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없는 ‘불황 백수들’
“집에 있으면 눈치 보여”
구직 서핑·하루 소일 몰려
지난 3월 한국에서 온 30대 김모씨는 매일 오후 1시만 되면 어김없이 한인타운 6가의 PC방을 찾는다. 특별히 할 일도 없는데다 집에서 가만히 쉬기에는 가족들의 눈치가 보여 시간당 2달러를 내고 PC방에서 온라인 구직 광고를 보며 일자리를 찾고 있지만 벌써 2개월째 허송세월을 하고 있다.
20대 후반의 정모씨 역시 만화방을 기웃거리는 것이 하루 일과의 전부다. 10달러 정액권이면 하루 종일 시원한 만화방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고 누구의 간섭이나 방해도 없기 때문이다. 푹신한 소파는 낮잠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다는 것이 정씨의 설명이다.
불경기로 일거리를 찾지 못한 20~30대 한인들이 낮 시간 PC방이나 만화방으로 몰리고 있다. 한때 한국에서 IMF 시절에나 볼 수 있었던 풍경이 LA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취업난을 피해 LA에 왔다는 김씨는 “멀쩡하게 차려입고 오후에 3~4시간씩 PC방에서 시간을 보내는 한인들을 보면서 같은 백수 처지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며 “대부분 구직 사이트를 보거나 게임을 하다가 저녁시간이 되면 하나 둘씩 자리를 뜬다”고 말했다.
윌셔가에 위치한 ‘만화카페’의 김선옥 사장은 “오전부터 하루 종일 만화를 보고 가는 30~40대 한인들이 더러 있다”며 “직접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직장이 없어서 찾아오는 손님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극심한 경기 침체로 기업은 물론 중소규모의 업체들까지 전혀 인력 채용에 나서지 않고 있는데다 심지어 정리해고 등으로 기존 직원들까지 실직자 대열에 합류하면서 두드러지고 있다.
실제로 연방노동부의 4월 실업률 통계에 따르면 25~34세 노동자의 실업률은 9,6%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9%에 비해 2배 가까이 상승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올해 미국 내 실업률이 5월 현재 8.9%에서 올 연말 9.7%로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김진호 기자>
19일 낮 한인타운내 한 만화방에서 한인들이 만화책을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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