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의 자동차 회사 GM이 결국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파산보호에 들어갔다. GM의 파산은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의 판도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GM의 파산이 앞으로 세계 자동차 시장에 가져올 변화를 짚어봤다.
‘빅3’중 GM·크라이슬러 몰락, 포드만 독자생존
유럽·아시아차 “세계 시장 석권” 반사이익 노려
■‘빅3’의 엇갈린 운명
전 세계 자동차 업계를 호령하며 미국 제조업의 ‘자존심’으로 자리 잡았던 GM과 크라이슬러, 포드 등 자동차 3사가 서로 운명이 엇갈리고 있다.
이들 3개 업체는 그동안 극심한 경기 침체와 판매 부진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어려움을 겪어왔고 앞으로도 수익성 회복을 최대의 목표로 삼아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크라이슬러는 지난달 31일 주요 자산을 이탈리아 피아트 등에 매각하는 방안에 대해 법원의 승인을 받았고 GM도 1일 파산보호를 신청한 반면, 포드는 독자생존의 길을 걸으면서 반사익을 기대하는 등 운명이 각각 엇갈리고 있다.
GM·크라이슬러와는 달리 정부의 자금지원을 받지 않고 파산보호도 신청하지 않은 채 독자 생존의 길을 가는 포드는 경쟁업체의 몰락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물론 GM·크라이슬러의 몰락에 따라 주요 부품공급 업체나 딜러망이 무너지면 포드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앞으로 GM과 크라이슬러 대신 포드의 자동차를 구입하려는 소비자가 늘 것으로 보여 매출이 상당한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자동차 시장 재편 불가피
크라이슬러에 이어 GM이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파산보호를 신청함에 따라 세계 자동차 업계의 ‘빅뱅’이 본격화하고 있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의 차 업계 ‘빅3’ 중 2개의 붕괴는 시장판도의 지각변동을 불러오기에 충분하다.
무엇보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세계 자동차 업계 1위였던 GM의 파산은 향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인수·합병(M&A)의 소용돌이 속에서 공고하던 상층부의 균열과 후발주자들이 대거 약진하는 업계에 일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올해 1분기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이들 빅3의 시장 점유율은 이미 지난해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세계 1위를 도요타에 내준 GM은 판매량이 무려 48.8%나 떨어졌고 포드는 42.8%, 크라이슬러는 45.6%의 급감세를 면치 못했다. 이들 기업은 무리한 M&A에 강성노조, 경영진의 무능으로 쇠락의 길을 걸었다.
GM과 크라이슬러는 파산보호를 통해 국유화되고 우량기업들로 구성된 새 업체로 태어난다고 해도 향후 수년간 공장폐쇄로 인한 생산 감소와 판매딜러망의 급격한 축소로 미국 시장 점유율은 과거 40% 수준에서 20% 내외까지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유럽, 아시아 자동차의 도전
GM 파산과 함께 미국 자동차 산업이 침체에 빠진 사이 유럽과 아시아의 자동차 회사들은 재편되는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세계 4위였던 독일의 폭스바겐은 1분기 143만여대의 승용차를 판매, 일본의 도요타(145만대)에 바짝 접근하며 2위로 뛰어올랐다. 폭스바겐이 미국의 GM과 르노-닛산을 제치고 도요타와 접전을 벌일 수 있었던 것은 소형차 시장에서 선전했기 때문이다.
아우디를 포함해 고급차, 대중차, 상용차 등 9개 브랜드를 아우르는 폭스바겐그룹은 2018년까지 그룹 판매량을 1,100만대로 잡았는데 이는 세계 자동차 판매량의 15%에 달한다.
소형차 판매 호조를 바탕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이탈리아의 피아트는 크라이슬러 지분과 GM의 유럽 자회사인 오펠 인수를 추진하며 덩치를 키우고 있다.
일본의 도요타와 혼다, 한국의 현대·기아차도 친환경 고효율 차량과 소형차 부문에 가진 강점을 십분 활용, 불황기 GM과 크라이슬러의 공백을 차지하기 위한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실제로 GM을 제치고 1위에 등극한 도요타는 올해 생산 목표치를 작년 대비 28% 줄이는 등 일찌감치 지나치게 커져버린 몸집의 부작용이 적지 않은 상황이지만 혼다와 함께 여전히 북미시장에서 절대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 자동차 회사 웃고 부품회사 울고
미국은 지난해 자동차 총 판매량이 1,319만4,563대로 세계 1위를 기록한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이다. 미국에서 GM은 작년에 295만5,860대를 판매해 시장 점유율 22.4%를 기록했다.
시장전문 조사업체인 ‘글로벌 인사이트’는 GM 고객들의 이탈로 인한 공백을 한국업체들이 상당부분 메우면서 현대·기아차를 중심으로 한 한국 완성차 업체들의 미국 내 소형차 판매가 지난해 45만대에서 2013년에는 72만대까지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현대·기아차는 GM 파산설이 돌고 있던 올해 1분기 미국에서 16만4,700대를 팔아 시장점유율을 지난해 5.1% 수준에서 7.5%까지 끌어올렸다. 심지어 대부분의 해외 브랜드들이 미국에서 판매 대수가 줄어들었는데도 현대·기아차는 작년 1분기에 비해 0.7% 판매량이 늘어나며 ‘포스트 GM’시대에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기회를 잡은 완성차 업계와 달리 부품업체들은 GM의 파산보호 관련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GM대우에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들은 심각한 위기가 찾아오는 게 아닐지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GM대우가 GM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우량기업인 ‘뉴 GM’으로 살아남는다 해도 대미 수출량 감소 등 일정 부분 매출에 타격을 받을 것이고 생산량 감소가 곧바로 납품량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101년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최대의 자동차 회사 GM의 파산으로 미국 자동차 시장의 재편이 도래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 위치한 GM 본사.
GM 파산은 미국산 자동차의 세계시장 점유율을 크게 떨어트릴 전망이다. 일리노이주 파크리지의 한 셰볼레 딜러에 팔리지 않은 자동차들이 줄지어 서있다.
<심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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