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증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처음 운전을 배울 때를 기억할 것이다.
필자도 그때를 기억한다. 난생 처음으로 운전석에 앉아서 핸들을 이렇게 저렇게 폼 나게 돌려보다가 기어를 넣고 조심스레 페달을 밟았는데 차가 “부릉”하며 앞으로 나가는 것이 참 신기했다. 특히나 걷는 것과 비교해 보면 너무 달랐다. 사람의 경우 얼굴과 몸의 위치만 보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 알 수 있지만 차를 몰 땐 기어위치를 보지 않고 무조건 페달만 밟게 되면 차가 어느 방향으로 갈지 알 수 없다.
그래서 후진기어가 들어가 있는 것을 잊은 채 전진하려다 차가 뒤로 가는 바람에 깜짝 놀라는 일도 한 번씩 경험한다. 앞으로 가려면 전진기어를 넣어야 한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안다. 하지만 우리들은 살면서 종종 후진기어를 넣은 채로 앞으로 나가기를 원한다.
한 인터넷 조사에 의하면 지금 바로 이 순간에 우리들 네 사람 중 한 사람은 과거의 어떤 일로 인해 현재 괴로움을 당하고 있고, 또 그럼으로 그 사람의 미래에까지 악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누구나 때때로 지난날을 돌아보며 후회와 반성을 섞어가며 한다. 하지만 그 정도가 너무 지나쳐 과거의 일들을 수십 수 백 번 곱씹으며 다가올 미래에까지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우게 되면 그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과거집착증은 심해지면 정신질환으로 악화될 수도 있다.
우리들의 기억장치 시스템에는 두 개의 서랍이 있다고 한다.
첫 번째 서랍에는 좋은 기억을 담아놓는 서랍이다.
이 서랍 안에는 행복했던 어린 시절, 친구와의 우정, 달콤한 사랑의 감정, 성공의 성취감들, 남을 도우면서 느꼈던 뿌듯함 등등 좋은 추억과 행복한 감정들을 차곡차곡 넣어두는 서랍이다. 반면에 두 번째 서랍은 좋지 않은 기억들을 모아두는 서랍이다. 그 안에는 불행하고 상처의 기억들, 시기와 미움의 생각들, 실패와 좌절과 패배감을 넣어서 보관한다.
우리 모두는 살면서 수많은 일들을 겪고 각각의 일들을 두 서랍 중 하나에 보관한다. 그리고 시간이 날 때마다 한 번씩 그것들은 다시 끄집어내 본다. 사람에 따라서 같은 일이라도 어떤 사람은 첫 번째 서랍에 또 다른 사람은 두 번째 서랍에 보관한다. 또 사람에 따라 첫 번째 서랍에 담아둔 기억을 주로 끄집어내어 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두 번째 서랍만을 고집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떤 기억들을 어느 서랍에 담고, 또 어느 서랍을 더 자주 열어보느냐는 순전히 각자의 선택이다. 하지만 그 선택에 따라 자신의 과거에 대한 평가를 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두 번째 서랍만 열어보고 자기의 과거를 불쌍히 여긴다. 그러는 사이 자기도 모르게 슬픈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정말로 자기 인생을 아끼려면 이젠 두 번째 서랍을 완전히 잠가 버려야 한다.
차를 운전하는 것은 우리네들 삶과 많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힘들게 올라가야 할 오르막길이 있는가 하면 페달을 밟지 않아도 잘 가는 내리막길도 있다. 경치가 좋은 길이 있나 하면 울퉁불퉁한 자갈길도 나온다. 우리 모두는 빠른 속도로 이 길들을 쌩쌩 달리길 원한다.
분명한 것은 우리는 뒤를 돌아보면서 앞으로 나갈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들은 너무도 자주 마음속에 후진기어를 넣은 채 앞으로 가려고 한다. 그러면서 절망하고 좌절한다.
새해가 밝았다. 다시한번 우리 마음속에 기어가 어느 위치에 놓여있는지 확인할 좋을 때다. 전진하려면 반드시 전진기어를 넣어야한다. 전진기어를 넣는 것이 앞으로 나가는 가장 첫 스텝이다
홍영권
(USC 의대 교수)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