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저지 최덕희 통신원
파라무스에 위치한 Bergen Regional Medical Center에 한국인 환자가 많아지면서 한 동 전체를 한인만을 위한 치료와 요양을 목적으로 사용한 지가 6년 정도 되었다. 전체 병동에는 외국인 20명, 한국인 7명이 레크레이션 치료사로 일하고 있는데 ‘춘’이라고 불리는 민춘식씨와 나오미라 불리는 정규남씨가 맡고 있는 8층에는 한국인 환자 30명과 외국인 환자 13명이 있다. 여기서 민씨 등은 매달 초 다양한 레크레이션 프로그램을 짠다고 한다.
이들이 오전 9시부터 5시까지 주 5일 돌보고 있는 사람들은 거의 혼자 거동하기가 쉽지 않은 노인들로 치매, 당뇨합병증, 중풍 등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곳에서는 보통 아침에 커피타임을 갖는 것을 시작으로 오전에는 신문 읽기, 운동하기 등으로 보낸다. 오후에는 주로 손발을 이용한 액티브 게임 등을 하는데 공차기, 경마게임, 볼링게임 등과 노인들이 특히 좋아하는 빙고, 윷놀이, 화투놀이도 있고 공작시간도 있어 색칠하기, 만들기 등으로 옛날의 솜씨들을 뽐내기도 한단다. 두 달에 한번 있는 요리시간에는 호박죽을 끓이고 전도 부쳐 먹고 여름엔 닭 죽, 수제비도 직접 어른들과 함께 만들어 맛있게 들도록 한다고 한다.
노인들은 5,6명씩 조가 되어 격월로 바깥나들이를 하는데 평소 먹고 싶었던 음식을 먹기 위해 식당이나 그로서리에 가서 물건을 사기도 하며 잠깐이나마 젊은 시절의 옛 생활로 돌아가 보기도 한다. 또 매주 세 차례 예배를 드리는데 신앙을 통한 생활은 노인들의 정신건강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노인들과 하는 생활은 이일을 단순히 직업으로 여기고 들어온 사람들에겐 일하는 것에 비해 보수가 많지 않아 오랫동안 견디기가 힘들다고 한다.
처음엔 민씨도 노인 특유의 성격과 코를 찌르는 냄새 등으로 견디기 힘든 시간을 보냈었다. 하지만 결혼직후 4년간 시부모를 모신 경험과 미국에서 10년이 넘게 장애인 선교회에서 봉사하며 훈련된 사랑의 마음으로 대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그러한 냄새조차 의식하지 못하게 되었다
고 한다 몸이 불편하다보니 조그만 일에도 화를 잘 내고 치매로 인해 밥을 안줬다고 우기는 노인, 자기 방을 제대로 찾지 못하는 노인, 같은 질문을 수없이 되풀이하는 노인, 방 구석구석에 음식이나 일용품 등을 숨겨 놓는 노인. 이곳에서 일하는 하루 8시간 동안 일어나는 이러한 다양한 사건
들로 때로는 힘들기도 하지만 정상적인 생활 속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이곳에서 만의 특별한 일들이 어떤 때는 오히려 재미있기도 하고 보람도 있기 때문에 즐겁게 일을 할 수가 있다고.
민씨가 하는 일은 단순히 레크레이션만이 아니라 노인들의 남은여생을 즐겁게 해주면서 편하게 사는 훈련도 시킨다.부지런하고 명랑한 성격의 민씨는 노인들의 안색만 보아도 무엇을 원하는지, 기분이 어떤지 아주 잘 알고 있다 한다. 심지어는 그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도 한 눈에 보인다는 것.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남에게 베풀고 살았는지, 혹은 욕심을 부리며 살았는지 현재의 그들의 모습을 보면 그대로 드러난다고 한다. 그들을 보며 민씨는 ‘아, 정말 인생을 잘 살아야 겠구나!’ 하고 느끼게 된다는 것.
하루 8시간씩 가족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노인들과 함께 한지도 벌써 5년이 지났다. 한국요양원생활이 이미 삶의 일부가 되어버린 민춘식씨, 일명 ‘춘’은 모든 노인들의 딸이요, 며느리가 되어 불편한 그들의 손과 발이 되어주며 오늘도 열심히 사랑의 꽃을 피우고 있다.
노인들과 함께 시간을 나누는 민춘식(오른쪽)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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