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일관성과 변화에 초점..젊은 피로 새바람 예고
자유무역 신봉, 균형재정 옹호하는 루빈 후예들 상당수 포진
(워싱턴=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내년 1월 출범하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경제팀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로 인해 차기 행정부의 각료인선에서 가장 큰 관심을 불러 모았던 재무장관에는 티모시 가이스너 뉴욕연방은행 총재가 내정됐고 상무장관에는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가 유력시된다.
한때 재무장관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로런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백악관 선임 경제자문역으로 기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제이슨 퍼먼(38), 피터 오스자그(39), 오스탄 굴스비(39) 등 신진인사들이 경제참모로 백악관에 입성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팀 인선의 최종 발표는 24일 이뤄질 예정이지만, 이미 알려진 내용에서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윤곽이 드러난 경제팀의 면면을 살펴보면 우선 변화와 함께 정책의 연속성이라는 두가지 특징을 읽을 수 있다.
가이스너는 뉴욕연방은행 총재로 그동안 구제금융의 실행과정에서 헨리 폴슨 현 재무장관과 함께 긴밀히 협력해온 인물이다.
가이스너의 재무장관 내정 소식에 뉴욕 증시가 급반등한 것은, 새 정부출범으로 장관이 바뀌더라도 금융구제 정책이 일관되기 추진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어느 정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가이스너와 폴슨 장관과의 협조관계가 너무 깊었던 점 때문에 지금까지의 금융구제 정책의 실효성을 둘러싼 책임논란에 가이스너가 휘말릴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해야 할 형편이다.
변화라는 측면에서는, 경제팀 가운데 서머스 전 장관과 리처드슨 주지사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버락 오바마 당선인만큼이나 젊은 인사들이 주축을 이룬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이스너 재무장관 내정자의 나이는 오바마와 같은 47세다. 백악관 수석경제보좌관으로 기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퍼먼과 백악관 예산국장으로 내정된 오스자그,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의장에 내정된 굴스비 등은 모두 30대의 신진이다.
재무부뿐만 아니라, 백악관의 경제정책팀에 큰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점쳐볼 수 있다.
당초 재무장관 후보군에 오르내리던 인물 가운데 79세의 고령인 폴 볼커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과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 서머스 전 재무장관 등이 화려한 경력으로 무장한 백전노장인 데 비해 가이스너와 백악관 참모들은 패기와 참신함이 넘쳐 보이지만 경험과 노련함에서는 모자람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 때문에 시장의 반응은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다.
레이건 집권시절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켄 두버스타인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47살의 가이스너가 32살쯤으로 보인다면서 지금처럼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는 흰머리와 엄숙함을 보이는 인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이스너가 자격이 없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그의 모습이 시장에 어떻게 비치는가가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오바마 당선인과 오래전부터 경제문제에 관해 인식을 폭넓게 공유해온 최측근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시카고대학 경영대학교 교수인 굴스비는 2004년 오바마가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했을 때 핵심 경제참모역할을 맡았으며 이번 대선에서는 금융위기의 대처 방안과 논리를 제시하는가 하면 TV에 수시로 등장, 공화당의 존 매케인의 경제정책을 공박하는 악역을 도맡았다. 예일대를 최우등으로 졸업하고 20대의 젊은 나이에 시카고대학 교수가 됐으며 세계경제포럼(WEF)이 선정한 차세대 지도자 100인에 뽑혔던 인물이다.
오스자그와 퍼먼은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양극화 해소를 위해 기획한 `해밀턴 프로젝트’의 담당 책임자를 지냈다. 오스자그는 클리턴 정부 때 경제보좌관으로 활동한 경험이 있으며 ,
퍼먼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와 함께 클린턴 행정부에서 경제자문 활동을 한 적이 있으며 나중에는 역시 스티글리츠를 따라 세계은행에서도 일한 경험이 있다. 조세와 건강보험, 사회보장프로그램의 전문가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루빈의 후예들이라는 점이다. 가이스너가 루빈 밑에서 재무부 업무를 익혔고 여타 인물들도 모두 루빈의 영향력 아래서 경제팀의 주축으로 발탁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2일 루빈이 재무장관으로 재직할 때 비서실장을 지냈고 하버드 로스쿨에서 오바마와 같이 공부했던 마이클 프로먼이 오바마의 경제팀 인선에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프로먼의 해드헌팅 작업을 옆에서 보좌하는 인물은 바로 루빈 전 장관의 아들인 제임스 루빈이다.
그러나 민주당 내에서 루빈 진영은 자유무역을 신봉하고 균형예산에 과도하게 집착한다는 점 때문에 노조지도자들과 진보주의자들로부터 공화당 쪽에 더 가깝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런 점에서 오바마의 경제팀은 어쩌면 부시 행정부의 경제정책 노선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낳고 있다.
하지만, 현재 미국의 경제상황이 워낙 어렵기 때문에 이념적 성향에 따른 정책노선 갈등의 소지는 상당히 약화돼 있는 편이며, 따라서 오바마 경제팀으로서는 침체로 치닫고 있는 경제를 빠른 시일 내에 회복시켜 본궤도에 올려놓는데 최우선 과제를 둘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한국의 입장에서 볼 때는 미국의 향후 통상정책이 당초 오바마의 선거유세 시절의 입장에서 나타난 보호무역주의 경향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우려가 이번 경제팀의 인선으로 다소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도 없지 않다.
예컨대, 백악관 경제자문위 의장으로 경제현상을 분석하고 정책을 조언하는 역할을 담당할 굴스비는 올해 3월 오바마가 자유무역협정(FTA)을 비판하는 것은 정책적인 것이 아니라 표를 의식한 정치적 계산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발언을 했던 당사자다.
이 발언으로 곤경에 처했던 오바마가 굴스비에 대해 깊은 신뢰를 계속 유지하면서 백악관의 요직에 기용한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s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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