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는 칸 가고, 우리나라는 ‘김씨표류기’가 지키는 거죠. ‘박쥐’는 칸에 쭉 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특히 강호 형은 거기서 눌러앉아 활동하는 게… 흐흐
앞에는 박찬욱의 ‘박쥐’, 뒤에는 봉준호의 ‘마더’ 사이에 낀 영화 ‘김씨표류기’의 정재영은 넉살을 피운다.
언론 시사회와 VIP 시사회 다음 날인 29일 오후 삼청동에서 만났을 때 정재영은 트레이닝복 차림에 짬뽕으로 막 해장을 한 뒤였다.
어휴, 오늘 아침까지 마셨어요. 어제 VIP 시사회 끝나고 뒤풀이에 많이들 와 주셨는데 려원 씨는 바로 드라마 촬영가고 배우가 저밖에 없잖아요. 중간에 나올 수가 없었어요
술이 덜 깬 상태로 인터뷰하게 된 것을 매우 미안하게 생각하면서도 그저 괴롭지만은 않은 눈치였다. 아침까지 이어진 술자리에는 송강호가 함께했다. 사실 일어서려는 정재영을 송강호가 끝까지 붙잡았다고 영화사 관계자가 귀띔했다.
정재영은 강호 형은 뭐, 좋다고 그러죠. 진지하게 뭐라고 했겠어요라고 대수롭지 않은 듯 말하면서도 그런데 진심이 있는 것 같아요라고 의미심장하게 덧붙였다.
보통 스태프들끼리 모여 하는 기술 시사를 본다는 그는 언론 시사회에 참석해 영화를 보는 게 너무 고통스러웠다고 말했다.
내가 아마추어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 영화를 냉정하게 못 봐요. 내 연기만 보면서 낯뜨겁고, 원래 저렇게 했었나 싶고…. 와∼ 하는 웃음소리가 터져야 덜 민망한데 웃음소리가 하나도 안 들리는 거예요. (실제 웃음소리는 많이 터졌다) 그렇게 영화 보면 안 되는 건데, 그래도 감독이 의도했던 것들이 잘 표현된 것 같아서 기분 좋았어요
정재영이 맡은 역은 한강에서 자살을 시도하다 밤섬에 표류하게 된 남자 김씨. 무인도에서 살아남기 위한 그의 고군분투가 재치있는 설정과 능청스런 연기, 맛깔스런 대사와 애드리브로 이어지면서 시종 웃음을 만들어낸다.
대본이 워낙 탄탄하게 짜여 있었어요. 상황은 정해져 있고 대사는 애드리브가 절반이었죠. 혼잣말을 계속 하다 심심하니까 오리 배한테 말하다가 또 ‘내가 왜 얘한테 말을 하고 있어?’ 하는 것들은 다 애드리브죠
여러 가지 설정으로 많은 장면을 찍고 그 중 몇 가지를 고르다 보니 아깝게 들어가지 못한 장면들도 많다.
톰 행크스의 ‘캐스트 어웨이’를 패러디한 장면도 있었어요. 그 영화에서는 배구공이 톰 행크스의 유일한 친구로 아주 비중 있게 나오거든요. 그런데 남자 김씨는 똑같은 배구공을 발견하고 뚱하게 쳐다보다가 뻥 차버려요. 참 재밌었는데 ‘캐스트 어웨이’를 안 본 분들은 전혀 감을 못 잡을 테니 아깝지만 뺐죠
나란히 칸 영화제에 진출한 ‘박쥐’와 ‘마더’가 앞뒤로 포진해 있지만 정재영은 비교할 수 없는 영화라고 선을 그었다.
엄연히 다른 색깔이기 때문에 비교할 작품은 아니죠. 뭐 그래도 신경이 쓰이는 것도 사실이고요. 다른 영화지만 관객은 똑같은 관객이잖아요. 운이 없었다, 경쟁작이 대단했다 하는 건 다 핑계일 뿐인 거고요
’천하장사 마돈나’의 공동 연출로 데뷔하고 두 번째 작품을 한 이해준 감독에 대한 애정과 신뢰도 끈끈했다. 그는 이 감독을 가장 침착하고 섬세하고 끈기있는 감독이라고 말했다.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어 감독과 첫 미팅을 했을 때도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새벽 대여섯 시까지 술을 마셨어요. 감독과 미팅 자리는 내가 이 사람과 최소한 6개월 이상 연애할 수 있나 탐색하는 자리예요. 그 사람 작업 스타일이 어떻고 하는 평은 사실 다른 데서 듣는 거거든요. 느낌이 좋았어요. 감독을 만나고 나서 ‘천하장사 마돈나’를 봤는데 역시나 내 판단이 맞았구나 했고요. ‘천하장사 마돈나’는 현장 경험도 없는 상태에서 만든 연습이나 다름없었는데 그것만으로 많은 사람이 좋아하고 인정받은 것도 대단하죠.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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