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회장이 이끄는 한진그룹은 대한민국 항공·물류 산업의 역사 그 자체다. 한진그룹의 핵심으로 1969년 한국 최초의 민항으로 힘찬 날갯짓을 시작한 대한항공은 올해 창사 40주년을 맞으며 세계 최고를 향해 비상하고 있다. 또 그룹 차원에서 환태평양의 거점 LA 다운타운에 초고층 호텔·복합단지 건설 계획 등을 발표하며 미국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세계적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한항공 창사 40주년을 맞아 ‘새로운 비상’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초일류 항공·물류 기업으로의 전진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조양호 회장과 특별 단독 인터뷰를 통해 경영 철학과 향후 발전 계획 등을 들어봤다.
▲대담 : 박흥률 부국장, 사진 이은호 기자
▲장소 : 윌셔 그랜드 호텔 대회의실
▲일시 : 2009년 4월6일 오전 9시
10년내 여객부문 세계 탑10 도약
-올해는 대한항공 창사 40주년이자 LA 직항 취항 30주년의 뜻깊은 해다. 40주년을 맞아 세운 새로운 청사진은
▲대한항공은 국제 화물부분에서 이미 세계 1위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여객부문도 50주년이 되는 오는 2019년까지 세계 탑10 진입을 꼭 성취할 것이다.
고객 중심 명품 서비스 제공, 핵심역량 강화, 사업영역 확대, 선진 경영 시스템 도입 등을 통해 앞으로 10년 후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수준 항공사로 도약할 것이다.
-목표 달성 위한 경영전략이 있다면
▲양적인 성장에 치우치지 않고 고객기준으로 정말 손색이 없는 질적인 서비스 향상에 중점을 둘 것이다. 항상 창의적 아이디어로 최고의 명품 서비스 제공에 끝없는 노력을 할 것이다. 고객의 성원으로 오늘의 성장이 가능했기 때문에 올해는 크고 작은 사은행사를 많이 마련했다.
특히 어린이들이 비행기의 외형 디자인을 직접 그리도록 해 당첨된 디자인을 새겨 놓는 행사도 준비하고 있다. 고객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직원 교육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으며 현재 USC, MIT 등 명문 MBA 프로그램에 우수 직원들이 수료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LA 다운타운 윌셔 그랜드 호텔 초고층 주상복합단지 프로젝트가 미 주류사회에서도 화제다. 이 프로젝트 배경은
▲1989년 호텔을 매입해서 20년 동안 운영해 왔는데, 50년이나 된 노후화한 빌딩이기 때문에 리노베이션하기에는 한계가 왔다.
명품 서비스를 추구하는 대한항공 이미지에 맞지 않아 아예 초현대식으로 다시 짓기로 했다. 지금이 세계 경제가 어려운 시기이긴 하지만 완공에 최소한 4~5년 정도 걸리기 때문에 그때가 되면 미국 경제도 살아나고 부동산 경기도 회복될 것이기 때문에 타이밍도 맞으리라고 본다.
대한항공으로서는 LA가 의미심장한 도시다. 미주지역 첫 취항지이고 재외 한인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다. 나 자신도 이곳에서 고등학교를 다녔고 USC 출신으로 현재 재단이사로 봉사하고 있다.
대한항공 이미지에 가장 맞는 LA에서 가장 어려울 때에 가장 유리한 조건으로 초고층 주상복합단지 프로젝트에 투자하기로 했다.
-윌셔 그랜드 프로젝트가 LA 다운타운 개발사업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은
▲LA 다운타운 지역에 LA 라이브 프로젝트 등 다양한 건설계획이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 한진인터내셔널 코퍼레이션(HIC)이 재개발 사업을 시작하며 윌셔 그랜드 호텔이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시작해 디즈니홀, 매리엇 호텔 등으로 연결되는 지점의 중간 위치에 놓여 있어 다운타운 개발의 센터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LA 다운타운을 뉴욕의 42가처럼 활성화시키고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는 컨벤션을 유치하기 위해서 볼거리, 놀거리가 많아야 하는데 한진그룹은 현재 이러한 추세에 맞춰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다운타운에 초고층 주상복합단지를 건설함으로써 얻게 될 경제적인 효과는
▲일단 호텔을 활성화, 고급화시킬 계획이며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소매업소가 많이 생기기 때문에 다운타운 경기활성화에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호텔과 오피스를 건설하면서 8,000명의 건설직 관련 일자리 창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보이며 일단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4,000명의 정규직이 생길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공사가 진행되면서 8억5,000만달러의 건설비가 투입되고 시에서는 1,000만달러의 세수입 효과도 있을 것이기 때문에 다운타운의 지역 경기 활성화에 지대한 공헌을 할 것이다.
LA 한인타운도 밀접해 있기 때문에 이곳은 한인타운의 익스텐션이 될 수도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한인타운까지 업그레이드 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매스터 플랜을 세워서 체계적으로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한인들도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명품’ 프로젝트로 완성할 것이다.
-무비자 시대를 맞아 미주시장을 어떻게 개척할 것인가
▲현재는 높은 환율 때문에 미국 시장이 무비자 시대에 따른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어 아쉽다. 그러나 앞으로도 미주노선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특히 오는 2010년에 500석이상의 좌석을 공급할 수 있는 에어버스사의 초대형 2층 항공기 A380을 LA노선에 처음 선보일 계획이다.
