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과 메리 클레어 월 부부의 가족은 홈리스다. 아, 홈리스인 셈이다. 집이 없으니까. 그들에겐 ‘우리 동네’도 없다. 대신 그들이 가진 건 모터 홈, 41피트짜리 RV(recreational vehicle)다. 그들 부부는 지금 세 자녀 - 조(12), 애나(10), 샘(7)-와 함께 이 RV를 타고 미 전국을 돌고 있는 중이다. 길 떠난 후 지난 8개월 동안 1만6,000마일을 달리며 26개주를 방문했고 29개 국립공원에서 캠핑을 했다. 여정의 절반가량을 마친 셈이다. 앞으로 6개월 중에 새로운 ‘우리 동네’를 선택해 집을 사고 정착할 계획이다.
5명 한가족, 이상향 ‘우리 동네’ 찾아 14개월 대륙횡단 중
자연속 단순한 삶·현장의 산교육 통해 미국 재발견 기회도
“우린 늘 이런 여행에 대해 농담처럼 이야기 해왔습니다. 그러나 현실이 될 수는 없을 것 같았지요”라고 메리 클레어(46)는 말한다. 그는 지난 7월 미 공군에서 중령으로 제대한 간호사다. “그런데 제대를 하고 나니 집도 없고 직장도 없었어요, 순간 우리는 축복의 순간이 왔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RV를 사서 길을 떠났다. 개스 그릴, 디지털 피아노, 3명의 아이들, 5대의 자전거를 싣고 볼보 승용차를 차 뒤에 매달았다. 한 곳에서 며칠을 묵고 떠나는 식의 일정을 세웠다. RV 침실 벽엔 그들이 지나 온 일정이 표시된 지도가 붙어 있다.
이 장정에 오르기 전 4년은 독일에서, 4년은 일본에서 살았던 이들 가족은 미국을 재발견 중이다. 지난달엔 콜로라도 스프링스 공군기지의 페레그린 파인스 팸캠프에서 며칠을 묵었다. 프론트레인지 마운틴의 산그늘에서 소시지가 지글지글 익어가는 동안 막내아들 샘은 RV 지붕 위에서 나무칼을 휘두르며 신나게 놀았다.
“우리 아이들은 부다페스트에서 수영도 해보았고 알프스에서 스키도 타보았지만 정작 미국은 잘 몰랐지요. 이번 여행은 아이들에게 자기들 엄마가 군인으로 섬겼던 나라를 보여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라고 메릴랜드대학의 온라인 비즈니스 작문강사이면서 ‘살림하는 남편’인 톰(48)은 설명한다.
그러나 때로는 “내 나라에서 이방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고 그는 털어놓는다. “우린 범죄가 없는 독일의 작고 깨끗한 마을의 삶에 익숙해져 왔지요. 아이들은 누가 봐주지 않아도 아무데나 걸어 다니고 밖에서 뛰어 놀 수 있었는데… 여기선 그런 곳을 찾기가 힘듭니다”
이들은 또 거리마다 요란하게 넘쳐나는 상업주의 - 대형 빌보드 간판, 번쩍이는 상가, 곳곳마다 있는 월마트 등 -가 낯설고 불편하다. 그래서 그들의 여행길은 가능한 큰 길을 피해 시골길로 이어지고 있다. “우린 단순한 라이프스타일을 지키기 원하니까요”
그들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은 새로운 ‘우리 동네’ 찾기다. 기본적으로 아이들을 위해 안전해야 하고, 엄마가 취직을 하려면 병원이 너무 멀지 않아야 하고, 군 장교 매점을 사용하려면 군 기지와도 가까워야 하며 온 가족이 자전거 타기를 즐기려면 자연환경도 좋아야 한다.
오리건은 좋았지만 군 기지가 없었다. 다소 인디언 분위기가 강했지만 산타페도 나쁘지 않았고 뉴멕시코의 로스알라모스는 교육환경이 너무 좋아 후보지로 올려놓았다. 콜로라도의 포트콜린스, 캘리포니아의 새크라멘토 북쪽 그래스 밸리, 워싱턴주의 위드비 아일랜드 등도 고려해 볼 곳이다.
월 가족의 여행기는 그들의 웹사이트 wahlsacrossamerica.com을 통해 소개되고 있는데 이미 여러 곳의 독자들이 ‘우리 마을로 오라’고 유혹하고 있다. 아이다호의 호프, 노스캐롤라이나의 마운튼 에어리, 오하이오의 비버 크리크 등의 독자들이 열심이다.
여행중 아이들은 학업은 RV 부엌 테이블에서 홈스쿨링으로 해결한다.
‘길 위의 순회학교’에서 공부하는 ‘길 위의 학생들’이다. 동네를 택해 정착할 때까지 이 가정학교를 계속할 생각이다.
아이들 뿐 아니라 이번 여행은 전 가족에게 산교육의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지난 대선 캠페인을 각 주에서 직접 보며 미국이 얼마나 양극화되어있는지도 실감했고 남부의 민권운동 현장에도 들러 미역사의 어두운 치부에 대한 교훈도 함께 새겼다.
여행이 익사이팅 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아이들은 친구가 없다고 불평하고 때로는 지루하고 심심해한다. 가장 아쉬운 것은 프라이버시와 공간이다. 문 닫고 혼자 있을 내 방이 없고 내 옷을 넣어 둘 클로젯이 없으니까. 1인당 2개의 서랍이 배당되었을 뿐이다.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은 화장실뿐이다.
불편함으로 얻는 것도 있다. “단순한 삶을 익히게 됩니다. 물질에서 해방되는 셈이죠. 꼭 필요한 것만 챙겨 떠나는 것이니까요. 우리가 사는데 필요한 물건이 얼마나 적은지 놀랄 정도입니다”라고 어머니 메리 클레어는 말한다.
가족의 친밀함도 중요한 소득이다. 아이들은 다른 친구가 없는 대신 서로에게 친구가 되고 좁은 공간에서 함께 마찰 없이 지내려면 서로를 배려하는 자세를 익히게 된다.
RV 커뮤니티가 얼마나 친절한지도 이번에 경험했다. RV산업협회에 의하면 RV를 집 삼아 길 위에서 살고 있는 미국인들은 약 40만명으로 추산된다. “얼마나 친절한지 몰라요. 세상이 다 이들 같으면 좋을텐데요”
이들의 RV는 갤런당 8~10마일을 달린다. 개솔린 가격이 치솟았을 땐 한번 주유에 500달러가 들기도 했지만 요즘은 훨씬 나아졌다. 여행은 예정보다 조금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마친 후엔 여행기를 책으로 출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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