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요식업계
건강·다이어트 확산에
칼로리 줄인 메뉴 개발 안간힘
정부들도 표시 의무화 법 제정 서둘러
나이도 젊고 춤을 추는 것이 직업이라면 한 끼니에 몇 칼로리를 섭취할지 신경 쓸 필요가 없을 테지만 최근 ‘슈렉 더 뮤지컬’ 리허설로 바빴던 무용수 3명은 뉴욕의 42번가의 한 식당에서 일본식 쇠고기 덮밥이 1,090칼로리라 쓰여 있는 것을 보고 샐러드를 찾아 발길을 돌렸다. “칼로리 계산은 구식 같지만 눈앞에 보이는데 무시하기는 어렵군요”라고 그 중 한 명인 레이첼 스턴은 말했다.
지난 이삼십년간 가장 인기있는 식이요법은 지방과 단백질, 탄수화물을 적절히 조화시켜 먹는 복잡한 방식이었지만 위험한 주식 투자가 아닌 믿음직한 저축 계좌처럼 칼로리 계산이 다시 유행하고 있다.
지난 16년간 섭식장애 및 기타 중독 증상을 가진 사람들을 도와 온 로스앤젤레스의 정신과 의사 테리 이건 박사는 “칼로리를 살피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새롭고 희한한 것을 찾지만 체중감소에는 별 뾰족한 수가 없거든요”라고 말한다.
칼로리에 대한 관심이 부활한 것은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다. ‘코카콜라’와 ‘M&M’ 제조사는 곧 포장지 앞면에 칼로리를 표시한다. 소비자들의 관심도 커져서 ‘애플비스’ 메뉴 중 일부의 열량이 광고된 것보더 더 많다는 것을 알게 된 손님 중 일부는 올 가을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뉴욕시의 경우 올 여름부터 15개 이상 매장을 가진 식당들은 음식의 가격 옆에 칼로리 내용을 게시해야만 하게 됐고 뉴욕의 뒤를 이어 전국적으로 법 제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식당과 식품회사들은 조리법을 바꾸고 1인분의 크기를 줄이고 있다. 예를 들자면 ‘스타벅스’는 지난 10월부터 전지우유를 2% 우유로 바꿈으로써 지금까지 전국적으로 170억칼로리를 절약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100칼로리 스낵에 이어 1인분을 더 작게 포장한 브랜드들이 늘고 있다.
‘던킨 도너츠’는 최근 저칼로리 계란 흰자 아침식사용 샌드위치를 추가했다. ‘코지’는 저지방 마요네즈를 쓰고 있고 ‘맥도널즈’의 라지 사이즈 프렌치 프라이즈는 작년엔 570칼로리였지만 올해는 500칼로리로 줄었다. ‘퀴즈노’는 뉴욕 매장에서 더 크기를 줄이고 칼로리도 덜 든 샌드위치 소를 시험하고 있다.
식당들은 입법 위협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요구 때문에 변화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KFC, ‘타코 벨’‘피자 헛’ 소유사인 ‘염 브랜즈’와 다른 패스트푸즈 식당들은 올해 말부터 전국 매장에서 자발적으로 칼로리 함량 표시를 시작한다.
이 조례 때문에 칼로리 함량이 들통나게 되자 메뉴를 대거 정리하는 곳도 있다. 뉴욕에 17개 매장을 갖고 있는 ‘르 펭 코티디앙’의 경우 메뉴 중 서너 가지가 바뀌거나 없어졌다. 인기 메뉴인 키시 로레인은 11온스이던 것을 6온스로 줄이고 접시의 빈 부분은 샐러드로 채웠으며 브라우니 같은 단 것 역시 크기를 줄였다.
그러나 1인분의 양이 줄었다고 가격도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해다. 작아졌다고 가격이 내린 것은 하나도 없지만 그렇다고 매출에 영향을 주는 것 같지도 않다.
이 식당의 15가지 오픈 샌드위치 메뉴 중 대서양산 훈제 연어는 중간 정도로 잘 팔리는 것이었으나 칼로리 함량이 표시된 이후 이제까지 오랫동안 가장 잘 팔렸던 690칼로리에 3달러나 가격도 싼 구운 닭고기와 훈제 모짜렐라 치즈를 제치고 최고 인기 메뉴가 됐다. 이에 양을 줄였는데도 손님들에게 계속 환영을 받는다면 올해 들어 원가 상승을 감수해온 식당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식당 주인들은 입을 모은다.
공중보건 관계자들은 사람들의 식습관은 하룻밤 사이에 바뀌는 법이 거의 없으며 단순히 칼로리만 따지는 것보다 영양을 살피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소비자들이 칼로리를 의식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뉴욕시 보건국도 이달 초에 지하철 차량 안에 붙인 포스터에서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하루에 2,000칼로리 정도가 필요할 뿐임을 적시했다.
보건국 여론 조사 결과는 음식 속 칼로리 함량에는 주민들도 놀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스타벅스’의 블루베리 스콘은 480칼로리, ‘퀴즈노’의 레귤러 투나 멜트는 1,270칼로리이며, 탄수화물을 적게 든 샌드위치를 찾는 사람들이 찾는 랩 역시 800칼로리까지 올라간다. 베이글에 도넛보다 더 많은 칼로리가 들었고 영화관에서 파는 버터를 끼얹은 팝콘 큰 버킷의 칼로리 함량은 한 사람이 하루에 섭취해야 하는 칼로리의 반을 넘는다.
당뇨병 및 비만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공중보건 관계자들이 환영하는 칼로리 표시는 다른 곳으로도 급속히 번지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지난 달, 뉴욕보다는 정도가 덜하지만 칼로리 표시를 의무화시킨 최초의 주가 됐고, 어떤 형태로든 칼로리 함량 표시를 의무화시키는 법을 제정했거나 심의중인 주, 시, 카운티를 다 합하면 30개가 넘는다.
연방의회에서도 전국적으로 단일화된 칼로리 표시에 관한 두 가지 법안이 움직이고 있다. 그 중 요식업계가 지지하는 레이블 교육 및 영양 법안은 조리된 음식을 판매하는 식당과 식품점에 계산대 인근에 포스터를 붙이거나 메뉴판 뒷면에 밝히는 등 레이블 포맷을 선택할 수 있게 한다. 이는 뉴욕시의 경우같은 더 강력한 법에 우선한다.
반면, 공중보건 옹호자들이 지지하는 메뉴 교육 및 레이블 법은 뉴욕시의 것과 더 가까우며 더 엄격한 지역 법보다 우선하지 않는다.
<뉴욕타임스 특약-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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