분은 거저 준 것이 되어버렸다.
이제 출장차 온 여행객들이 주로 머무는 호텔방에서 재닌은 중산층의 삶을 살다 남은 것들을 절망적으로 움켜쥐고 있다. 머지않아 42세 생일을 맞는 재닌은 무엇이든 할 생각이다. 어떤 자리든 구직신청을 하고 어떤 금전적 도움이라고 받을 생각이다.
5세짜리 터너가 비디오 게임 콘트롤러를 집어 들고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간다. 유치원 갈 때까지 4시간 동안 아이는 그러고 있을 것이지만 재닌은 내버려 둔다. 그나마 아이가 마음을 붙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13세짜리 트렌톤은 잠에서 깨어나 학교에 뭐 하러 가느냐고 불평이다. 옷을 갈아입는 스테이스는 바닥의 책과 장난감들에 발이 걸려 넘어진다. 4세짜리 막내 트레번은 아빠만 졸졸 따라다닌다.
9시 즈음 재닌은 남편과 함께 등교하는 트렌톤의 뺨에 입을 맞춘다. 이미 첫 두시간은 지각이다. 재닌은 이력서 봉투들이며 감사인사 카드 등 우체국에서 부칠 우편물들을 한 묶음 남편에게 건넨다. 46세의 남편은 부상을 당해 일을 못하게 된 후 이런 볼일들을 봐주고 있다.
그들이 떠난 후 재닌은 방을 치우고 큰 아들 테일러와 잠깐 통화를 한다. 18세의 테일러는 퇴거당한 후 여자친구 집으로 들어갔다. 재닌은 침대를 정돈하고 쓰레기통을 비운 후 책상에 앉아 고지서 뭉치와 구직 신청서들을 살펴본다.
침실 3개의 2층집에서 살던 그들은 이제 500평방피트의 비좁은 공간을 집삼아 살고 있다. 소파 침대를 펴면 방안을 걸어 다니기도 힘들다. 냉장고는 1갤런짜리 우유통을 집어넣기도 작은 소형이고, 커피 팟은 한잔 만들 정도의 크기다. 모든 게 소형 아니면 일회용이다.
20년 전 재닌이 스테이스를 처음 만났을 때, 스테이스는 아버지가 운영하는 정육점에서 일하고 있었다. 따로 살 집이 있고, 자동차와 제트 스키를 가지고 있었다. 재닌이 그때까지 만나본 누구보다도 그는 돈이 많았다.
결혼하고 몇 년이 지난 후 이들 부부는 캔사스 시티에 침실 3개와 유아실을 갖춘 집을 지었다. 하지만 이들은 한곳에 정착을 못하고 항상 떠돌아다녔다. 텍사스에서 미주리로, 펜실베니아에서 캘리포니아로. 그리고 저축을 좀체 하지 않았다.
그래도 별 문제가 없었다. 스테이스가 주방과 욕실 리모델링을 배우고 부터는 특히 그랬다. 한달에 4,000달러, 때로는 6,000달러로 생활을 하곤 했다. 지난 2004년 캘리포니아로 이사온 후 그들은 이웃끼리 메모리얼 데이 피크닉을 같이 가고, 교회를 같이 다니는 동네에 침실 3개의 2층집을 세 들었다.
하지만 좋은 시절은 순식간에 허물어져 버렸다. 아동복 가게에 돈과 시간, 희망을 걸었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이어 스테이스가 팔을 다쳐 리모델링 일을 할수 없게 되었다.
재닌은 풀타임으로 일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 터너가 자폐증이어서 특별히 신경 써서 돌봐야 하고, 맏아들인 테일러가 지난해 스케이트보드를 타다가 사고가 나서 병원 치료비 청구서가 산더미 같이 쌓였다.
몇 달 동안 집세를 내려고 아등바등한 후 지난 12월부터는 손을 놓아 버렸다. 2월이 되자 30일내에 밀린 집세를 내라는 독촉장이 왔다. 시한이 되기 직전 퇴거를 면해보려고 법정에 갔지만 5일 내에 집을 비우라는 통보만 받았다.
그때까지 재닌은 자신들이 정말로 집을 나가야 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전혀 생각지 못한 폭풍우가 들이 닥친 것이었다. 이제 그들의 삶은 불확실성 그 자체다 - 다음 날, 다음 주, 혹은 다음 달 무슨 일이 생길 지 전혀 알 수가 없다.
스테이스가 터너를 학교에 데려다 주고 돌아온 오후 재닌은 컴퓨터 앞에 앉아 남편의 일자리를 찾고 있다. 건물관리 매니저, 관리 테크니션, 아파트 관리… 대부분은 이미 그들이 신청했던 일자리, 한두번도 아니고 너덧번씩 신청했던 자리들이다.
재닌은 돈 버는 일을 해보지 못했다. 스테이스의 일자리로 가족들의 생계가 보장되었었다. 창의적인 재닌은 집에서 사내아이들의 옷을 만들고, 아이들 학교 행사에 가서 스냅 사진 찍는 일을 하곤 했다. 재닌은 5세 때부터 현모양처가 꿈인 여자, 집에서 아이들과 지내는 걸 제일 좋아하는 타입이다.
이제 재닌은 며칠 후부터 건강보조 상품을 친지들에게 파는 일을 하게 된다. 그리고 주말에는 파트타임으로 신생아 사진 찍는 일을 해서 시간당 10달러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돈을 벌게 됨으로써 주정부가 지급하는 단기간 현금보조금 월 600달러가 중단될 수 있으니 잘 조정을 해야 한다.
오후 3시가 되어 학교에 간 트렌톤과 터너를 데려오고 호텔 수영장에서 아이들이 수영하며 노는 동안 재닌은 근처에 앉아서 구인광고들을 읽는다. 해가 질 무렵이면 5 식구는 호텔 로비로 식사를 하러간다. 저녁 뷔페는 방값에 포함이 되어있다.
저녁 식사 후 방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씻겨 재우고 나면 재닌은 다시 컴퓨터 앞에 앉는다. 지금 겪고 있는 이야기를 올리기 위해 그는 블로그를 개설했다.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잘 견뎌내도록 돕기 위한 조언들을 나누고 있다.
그로부터 며칠 후 스테이스는 팔이 완전히 다 낫지는 않았지만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형편을 전해들은 친구와 같은 교회 교인들은 수백 달러를 성금으로 보내왔다.
5월 말, 에이리스 스위츠에서 58일을 지낸 후 재닌과 스테이스 가족은 어바인에 있는 2베드룸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아파트 1년 계약을 한 직후 스테이스는 다시 일자리를 잃어 닥치는 대로 이 일 저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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