또한 무비자 시대에 걸맞게 뉴욕=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LA=디즈니랜드 등식이 성립하는 천편일률적인 관광에서 벗어나 각 지역 특성에 맞게 배낭여행 등 독특한 상품을 개발해 고객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 줄 계획이다. 비행편만 제공하는 시대는 지났다. 무비자 시대에 걸맞는 소프트웨어, 즉 알찬 관광상품을 계속 개발할 것이다.
-한국학과 박물관 등 문화지원 사업도 활발하게 펼치고 있는데
▲USC 한국학연구소에 현재까지 50만달러 이상을 지원했다. 나 자신도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는데 역사책에 한국에 대한 기술이 태부족이고 기껏해야 6.25전쟁에 대한 언급이 고작인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한국 정부도 문제지만 한국학 연구가 부족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자료가 없다 보니까 그렇게 된 것 같다. 집중적인 지원을 통해 학자들이 한국의 현대사를 많이 연구해 논문을 내놓으면 교과서를 만드는 사람들이 그 논문을 보고 한국 역사에 대한 기술을 더 많이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게 해야 한국을 제대로 알릴 수 있다.
역사 왜곡에 소리 높여 항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독도문제도 체계적인 지원을 통해 객관적인 자료를 내놓으면 제3자가 객관적으로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사실을 증명해 줄 것이다. 개인이나 사기업이 추진하기보다는 국가나 커뮤니티 차원에서 동참해서 지원하는 것이 시너지 효과가 난다. USC뿐만 아니라, 미 동부나 유럽에도 한국학연구소를 두는 등 체계적으로 정치, 경제, 문화 등으로 나눠 각 지역 특성에 맞게 한국학 연구를 확산하는 것이 중요하다.
-LA 카운티 박물관에 한국관 확장을 위해 10만달러 기금지원을 하신 것도 같은 맥락인가.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 한국어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했고 대영박물관, 에르미타주 박물관 등 세계 3대 박물관에 한국어 안내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대한민국이 경제성장을 했기 때문에 문화 사업에도 기여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고등학교 때 유럽과 미국 각 지역 배낭여행을 많이 다녔고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박물관 서비스에 한국어가 빠져 있는 것을 보고 아쉬웠다. 당시 일본 기업이 바티칸 궁전을 리노베이션하는데 후원하는 것을 보고 많은 점을 느꼈다. 문화 자원을 유지하고 보수하는 차원에서 루브르 박물관이 가이드 시스템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으로 전환할 때 지원을 해주면서 한국어 서비스를 요구했다. 똑같은 방식으로 대영박물관도 지원하면서 한국어 서비스를 요구했다. 한국에 대한 자부심과 문화사업의 일환으로 박물관 사업을 계속 지원할 계획이다. 미주 한인 이민사를 담고 있는 한미박물관(Korean American Museum)도 한인 커뮤니티 전체를 위해서 가치가 있고, 지원할 능력이 있다면 지원을 검토할 것이다.
특히 박물관 사업은 어떤 특정 기업이나 단체가 나서기보다는 커뮤니티 차원에서 모든 사람이 조금이라도 분담해 동참하는 참여의식이 그 성공 여부를 결정한다고 본다. 예를 들어 한미박물관 사업에도 정부, 지상사협의회, 로컬기업, 커뮤니티 개개인이 동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대한항공은 이제 글로벌 기업이다. 글로벌 친환경사업에 대한 구상은
▲대한항공은 환경친화적인 기업이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방출량을 줄이기 위해 지난 2004년부터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 외곽 바가노르구 사막에 대한항공 숲을 조성했고 2007년부터 중국 쿠부치 사막을 숲으로 바꾸기 위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올해는 특히 대한항공 창사 40주년과 LA 직항노선 개설 30주년을 기념하고 국제사회에 책임을 다하는 세계적 항공사로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LA 나무심기를 후원하게 됐다.
100만그루 나무심기재단(MTLA)에 올해부터 4년간 매년 4만달러씩 16만달러를 기부했으며 LA 지역사회의 환경을 개선하는 MTLA 사업에 참여하게 돼 기쁘다.
-미주한인사회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대한항공이 취항하는 미국 대도시에 한인타운이 형성되면서 지역 한인사회가 눈부신 발전을 해왔으며 대한항공도 함께 성장했다. 특히 한인 고객들이 대한항공을 많이 이용함으로써 오늘날 대한항공이 세계적인 항공사로 성장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미주 한인사회와 호흡을 함께 하며 한인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대한항공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박흥률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의 향후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2004년 르브르 박물관 한국어 서비스 지원 등 프랑스 문화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레종도뇌르 훈장을 받은 조양호 회장이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대한항공 제공>
조양호 회장 약력
▲1949년 인천 출생
▲1964년 경복고등학교 입학
▲1968년 미국 쿠싱아카데미 고교 졸업
▲1974년 대한항공 입사
▲1975년 인하대 공대 공업경영학과 졸업
▲1979년 USC 경영대학원 석사
▲1992년 대한항공 사장
▲1996년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2003년 한진그룹 회장
▲2004년 프랑스 레종도뇌르-코망되르 훈장 수훈
▲2005년 몽골 북극성 훈장 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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