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국민의 한국 투표권 행사가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다. 여야는 22일 정치개혁특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재외국민 투표권 부여에 관한 개정안에 잠정 합의했다. 이 개정안은 오는 29일 정개특위 법안심사소위와 전체회의에서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지리한 공방전 끝에 이뤄낸 합의안은 영주권을 가진 재외국민과 상사 주재원·유학생 등 일시 해외체류자에게 전국 단위 선거에 한해 투표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따라 2012년 19대 국회의원 비례대표 선거와 18대 대통령 선거부터 19세 이상 재외국민이 투표에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합의는 재외국민에도 보통 선거권을 명시한 헌법정신을 회복시키기 위한 실질적인 진전을 이뤘다는 의미가 있다. 재외국민 참정권은 67년 선거부터 해외부재자 투표 방식으로 실시됐다. 그러나 1972년 12월 유신정권에 의해 그 국민적 권리가 사라졌다. 이에 헌법재판소가 2007년 6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후 정치권이 이해관계의 충돌로 대립하다 비로소 헌법정신 회복을 위한 입법 조치에 합의한 것이다.
또 다른 의미는 재외국민들이 한민족의 정치 공동체로 복귀하는 물꼬를 텄다는 점이다. 그동안 정치적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 재외국민들이 명실상부한 한민족의 정치적 구성원으로 복귀하는 틀을 만든 것이다. 이는 동포들의 힘을 증대시켜 숙원사업 해결이나 권익 증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여야의 합의에는 마냥 반길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건 아니다. 이번 합의로 대한민국에는 300만 명의 새로운 유권자가 탄생하게 됐다. 표의 정치학에서 이 머릿수가 지닌 함의는 상당하다. 과거 수십만 표 차이로 대선의 승패가 결정됐던 만큼 앞으로 재외국민들의 표의 향방이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여야는 벌써부터 경쟁적으로 해외에 후원 조직을 결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2012년 첫 선거철이 되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인회나 한인단체들이 선거 바람에 춤을 추고 미 주류사회에서의 권익 증진이란 과제가 뒷전으로 밀려날 것은 자명하다. 동포사회가 여야로 갈려 분열되는 것도 눈앞의 불을 보듯 뻔하다.
이에 따라 여야는 정파적 이해관계를 넘어 동포사회의 갈등을 방지할 대안을 제시해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이번 합의에서는 또 선거의 절차나 기술적 방법론에 대해선 구체적 합의를 마련하지 못했다. 다만 투표 참여 의사를 밝힌 신청자에 한해 참정권을 부여하며 재외공관 등에 마련되는 투표소 투표로 제한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참정권 실현의 큰 그림만 그렸을 뿐이다. 따라서 효율적인 선거방법론은 물론 부정선거 방지책등 법률적으로 뒷받침돼야 할 사안들에 대한 정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또 정치권이 모국 편의주의적 시각이나 정파적 이해관계에 우선해 재외국민들의 입장에서 참정권 실현에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뒤따르고 있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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