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자구 (의사·전 스토니브룩 한국학회 회장)
요즈음 세 가지 기적이 일어났다. 첫째는 미국에서다. 백인. 앵글로색슨계 그리고 개신교 신자가 아니면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기는 불가능했다. 그런데 흑인이면서 이름이 무슬렘을 상기시키는데도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천지개벽이나 다름없다. 둘째는 한국에서다. 김수환 추기경에 의해서다. ‘명동 성당’에서 일어난 기적이다. 엄청난 인파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조문행렬이 십 여리로 줄을 섰다는 것은 해방 후 처음있는 일이지 싶다. 셋째는 ‘워낭’이라는 영화다.
이 영화에 출연진은 단돈 1억 원의 제작비로 늙은 소와 늙은 할아버지가 전부다. 그런데도 30
만 명이상이나 이 영화를 관람하고 눈시울을 적셨다니 이 또한 기적에 가깝다. 위 세 가지 기적을 관통하는 공통분모는 마음과 마음이 서로 통하는 것, 즉 대화다. 대화는 일상대화, 설교대화… 그러나 이런 것은 최하위 대화다. 진짜 대화는 말이 필요 없다. 마음과 마음이 서로 통한다. 말이란 대화라기보다 자기의 약점을 감추기 위하여 늘어놓는 경우가 많다. 쉽게 말하면 말은 자기선전이요, 100원짜리 자기를 1만 원짜리 자기로 봐 달라고 하거나 남이 자기가 100원짜리임을 알까봐 불안해서 말을 많이 하는 경우가 많다.
어린 시절에 어머니와 유아가 대화가 잘 안되면 (어머니가 자기의 아이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거나 무시하면) 아이는 의사를 표시한다. 울거나 고함을 지르거나 부수거나 대. 소변을 싸거나 토하거나... 한다. 어찌 어린이만 그럴까 보냐! 청소년. 청장년. 남녀 어른 모두가 대화를 해야 살아간다. 대화는 마음(감정)의 양식이요. 정서적 발달의 자양분이다. 사랑을 받아 본 사람만이 남을 사랑한다. 일제시대 때 우리조상들이 죽기로 싸워 독립운동을 하지 않았는가? 군사독재를 민주체재로 바꾸려고 얼마나 목이 터져라 고함치지 않았는가?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는가? 이런 것들이 다
대화를 하자는 나의 주장과 대화를 하자는 사람들의 마음을 모르거나(현실인식 능력부족) 아예 무시(패배의식과 내부독제)하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결손가정에서 자라 청소년 시절에는 방황도 하고 반항도 하였지만 어머니와 할머니 등의 감화로 자기의 정체성(아프리카계 미국인)을 되찾고 더 열심히 분발하여 하바드 법대 내 신문 편집장까지 했다. 그리고 시카고지방에 있는 법대교수도 했다. 쉽게 말하면 오바마는 자기 정체성을 찾은 뒤 그의 마음속에 있었던 흑인이란 패배의식에서 벗어났고 그래서 자기 내부독재(참고 사는 것, 불의에 반항하지 못하는 것)를 이길 수 있었다.
그래서 자기가 처한 환경과 처지에 맞게 처신할 수 있었고 자기가 사랑받고 인증받고 살아왔던 것처럼 자기가 커서 그도 남을 이해하고 사랑하고 도와줄 수 있었다.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대화가 되었다. 그런 와중에 전대미문의 경제붕괴가 와서 이 사람이면 경제위기를 타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마음을 심어줄 수 있었다고 본다. 김수환 추기경의 경우도 마찬가지 느낌을 받았다. 사진을 보면 선한 얼굴에 ‘동심’이 가득하고 도무지 남을 해칠 기미가 전혀 느끼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벌써 보는 즉시 말없는 대화가 시작된 것이다. 사랑받고 자란 사람만이 남을 사랑할 수 있다.
‘워낭’ 이야기는 또 어떤가? 필자는 TV에서 아주 늙은 소가 힘겨운 듯 빈 수레를 느릿느릿 끌고 가는데 소수레위, 소꼬리 바로 뒤에서 노인 혼자 앉아 세월을 잊은 체 타고 가는 모습을 보았다. 소도 사람도 말이 없고 세월도 흐르지 않는... 그러면서 우마차 바퀴만 아주 느리게 굴러가는 장면이 전부였다. 할아버지는 소를 잊으면서도 아주 잊지는 않은 듯하고 세월도 할아버지와 소를 잊은 듯...
정신과 의사들은 흔히 이런 말을 한다. 3대독자 아들을 잘 양육하려면 남의 집 자식처럼 기르라고, 이것이 진정한 대화요 사랑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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