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8세 아이 약 3%
치매 등 만성 질환 앓는
부모·조부모 집에서 간호
대소변 수발 등 힘들어
분노·우울증 겪기도
오랜 병환을 앓는 부모들의 병수발을 드는 어린이들이 늘어나고 있으나 이들을 돕는 사회제도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뉴욕타임스가 23일 보도했다.
플로리다 랜타나에 거주하는 린다 렌트(47)는 당뇨병과 대장염으로 몸이 부분 마비된 형편이다. 남편은 볼링장에서 늦게까지 일하고 13세 딸 앤매리에 의존하고 있다. 앤매리는 두통약을 주사로 투입하고 피검사를 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발작이 있을 때마다 대처해야 한다. 앤매리는 “내가 돌봐줘야 한다고 법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왜 돌봐줘야 하나 생각하곤 했다고 털어놓았다.
지난 2005년에 실시된 전국 조사에 따르면 8~18세 어린이가 있는 가정의 3%에서 자녀가 부모 및 조부모를 돌보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만성질환 환자들이 병원에서 더 일찍 퇴원하고 수명이 더 길어지면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불경기로 환자들이 간호비용을 줄여야 하는 추세에 이라크 전쟁에서 부상자들이 귀환하면서 더욱 불거질 이슈라는 것이다.
이같이 어른들을 돌보는 아이들에 대해 보건단체들이 점점 더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전국다발성경화증협회(NMSS)의 부회장 낸시 로는 말했다. 여러 플로리다 학교는 이들 어린이를 위한 클래스와 모임을 시작했고 플로리다의 ‘돌보는 청소년 프로젝트’(CYP)는 어린이들을 위해 주말 캠프와 카운슬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앤매리와 같은 어린이들을 인구조사에 포함시키는 영국이나 호주와는 달리 미국에서는 아직도 숨겨져 있는 사회 문제다. 부모들이 이를 수치스럽게 여기는 점도 있지만 아동보호국에서 양육권을 뺏거나 제한할까 봐 우려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들은 싱글 부모, 저소득층 가정이지만 의료보험이 자택 간호를 커버하지 않는 중산층 가정에서 오기도 한다. 일부 어린이들은 일찍 성숙하고 자부심을 느끼지만 다른 어린이들은 우울증에 빠지고 분노를 느끼기도 한다.
크리스티나 파월(13)은 치매와 방광암을 앓는 할아버지 가이 프렌치(78)를 돌보느라 고생이다. 어머니가 일찍 출근하기 때문에 침대 요를 갈아주고 옷을 입혀줘야 하는데 처음에는 할아버지가 술에 항상 취해 있고 화를 잘 내서 힘들었다고 한다. 할아버지가 “스프링클러처럼 오줌을 쏴댔다”는 크리스티나는 돌봐주는데도 할아버지가 자기를 싫어한다고 말하곤 했다며 그러면 우울해졌다고 말했다.
CYP 코디네이터 캐런 하우드는 “어린이들이 처한 상황을 변화시킬 수는 없지만 잘 겪어내도록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앤매리 렌트가 그런 케이스였다.
11세 때 우울증을 느꼈다는 앤매리는 급우들이 “너네 엄마는 불구자”라고 놀려댔다며 어머니와 자주 싸웠다고 말했다. 린다 렌트는 딸이 자기의 인생을 빼앗겼다고 소리를 지르며 주먹으로 때리기도 하고 컵으로 머리를 때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CYP는 앤매리에게 카운슬링을 제공하고 비슷한 상황의 또래 친구들을 사귀도록 도와주는 한편 학교와 선출 공직자들로부터 그녀의 희생을 칭찬하는 상장을 받도록 주선하는 등 앤매리를 격려해 줬다. 린다 렌트는 지금 딸과 “매우 가까운 관계”라고 말했다.
<우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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