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뭄, 산불, 살인폭염, 몬순, 농업붕괴…
생태계 파괴로 일부동물 멸종위기
80% 넘는 석탄의존도가 주범
실패한 낙농업자들 자살 잇달아
사람들은 호주를 ‘행운의 나라’라고 부른다. 일리가 있다. 강단 있는 추방자들의 후손들은 세계에서사람이 사는 땅으로는 가장 메마른 이 땅위에 튼튼한 경제를 세우고 어떤 경우에도 무너지지 않는 유연한 국민이라는 이미지를 가꾸었다, 호주는 눈길을 사로잡는 아름다운 풍광과 빛나는 태양, 그리고 부러운 라이프스타일의 땅이라는 이미지를 수출해 왔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남부지역의 오랜 가뭄과 산불, 북부지역의 몬순과 모기에 의한 열병의 확산, 그리고 농업 기반의 붕괴, 살인 폭염이 지구 온난화 모델이 예견해 온 ‘가속화된 기후 위기’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경고한다.
“호주는 변화의 전조가 되고 있다”고 기후변화 문제와 관련해 가장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고생물학자 팀 플래너리는 말했다.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이며 이로 인해 호주가 치러야 할 대가는 선진국 가운데 가장 클 것”이라며 기후변화로 호주를 지탱시켜 주던 라이프 서포트 시스템이 붕괴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많은 학자들은 이미 기후변화에 따른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고 믿고 있다. 지나 2월 최악의 불로 173명이 목숨을 잃고 그 전주에는 폭염으로 200명 이상 숨진 것이 그것이다. 3명으로 구성된 왕립위원회는 마을들을 태우고 빅토리아주의 코알라와 캥거루, 그리고 조류의 4분의1을 죽게 한 산불이 지구온난화와 관련이 있는지 조사에 착수했다. 호주는 에너지의 80%를 석탄에서 얻고 있는 세계 최대 석탄수출국이다. 이 때문에 지구상에서 온실가스의 최대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조사 결과는 오는 8월 나올 예정이다. 그러나 소방관들과 과학자들은 이미 상관관계가 뚜렷이 드러났다고 주저 없이 말한다. 산불이 나기 전 멜번 주민 200여명이 더위로 죽었다. 당시 폭염으로 새로 건조한 400피트 페리선의 철제 구조물이 녹아내리고 철길이 국수처럼 휘었다. 110도 이상 고온에 습기 하나 없고 시속 100마일 이상 강풍이 부는 날이 나흘 이상 계속됐으며 사눌 이근지역에서는 기온이 120도까지 솟았다. 한 소방관은 “호주에서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다. 지구온난화는 수십년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미래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일어난 일들은 지구온난화가 비상상황에 도달했음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호주의 기후변화는 3개의 강이 만나는 머레이-달링 분지에 혹독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부의 그레이트 디바이딩 레인지에서 발원하는 머레이, 달링, 머럼빗지 등 3개의 강은 호주의 과일과 곡물의 대부분을 생산하는 밸리지역에 젖줄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 강들은 다양한 습지와 초원, 그리고 유칼립투스 삼림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다.
그러나 건조해지면서 복숭아와 배를 생산하던 과일 나무들은 죽어가고 있으며 과수원은 폐허가 되고 있다. 스몰비즈니스들은 문을 닫고 가게 앞에는 ‘세일’ 사인이 나붙어 있다. 바람에 날리는 황사 속에 풍경이 바뀌고 있다. 호주 작물의 60% 이상을 생산했던 농부들은 땅을 버리고 물 사용권을 주정부와 연방정부에 팔아넘기고 있다. 10년 이상 강우량이 평균의 50%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호주의 농업부문과 자급자족 체계는 허물어지고 있다. 빅토리아 농업지역에서는 1주일에 1명꼴로 농부나 목장주가 자살하고 있다.
한 농부는 “과수원 주인들이 과수원을 버리고 있다. 평생을 바쳐온 일이다. 그것이 먼지가 돼 버렸다. 다시 나무를 심을 돈도 없다. 5년간 수확을 기다릴 여유가 어디 있는가. 손을 들고 그냥 걸어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어려운 형편을 들려줬다, 남아 있는 사람들은 시장에서 판매할 만한 과일을 생산하지 못하는 나무들을 뒤엎는다. 매년 가을 과수원 주인들이 이런 나무들을 모아 태우며 맥주로 건배를 하는 풍경은 슬프기까지 하다. 최근 골번 밸리 지역 유실수의 20% 이상이 뽑혀졌다. 그러나 새로 심은 나무는 거의 없다. 이 지역 목장주들도 사정은 같다. 시정부에 물을 팔아 버는 돈이 우유를 팔아 버는 돈 보다 많다는 말속에서 이들의 처지가 드러난다. 한 농부는 “1년에 6~7인치 비가 오면 운이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곳은 보통 19~21인치의 비가 오던 곳이다. 나무들에 물을 제대로 주지 못해 과일들이 말라 비틀어졌고 특히 여름 폭염이 과일들을 ‘요리’하면서 배의 경우 15%, 사과는 50% 이상 화상이 발생했다.
기후변화는 호주의 중요 관광지인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와 트로피컬 레인포리스트 보호지의 산호들과 해양생물들에도 영향을 있다. 지난해 나온 한 정부보고서는 지금 추세로 가면 오는 2050년이면 그레이트 배리어의 산호초가 ‘실질적으로 멸종’될 것이라고 전망한바 있다.
또 등고선이 낮은 호주에서 저지대의 삼림이 사라지면서 생태계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점점 좁아지는 거주 지역을 놓고 야생동물들이 다루면서 일부 종의 멸종도 우려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호주정부는 단호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과학자들을 좌절시키고 있다. 호주정부가 미적거리는 이유는 석탄업계와의 관계 때문이다. 호주는 세계최대 석탄수출국이다. 또 전기의 80%를 석탄발전에서 얻는다. 석탄업계의 힘과 그들이 벌어들이는 막대한 수입은 그들은 거의 손댈 수 없는 존재로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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