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값에 뛰어난 맛으로 불경기 손님 끌어
인터넷으로 위치 알리는 등 첨단기법 동원
샌타모니카 산 뒤로 해가 지고 405 프리웨이가 막히기 시작하면 배고픈 사람들은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한다. 한국 타코 식당차가 어디 서 있는지 알아낸 다음 그리로 달려가는 사람들 중에는 대학생과 단골손님,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이 포함돼 있다. 이들은 매콤한 돼지고기나 닭고기, 매운 두부, 매운 양념을 한 갈비, 김치 소시지 등을 타코에 싼 요리를 맛보기 위해 때로는 한 시간 이상 줄을 서 기다린다. LA를 정복한 ‘고기 코리안 바비큐 투고’ 음식은 어느 나라의 요리인지 분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최근 한 고객이 말한 대로 “코리안-멕시칸 합작품으로 미치도록 맛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인지 모른다.
이 트럭은 요즘 문을 연 어느 식당보다 LA에서 인기다. 손님이 넘쳐 최근 컬버 시티 바에 타코 스탠드를 차리고 두 번째 트럭도 운영하고 있다. 이 타코 스탠드에만 하루 밤 400명의 손님이 몰려든다.
두 요리사의 합작품인 ‘고기’는 적시에 개업했다. 하나에 2달러인 타코와 부리토는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적당한 값이다. 최신 테크놀로지를 활용, 지금 트럭이 어디 있는지를 인터넷을 통해 알려준다.
‘고기’의 인기는 한국 요리가 미국에서 뜨고 있음을 알리는 증거다. 지난 수년간 한인 2세들과 최근 이민자들은 전통적 한국 음식을 변형시켜 신천지를 개척하고 있다. 이들 요리사와 기업가들은 한국과 미국의 테크놀로지 붐 자금과 요리 학교에서의 교육, 그리고 부모들의 요리사에 대한 의식 변화에 힘입어 활개를 펴고 있다.
작년 컬버 시티의 식당가인 워싱턴 블러버드와 웨스트 할리웃의 베벌리 블러버드에 새 한국 식당들이 들어섰다. 일본 식당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웨스트 LA에 비빔밥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두 한인 파트너가 만든 컬버 시티 개나리 식당의 주 요리사인 로버트 벤슨은 “한국 음식이 충분히 소개되지 않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옳았다”며 “한국 음식에는 어떤 신비가 깃들여 있는데 우리는 사람들이 그에 접근하는 것을 쉽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한국 음식은 전에도 식도락가의 눈에 띄었으나 유행을 타지는 못했다. 벤슨은 “그 이유 중의 하나가 한국 음식에 대한 오해 때문”이라며 “일본 음식은 단백질이 많고 지방이 적으며 매우 깨끗한 것으로 알려진 반면 한국 음식은 건강식이 아니라는 평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 때문에 별로 인기를 끌지 못했지만 이제는 뜰 때가 되었으며 그렇게 되리라 생각한다. 김치 굴 요리를 개발한 뉴욕의 데이빗 장 같은 요리사가 이를 돕고 있다. 머지않아 P F 창 같은 한국 요리 체인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와 동시에 점점 많은 한국 요리사들이 다른 나라 음식을 활용해 호평을 받고 있다. 한 살 때 이민 온 상 윤(39)이 소유하고 있는 ‘아버지 오피스’(Father’s Office)는 LA에서 가장 인기 있는 햄버거 가게의 하나다. 전에 샌타모니카에 있는 마이클스에서 일하던 그는 근처에 있는 오래 된 바를 인수해 사람들이 줄 서 기다리는 햄버거 가게로 만들었다. 양파와 블루치즈, 아루굴라를 넣은 햄버거를 먹으러 온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최근 LA에 두 번째 가게를 열었다.
10대 때 가족과 함께 가주로 이민 온 태 김씨는 이스트 할리웃의 스쿱스라는 아이스크림 가게를 운영한다. 한인들은 핑크베리와 레드망고 같은 언 요거트 비즈니스에도 뛰어들었다. UC 리버사이드 교수인 에드 장씨는 “1세대 한인들은 한인 고객이나 소수계 인종을 상대로 한 비즈니스를 주로 했다”며 “그러나 최근 이민자들은 주류 사회에 진출할 만한 자본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인들은 한인 비즈니스를 주로 겨냥한 1992년 폭동 후 주류 사회에 알려지게 됐다”며 “그 후 10~15년 후 한인들의 존재는 더욱 뚜렷이 부각됐으며 이제 정치 경제적으로는 상당한 비중을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가주 요리학교(California School of Culinary Arts)의 마리오 노보 대변인은 지난 2년간 한인 학생들이 가장 급속히 늘어난 이민자 그룹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신입생 중 한 명이 한국 문화는 남자가 요리하지 않는 것으로 돼 있으며 어머니도 처음에는 반대했다고 말했다”며 “그러나 그의 진심을 알고 그의 결정을 지지하는 쪽으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한국 타코 트럭은 한인 문화의 창의력을 보여주는 사례지만 처음은 절박한 상황에서 시작됐다. 지난 9월 뉴욕 르 버나딘과 락슈가를 포함한 여러 LA 식당에서 일하던 로이 최(38)는 직장에서 해고된 후 돈에 쪼들리고 있었다. 그는 직장 동료였던 마크 망게라와 커피를 마시다 한국식 타코 식당차를 해보자는 얘기가 나왔다.
아침에는 반쯤 미친 것 같던 이 아이디어가 밤에 생각해 보니 좀 그럴 듯 해 보였다. 그는 “항상 자신을 표현하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7명의 파트너와 사업을 차리기로 했다. 커피샵 미팅 후 두 달 만에 첫 타코 트럭이 굴러 나오면서 마케팅 캠페인이 시작됐다.
스스로를 “화난 최”라고 부르는 최씨는 매일 밤 작고 깨끗한 공간에서 5명의 종업원과 고기를 갈고 소스를 만들며 타코를 먹기 위해 두 시간씩 기다리는 고객을 위해 일을 한다.
코리아타운이 라티노 주거 지역과 인접해 있고 음식 문화가 오랫동안 섞여온 LA의 지리적 요소와 전통에 부합하는 음식을 만들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전에 멕시코 식당이었던 곳이 한국 식당이 되고 한국 식당에서 일하는 종업원의 상당수가 멕시칸이다.
최씨는 “우리는 한국 바비큐를 토티야에 담음으로써 두 문화를 결합시키려 했다”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며 단지 맛있게 만들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그를 위해 최씨는 고급 식당이 쓰는 재료를 사며 가장 좋은 야채를 구하기 위해 파머스 마켓을 뒤진다.
절인 양배추의 톡 쏘는 맛, 구운 고기와 매운 고추의 조화는 예술이다. 최씨는 UCLA에 캠퍼스와 바나 클럽 앞에 주로 주차한다. 최근 그는 컬버시티에 있는 알라바이 룸에 자리를 얻어 김치 케사디요(7달러)와 김치 핫독을 선보인다. 그는 “이 요리가 사회 문화 현상으로 발전했다”며 “한 입에 LA의 진수를 맛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 본사 특약>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